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석'의 편안함 지상으로 옮겨놓은 'S-클래스' [시승기]

조병욱 2021. 5. 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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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더클라세(Sonderklasse)’

독일어로 최상급, 특별한 등급을 의미하는 이 단어의 약칭인 ‘S-클래스’는 이제 메르세데스-벤츠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다. 이 단어를 들으면 보닛에 은색 삼각별을 단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대형 세단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70년간 이어져 온 S-클래스의 전통과 첨단 기술이 조화된 7세대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를 지난 5일 시승했다. 이날 시승은 경기 용인의 벤츠 트레이닝 아카데미에서 출발해 충남 아산의 한 카페까지 편도 약 70㎞를 S580 4매틱의 뒷좌석에 앉아 시승했고, 돌아오는 길에는 S400d 4매틱의 운전대를 직접 잡았다.

◆웅장하고 유려한 내·외관

S-클래스는 그동안 전 세계에서 400만대 이상 팔리며 최고급 세단의 대명사로 군림했다. 이번 모델도 외관은 과거의 웅장하고 기품있는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첫인상은 5.2m가 넘는 긴 차체가 뿜어내는 존재감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새로 적용된 ‘디지털 라이트’는 시각적 세련미까지 더했다. 옆선은 핸들이 차 안으로 들어가는 ‘플러시 도어 핸들’이 적용돼 더 날렵해졌다.

실내에 들어서면 대시보드나 천장 등 손이 닿는 곳곳이 모두 천연 가죽과 우드 소재 등으로 마감돼 고급 요트에 탄 듯한 느낌을 줬다. 이전 세대 차량 대비 51㎜가 길어진 휠베이스 덕분에 실내 공간도 한층 여유로웠다. 여기에 적당히 푹신하면서도 자세를 잘 지지해주는 의자가 장시간을 앉아 있어도 편안함을 느끼게 했다.
◆항공기 일등석을 옮겨놓은 뒷좌석

뒷좌석에 앉자, 항공기 일등석을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리클라이너’ 버튼을 누르면 조수석 시트와 헤드레스트가 앞으로 부드럽게 움직이며 접혔다. 등받이는 43.5도까지 뒤로 눕힐 수 있으며 종아리 받침대까지 있어 마치 비행기 일등석을 탄 듯한 편안한 자세를 차 안에서도 취할 수가 있었다.

이날 아산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굵은 빗줄기가 떨어졌지만 실내에서는 외부의 빗소리나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특히 ‘쇼퍼 패키지’에 있는 목과 어깨를 따뜻하게 해주는 헤드레스트 쿠션 기능을 작동시키자 지루한 이동 시간이 편안한 휴식 시간으로 변했다. 다만 좌석 조절버튼은 기존에 움직이는 전동 방식에서 터치 감응식으로 바뀌면서 실제 움직임이 손으로는 느껴지지 않아 조금 어색하기도 했다.
◆미래에서 온 첨단기능

S-클래스는 벤츠의 첨단 기술이 가장 먼저 적용된다. 실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12.8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앙 디스플레이’다. 그동안 물리적 버튼을 고수했던 벤츠도 이제 터치 시대를 인정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변화로 이해됐다. 운전 중 조작하기에도 편하게 큰 그림이 직관적으로 표시됐다. 또 각 콘텐츠를 운전석과 뒷좌석에서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MBUX)가 설계된 점도 인상적이었다. 뒷좌석에서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설정해 운전석 옆 중앙 디스플레이로 공유할 수 있고, 반대로 운전석에서 재생한 콘텐츠를 뒷좌석 화면으로 공유할 수도 있었다. 64가지 색의 앰비언트 라이트는 자칫 지겨워질 수 있는 차의 분위기를 매번 새롭게 만들어줄 것 같았다.

이날 S클래스에 처음 적용된 ‘리어 액슬 스티어링휠’ 기능 시현도 이뤄졌다. 코너를 돌 때 뒷바퀴가 10도가량 움직이는 이 기능은 긴 차체로 인한 불편함을 크게 줄여준다. S580이 주차장에서 고깔 사이로 회전하자 뒷바퀴가 함께 움직이며 옆에 있는 E-클래스보다 차 한 대 정도 짧은 폭의 회전 반경으로 유턴했다. 벤츠 관계자는 “회전 반경은 2m 이내로 콤팩트 차량 수준”이라고 말했다.
◆부족함 없는 주행성능

1시간여의 뒷좌석 체험 후 직접 운전대를 잡자 편안하기만 했던 차가 역동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알루미늄을 50% 이상 쓴 차체 덕분에 차가 한층 더 견고하면서도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진보된 운전 보조 패키지는 다양한 주행 상황에서 운전자에게 미리 사고 위험을 경고했다. 전방에 차량이 있는 상황에서 계속 가속을 하면 화면에 위험을 알리는 빨간 신호가 들어왔다. 특히 ‘액티브 차선 이탈 방지 보조’ 기능은 브레이크 제어를 통해 차선을 유지하던 이전 방식과 달리 스티어링 휠을 제어해 좀 더 부드러운 개입이 이뤄졌다.

벤츠의 세심한 설계도 인상적이었다. 운전석에서 운전자 오른쪽 무릎 부위와 맞닿는 센터페시아 옆 부분은 약간의 곡선과 부드러운 가죽으로 구성돼 이곳에 지지하거나 힘을 줘도 불편함이 없었다. 에어매틱 서스펜션은 거친 노면을 만날 때 마치 도로의 물성을 바꾸는 듯 부드러운 느낌으로 전달됐다. 특히 디젤차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이를 알기 어려울 정도로 조용하고 정숙했다. 다만 앞으로 환경 규제를 생각하면 S350과 S400이 모두 디젤 차량인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자율주행, 독일 기술의 시험대

그동안 기계 기술 기반의 자동차로는 독일이 세계 최고로 통했다. 그런데 최근 ‘자율주행’과 ‘전기차’라는 신기술이 접목되면서 ‘모델S’를 보유한 테슬라 같은 신흥 경쟁자가 부상하고 있다. 7세대 S-클래스는 현재 레벨2 수준의 첨단주행보조시스템(ADAS)이 구현되며 올해 독일에서부터 라이다를 활용한 레벨3 수준의 조건부 자율주행(드라이브 파일럿)이 실현될 예정이다. S-클래스의 기본기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만큼 앞으로는 자율주행 기술 수준에 따라 ‘존더클라세’의 명성이 결정 될 것으로 보인다.

용인·아산=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사진=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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