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심' 잡아야되나 놓아야되나..고민 깊어가는 與 잠룡들
9일 박용진·12일 양승조 출사표
이광재 김두관 등도 곧 출마선언
文대통령 지지율 30%대 건재
친문이 여전히 경선 최대 변수
'정권교체 희망' 여론 더 높아
대선주자들 차별화 전략 고심
◆ 임기 1년 남은 文정부 ② ◆
"구시대의 착한 막내가 아닌 새 시대의 다부진 맏형 역할을 하겠다"며 출마 선언 첫 테이프를 끊은 박 의원에 이어 오는 12일에는 양 지사가 세종시에서 여당 광역단체장 중 처음으로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다. 충청이 역대 대선처럼 캐스팅보트 역할에 그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균형 발전, 자치 분권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김두관·이광재 의원도 출마를 시사했다. 특히 김 의원은 최근 '경선 연기론'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86그룹'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인영 통일부 장관, '검찰개혁' 주도 후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서 인기가 높아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대권 도전 선언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빅3에 비해 낮은 존재감을 높이고, 이르면 6월 말 치러질 예비경선을 통과하는 것이 1차 과제다.
7월부터 6명이 겨룰 본경선 전까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타 후보들을 크게 앞서는 1강 구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지지율을 회복해 다시금 양강 구도로 재편시킬지도 주목된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이 전 대표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설 수 있을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여당에서는 각 후보들의 개인기 못지않게 문 대통령 의중이 최종 후보 선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친문 핵심 의원은 "문 대통령이 경선 과정에 관여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수 의원은 문 대통령과 척지는 후보는 고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치권에서 통용되는 '대통령이 후임을 정할 순 없어도 누구를 안 되게 할 수는 있다'는 점을 거론한다.
실제 역대 여당 대선 후보가 현직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면 결과가 좋지 않았다. 이회창·정동영 전 후보들이 당시 김영삼·노무현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섰지만 대권을 쥐지 못했다.
특히 취임 4주년이 된 문 대통령과 앞선 대통령과의 다른 정치 환경도 그의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여당 중진 의원은 "현역 정치인 중 문 대통령만이 유일한 팬덤을 갖고 있다"며 "아무리 못해도 30%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고, 이를 뛰어넘는 여당 후보들은 아직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 중 임기 5년째 접어드는 대통령이 지지율 30%를 넘는 경우는 문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뿐이다. 갤럽조사에서 이 지사가 받은 최고 지지율은 올해 2월 27%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최근 임명직에 비문계 인사를 다수 기용하며 균형을 맞춰 가고 있지만 선출직에서는 여전히 친문이 다수를 점한 상황이다.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친문 당심이 주요 변수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직 문 대통령이 가족이나 측근이 관여된 대형 비리가 없어 도덕적 비난을 받을 소지가 적다는 점도 문심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한 여당 중진은 "모든 대선 주자들이 문 대통령을 계승하겠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정책 사안에 따라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친문 지지층에서 '대통령 지킴이'라는 이미지를 얻은 이 전 대표로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친문들의 반감이 여전한 이 지사는 향후 전략을 놓고 고심할 수밖에 없다.
다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여론이 정권 재창출보다 높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여당 대선 주자들의 차별화 경쟁을 용인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렇게 싸웠지만 정권을 넘기지 않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했다는 점을 참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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