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익부 빈익빈' 눈총 받을라..경총 "대기업, 고용확대가 먼저"
美·佛·日 주요 선진국보다
대기업 임금수준 이미 월등
中企와 격차 더 벌어질라
상대적 박탈감 확대 고려
"코로나로 힘든 기업 많아"
중소협력사 지원도 요청
◆ 대기업 실적파티 경계령 ◆
9일 경총에 따르면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글로벌 톱 수준이었다. 국가별 경제 수준을 고려한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간 평균임금(500인 이상 규모)의 경우 한국이 190.8%(2017년 기준)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미국이 100.7%(2015년 기준)로 가장 낮았고 일본 113.7%(2017년 기준), 프랑스 155.2%(2015년 기준)로 나타났다.
경총이 국내 대기업에 임금 인상 자제를 권고한 데는 불확실한 시장에서도 지속가능한 경영을 유지하고, 갈수록 심화되는 산업 간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정보기술(IT) 업종 등 실적이 우수한 일부 기업이 임금을 크게 올리면 그렇지 않은 기업들도 임금 인상에 대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임금을 올리다 보면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외부 충격이 다시 발생할 경우 신속한 대처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염려는 그동안 재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부 업계에서 경쟁적인 연봉 인상 러시가 일어나긴 했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것은 오히려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회사마다 체급이 다른데, 일부 업계에서 임금 인상 경쟁이 펼쳐지자 다른 기업들도 사회적으로 (임금 인상에 대한) 압박을 받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직원 수가 많지 않은 기업에서 연봉을 올린다고 직원 수가 수만 명, 수십만 명에 이르는 기업들까지 따라 올린다면 이는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경총이 지난 3월 발표한 '2021년 노사관계 전망조사'에 따르면, 올해 임금 인상 수준을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30.8%가 '1%'를 전망했다.
특히 대기업이 연봉을 인상하면 더 벌어진 임금 격차 탓에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이탈하는 현상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연봉 인상을 경쟁적으로 진행하기 시작하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은 급속히 저하될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확대는 결국 대기업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당수 중소기업이 대기업 협력업체인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구하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대기업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어 "최근 임금 인상이 노동생산성 향상의 결과물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 특히 우려된다"며 "코로나19라는 외부 요인 탓에 IT 등 일부 산업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적이 좋아진 것일 뿐 노동생산성이 올라간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날 경총은 회원사에 임금 인상 최소화 요구와 더불어 '기업 임금체계 개편 기본 원칙'도 전달했다.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을 위해 임금체계를 일의 가치와 개인의 성과, 기업 실적을 반영하는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자는 취지다. 이번 기본 원칙에는 △인건비 총액은 임금체계 개편 전후 동일 수준 유지 △과도한 연공성 해소 △기본급 결정 기준을 일의 가치에 중점 △개인의 성과와 기업의 실적을 반영 △임금 구성 단순화 등이 담겼다. 또 경총은 기업들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건의 활동도 적극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시장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이미 높은 국내 대기업 임금 수준을 더 높이는 것보다는 고용을 확대하고 직무·성과 중심 보상 체계를 구축해 공정한 노동시장을 조성하는 게 더 시급하다"며 "이러한 판단에서 올해 국내 기업들의 임금 조정 및 임금 정책 방향을 권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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