'낙마'냐, 강행이냐..'청문회 3인' 놓고 여권 막판 고심
[경향신문]
‘청문회 정국’을 마주한 여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박준영 해양수산부·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3인의 청문보고서 채택 시한인 10일 이들의 거취를 최종 결정한다.
각종 도덕성 시비에 휩싸인 후보들을 모두 안고 갈 수는 없다는 의견과, 직무 수행에 지장을 줄 만큼의 결격 사유는 아니라는 반론이 팽팽히 맞선다. 청문회 정국이 ‘당 중심’의 국정운영을 강조한 송영길 지도부의 첫 시험대로 떠오른 셈이다. 후보자 낙마를 통해 정국 돌파력을 확인하려는 야당의 거센 공세와도 맞물려,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당·청관계는 물론이고 야당과의 향후 ‘협치’까지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주말 사이 세 후보자의 거취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물밑에서 오갔다. 후보자와 직접 청문회에서 마주한 상임위원들과, 민심 동향을 더 주시한 당 지도부의 입장이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상임위원들은 대체로 “큰 문제가 없다”는 기류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9일 통화에서 “(임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문제제기가 대부분 해명된 것 아니냐”며 “국민 감정으로 보면 좋지 않을 수 있지만, 직접 후보자 해명을 들은 상임위원들로서는 납득이 됐다”고 말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도 “(박 후보자의) 직무 수행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 입장은 미묘하게 다르다. 아직까지 지도부가 ‘후보자 낙마’ 입장을 공식화한 적은 없지만 한 최고위원은 “(세 후보 모두) 그냥 넘기는 것은 조금 어렵지 않으냐는 분위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4·7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독주·내로남불’ 프레임이 부담스러운 마당에 국민 공분을 자극할 우려가 있는 세 후보자 모두 안고 가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다운계약서·외유성 출장 의혹이 불거진 임 후보자와 배우자 도자기 밀수 의혹 등이 제기된 박 후보자에 대해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국제 학계 관행 등에 비춰 해명이 가능한 임 후보자보다 공직자 품행 문제로 국민 공분을 산 박 후보자의 낙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 관계자는 “국민 눈높이와 여론의 향배가 더 반영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특히 장관 인사를 강행 처리해 야당을 자극할 경우,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은 물론이고 향후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에까지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정무적인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송 대표 등 민주당 새 지도부,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등은 이날 저녁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 당·정·청 회의를 가졌다. 민주당은 10일 오후 열리는 의원총회를 거쳐 청문보고서 단독 처리나 지명철회 요구 등 당 차원의 최종 입장을 확정할 계획이다.
야당은 장관 후보자들의 지명철회를 요구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청와대는 부적격 판정을 받은 3인의 후보자들을 지명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당·정·청이 장관 후보자들의 거취와 관련해 어떤 결정을 하는지 지켜보고, 향후 대응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특히 이 문제를 김 총리 후보자의 인준 문제와 연동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청와대의 실책이 만든 이번 정국을 ‘꽃놀이패’처럼 활용할 태세다. 일부 인사가 낙마하면 제1야당의 존재감 확보에 성공할 수 있고, 반대로 여권이 임명을 강행해도 ‘오만’과 ‘독주’ 프레임을 통해 대여 공세의 동력을 살릴 수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당이 스스로 발목을 잡고 야당에 기회를 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상범·박용하·곽희양·윤승민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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