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일 만에 또 택배파업..소비자 타깃 '투쟁'에 '소수' 노조 대표성 '흔들'

김희준 기자 2021. 5. 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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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 택배 13대 중 10대 저상차 합의했는데"..'파업' 심지 불붙인 노조
타결 후 설 연휴 파업 '재현'.."소비자 대상 '6% 노조' 파업, 방향 틀렸다"
고덕 아파트단지 게시문 © 뉴스1

(세종=뉴스1) 김희준 기자 =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지난 1월 27일 이후 99일 만에 올들어 2번째 파업을 선언했다. 파업 결의는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가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지상도로 이용을 막으면서 빚어진 갈등이 원인이 됐다.

일각에선 이미 해당 단지의 택배차량 13대 중 10대를 저상차량으로 교체해 문제점을 해소하는 과정인 데다, 사측이 아닌 서비스 소비자를 투쟁의 대상으로 삼아 파업의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선 5만명에 육박하는 전국 택배기사 중 택배노조 비율은 고작 6% 수준에 그쳐, 분쟁 해소를 위한 노력이 아니라면 택배노동자 대표를 자처해선 안된다는 쓴소리마저 나온다.

◇13대 택배차량 중 10대 택배사가 저상차량 바꿨는데…택배노조 '파업강행'

9일 민주노총 택배노조에 따르면, 택배노조는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 4078명, 반대 1151명 찬성률 77%로 7일 파업을 최종 선언했다. 파업 돌입 시기 등 구체적 일정은 위원장에게 위임하고, 부분파업으로 파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정치권이 택배사들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고 정부가 중재하겠다는 의사도 감안해 파업 돌입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을 때까지 며칠 시간을 준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번 파업은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서 벌어진 갈등에서 비롯됐다. 해당 아파트는 4월1일부터 아파트 단지 내 지상도로 차량통행을 금지하고, 모든 차량이 지하주차장을 통해 이동하도록 했다. 안전사고와 시설물 훼손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택배노조는 택배차량(탑차) 차체(2.5~2.7m)가 지하주차장 진입제한 높이(2.3m)보다 높아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또 해당 아파트를 배송불가지역으로 지정하거나 추가 택배요금을 부과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후 택배사들과 아파트 측은 단지 내 택배차량 출입 금지 조치를 하기 전부터 이미 구역 내 배송차량을 저상차량으로 교체했으며 배송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협의해 왔다.

문제는 택배노조의 파업 결정 과정이다. 중재를 맡았던 정부 관계자는 "택배사들은 고덕지역의 택배차량 13대 중 10대를 이미 주차장 출입이 가능한 저상차량으로 교체한 상태"라며 "택배사와 주민간의 협의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택배노조의 파업은 일방적인 부분이 있다"고 했다.

고덕 아파트 주민들도 파업결정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파업결정의 원동력이 된 아파트 주민과 택배노조와의 갈등도 왜곡된 부분이 많다는 얘기다.

한 주민은 "택배를 배달하며 전단지를 배포했다는 기사 2명을 아파트에서 무단침입죄로 고발했다는 기사엔 폭탄설치 협박건으로 강화된 보완요원과 아파트 공동현관문으로 들어와 유인물을 넣고 다니던 민노총 산하 노조원이 적발된 뒤 달아났다가 사실을 부인하고, 이후 경찰을 호출하자 사실을 시인한 것은 빼놓았다"고 억울해 했다.

또 다른 주민은 "택배사에게 지상으로 차량이 통행할 수 없도록 설계되고 통행로는 법상 도로가 아니라 배송가능한 택배기사 배정을 요구한 것 외에 손수레 배송 등의 일방적인 요구를 한 적도 없는데, '하루 2만보'-20㎞ 손수레 운반' 등을 운운하며 언론을 통해 분쟁의 당위성만 얻어왔다"고 했다.

5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대단지 아파트 앞에 택배 차량이 주차돼 있다. 2021.4.5/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택배노동자 대표성? 민간택배 중 노조 '고작' 6%…우체국 목소리가 '절반'

택배업계에선 약 5710명의 택배노조 중 우체국 소속인 2700명의 우체국 노조를 빼면 이번 고덕 단지건과 관련된 택배사 소속 노조원은 3010명(6.3%)에 불과한데, 이들이 총 4만7687명에 달하는 택배노동자 전체를 대변한다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택배노조의 남은 절반 지분을 차지하는 우체국 노조의 경우 지난해분 임금협상이 타결된 뒤 올해 임금협상을 앞두고 있어 파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협의 대신 파업강행을 선호하는 택배노조의 입장은 이번 설 연휴부터 불거졌다. 당시 택배사와 노조는 택배분류 인력을 투입하기로 합의하고 합의문까지 발표한 상태였지만, 노조가 돌연 무기한 파업을 선언했다.

이에 코로나19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던 택배기사를 동정하던 여론도 설연휴를 '볼모'로 합의를 틀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이런 여론을 의식한 듯 노조의 파업선언은 불과 이틀 만에 극적 '타결'로 마무리됐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서비스 선택권을 막아달라는 파업도 문제다. 각 택배사의 구역을 배정받아 택배를 나르는 기사들에게 대규모 아파트단지는 산동네나 골목길에 비해 손쉽고 택배거래량이 많은 '복마전'으로 불린다.

이번 파업도 아파트 대단지를 대상으로 하며 택배사가 저상차량 교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그만큼 고객의 만족도를 높여 실익을 얻기 위한 상업행위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파업선언 이후 시기를 특정하지 못하는 것도 6% 남짓의 노조원을 동원해 어느 정도의 파업성과를 볼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며 "택배기사도 파업 자체를 두고보자는 여론도 있다"고 했다.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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