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이 전기로..'무충전 스마트워치' 성큼
[경향신문]
따뜻한 사람 피부가 만드는 전기로 몸에 찬 소형 전자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는 기술이 중국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손목시계처럼 생긴 ‘스마트워치’를 편리하게 사용할 방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 기술은 세계 각국 연구진이 충전 문제 해결을 위해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어 누가 시장을 선점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국 하얼빈공대 연구진은 지난달 말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 피지컬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인간의 체온으로 소형 발광다이오드(LED)를 켤 만한 전기를 생산하는 ‘열전 발전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열전 발전기란 전기가 흐를 수 있는 성질을 지닌 두 물체를 이어붙인 뒤 온도 차가 생기면 전력이 발생하는 원리를 이용한 기기이다. 현재 열전 발전기가 가장 활발히 쓰이는 곳은 우주다. 방사성동위원소에서 발생하는 뜨거운 열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햇빛이 희미해져 태양 전지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먼 ‘성간 우주’에 진입한 보이저호 같은 장거리 우주탐사선에 열전 발전기가 탑재된 이유다.
이번 하얼빈공대 연구진의 성과는 이런 열전 발전기를 일상에서 쓸 수 있도록 부드럽게 제조한 것이다. 현재 열전 발전기는 단단한 소재로 제작되는 게 일반적이어서 신체 부위에 착 달라붙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폴리우레탄과 유연한 전극 사이에 마그네슘과 ‘비스무스’ 같은 광물을 합체해 손목 밴드처럼 제작했다. 길이 11.5㎝, 폭 3㎝짜리 밴드로 1㎠당 최대 20.6㎼(마이크로와트)의 전기를 생산했다. 실험에서 소형 LED에 전기가 들어왔는데, 기술을 더 발전시키면 미래에는 스마트워치의 전력원으로 쓸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기대하고 있다. 현재 스마트워치는 수일에 한번 꼭 충전기에 꽂아야 하지만, 손목에 차고만 있으면 귀찮은 충전 과정이 사라지는 것이다.
연구진은 체온과 주변 온도 차가 벌어질수록 더 많은 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름보다는 겨울에 더 원활한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더 큰 기기에도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선할 예정이다. 체온을 이용한 충전 기술은 한국과 미국 등 다른 국가의 연구기관이나 기업도 개발하고 있어 시장에서 광범위하게 팔릴 수준의 성능을 지닌 기술을 누가 먼저 내놓을지도 관심거리다. 연구진을 이끈 치엔 장 하얼빈공대 교수는 “이번 기술이 향후 에너지 위기를 완화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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