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마스크 쓰겠습니다" '포수 출전' 이대호의 메시지는 강렬했다
[스포츠경향]
롯데는 지난 8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9회 천금같은 리드를 가져왔다.
삼성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대타 이병규가 적시타를 쳐 8-8 동점을 만든 뒤 후속타자 딕슨 마차도가 1타점 2루타를 쳐 9-8로 역전했다.
한 점차로 앞선 롯데는 모처럼 승리의 희망을 키웠다. 그러나 9회말을 맞이하면서 난감한 상황을 맞이했다. 공을 받을 포수가 없었다. 선발 포수 김준태는 8회 안타를 친 뒤 대주자 김재유로 교체됐고 두번째 포수인 강태율은 9회 이병규로 바뀌었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내야수 오윤석에게 포수 마스크를 씌울 예정이었다. 이 때, 포수 출장을 자청한 이가 있었다. 롯데 중심타자 이대호였다. 이대호는 “윤석이는 포수를 해본 적이 없으니 내가 해보겠다”라고 나섰다.
이대호는 포수 장비를 모두 차고 그라운드로 나섰다. 2001년 프로에 데뷔한 이대호가 포수로 나선 건 처음이다. 그가 호흡을 맞춰야할 투수는 김원중이었다. 이대호는 의외로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였다. 박해민 타석 때 바운드된 볼을 블로킹해 막았다. 김원중이 오재일에 이어 박해민에게 연속 안타를 맞자 코칭스태프와 함께 마운드에 올라 투수를 다독였다.
김원중은 안정감을 찾고 강한울을 투수 희생번트, 김헌곤을 유격수 뜬공으로 잡으면서 2아웃을 잡았다.
2사 2·3루에서 마주한 타자는 강민호. 김원중이 던진 초구는 포수 미트가 아닌 이대호의 옆으로 흘렀다. 홈플레이트 뒤쪽으로 빠질 뻔한 공을 이대호가 순발력을 발휘해 잡아냈다. 다시 안정감을 찾은 김원중은 강민호의 헛스윙을 이끌었고 3구째 볼로 유격수 땅볼을 이끌어낸 뒤 경기가 끝났다. 이대호는 포수 마스크를 벗고 마운드에 올라 김원중과 함께 환호했다.
이대호는 “경남고등학교 시절에 포수를 해봤었고 투수들 공을 많이 받아봤었다”며 “내가 덩치도 크니 투수를 편하게 해주려고 했는데 원중이가 잘 막아줬다. 공수에서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기뻐했다.
8일 기준 이대호의 나이는 38세 10개월 17일이다. 만 38세 이상의 선수가 개인 통산 처음으로 포수 마스크를 쓴 건 이대호가 최초다.
‘포수’ 이대호는 팀 전체에 메시지를 가져다줬다. 이대호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잔류하면서 ‘우승 옵션’을 걸었다. 계약 기간 2년 내에 우승을 하면 1억원을 받아 지역 불우이웃을 위해 100% 기부하는 조건이다.
하지만 팀은 이번 시즌 고전하고 있다. 롯데는 시즌 초반부터 고전하더니 지난 2일부터는 단독 10위로 내려앉았다. 이같은 부진에 팬들의 시선도 점차 싸늘해져갔다. 4번 타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대호를 향한 팬심도 곱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이대호가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의 ‘진심’이 드러났다. 팬들도 다시 똘똘 뭉쳤다. 이들은 “이대호가 은퇴 전에 꼭 우승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했다.
이대호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 중심에서 한발짝 물러서서 힘이 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내가 야수 중에서는 나이가 제일 많지만 리더 역할은 전준우나 아섭이가 해야 한다. 후배들이 힘들 때 안아줄 수 있는 포근한 아빠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포수 마스크를 쓴 이대호는 팀 전체의 위기가 될 수도 있었던 상황을 모두 끌어안았다. 고참의 헌신은 팀을 하나로 모았다. 팀 외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대호가 9회를 잡는 모습을 봐서 영광이다”라고 놀라워했다. 스스로는 물러서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롯데의 중심에는 이대호가 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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