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고라더니, 폐차급 수입차 3900만원에..'분노폭발' 사고차, 속지 않으려면

최기성 2021. 5. 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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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차 사기판매는 '고질병'
중고차 CSI, 사고차 감별법
모든 사고는 흔적을 남긴다
수리를 기다리고 있는 사고차 [사진 출처=매경DB, 촬영=최기성 기자]
[세상만車] # P씨는 무사고라는 말만 믿고 중고차 딜러에게 아우디 차량을 3900만원에 샀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 변속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아찔한 상황을 당했다. 후진도 되지 않았다. 서비스센터를 찾은 P씨는 이 차가 대형 사고로 심하게 파손된 '전손 차량'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 K씨는 1360만원을 주고 상태가 괜찮다는 국산 중고차를 샀다. 구입 당시 중고차 딜러는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기록부를 주면서 침수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K씨는 며칠 뒤 정비 업체를 방문했다가 침수가 의심된다는 말을 듣고 감정연구소에 정밀 점검을 맡겼다. 점검 결과 트렁크 룸과 시트에 흙탕물이 심하게 묻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사실상 폐차 수준의 차를 구입한 셈이다. K씨는 딜러에게 환불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중고차 상태 진단 장면 [사진 제공=엔카닷컴]
질기고도 질긴 고질병이다. 중고차 소비자가 선호하는 무사고 차량이나 단순 수리 차량을 판다고 소비자를 유혹한다. 실체는 대형 사고나 침수로 정상적 방법으로는 팔 수 없는 폐차 수준의 중고차다.

있지도 않은 매물로 소비자를 유혹해 강매하는 허위 매물과 함께 중고차 시장의 신뢰를 해치는 대표적인 사기 행각이다.

과장도 기우도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6년부터 2019년 6월까지 접수한 중고차 관련 피해 구제 신청은 793건이다.

이 중 성능·상태 점검 내용과 실제 차량 상태가 다른 사례가 79.7%에 달했다. 세부적으로는 성능·상태 불량(72.1%), 주행거리 상이(3.2%), 침수 미고지(3.0%) 순이었다.

매매업자와 직접 해결하지 못해 최종 수단으로 소비자원을 통해 피해 구제를 신청했지만 매매업자와 합의한 비율은 52.4%에 그쳤다.

피해 구제 신청 10건 중 8건은 수도권 소재 중고차 매매 업체에서 발생했다. 경기도가 339건, 인천시가 177건, 서울시가 115건 순이었다.

소비자들이 '사고차 노이로제'에 걸리는 게 당연할 정도다. 문제는 전문가도 사고차를 완벽히 가려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딜러든 개인이든 판매자는 좀 더 비싼 값에 팔기 위해 사고 규모를 축소하거나 속이는 경우가 많아서다.

자동차 정비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동차 전문가조차 속을 정도로 겉으로는 멀쩡한 사고차도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사고차 10대 중 7~8대는 가려낼 수 있는 감별법이 있다. 엔카닷컴과 케이카(K car)에 근무하는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약간의 자동차 상식만 있다면 어렵지 않게 적용할 수 있다.

무사고 기준, 딜러와 소비자 생각 달라
중고차 상태 점검표 [사진 제공=케이카]
사고차 감별법을 알기 전에 우선 '사고 기준'을 알아야 한다.

소비자들은 가벼운 사고도 겪은 적이 없고 작은 수리 이력도 없는 차량을 '무사고차'로 여긴다. 그 밖의 차량은 '사고차'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기록부에 따르면 사고차 범위는 소비자 생각보다 축소된다.

자동차 뼈대를 이루는 주요 골격(프레임) 부위의 판금, 용접 수리 및 교환 이력이 있는 차량을 사고차라고 정의한다. 차 유리를 감싸는 A·B·C 필러, 엔진을 감싼 인사이드 패널, 휠하우스, 뒤쪽 펜더 등에 사고 흔적이 있어야 사고차다.

중고차 업계는 골격 부위가 절단되거나 용접됐는지 점검하고 체결 부위, 실링, 속패널 색상, 전체 밸런스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사고와 무사고를 결정한다.

무사고차를 정의할 때 소비자와 판매자인 딜러 간 자주 마찰이 발생하는 부분은 범퍼다. 범퍼를 교체한 경우 차 골격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중고차 성능·상태 점검기록부상 무사고차에 해당한다.

또 도어, 프런트 펜더 등 외판 부위에 대한 판금·용접·교환은 단순 수리로 분류돼 사고차로 간주되지 않는다. 단, 사고로 구분하지 않을 뿐 구매자에게 반드시 고지해야 한다.

'교환' 때문에 발생하는 소비자 혼선을 줄이기 위해 교환 이력이 있는 중고차에는 '무사고차' 대신 '외부 패널 교환'으로 표기하는 매매 업체도 있다.

페인트, 실리콘은 사고 블랙박스
중고차 상태 진단 [사진출처=매경DB]
차를 확인할 때는 맑은 날 평평한 곳에 차를 세워놓고 차를 확인해보는 게 좋다. 약간 멀리 서서 차량 자세가 똑바른지, 한쪽으로 쏠리지는 않았는지 살펴본다. 평평한 곳인데도 차가 균형감 없이 기울었다면 사고로 차체가 변형됐거나 고장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차 외관을 돌아가며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운전석에서 시계 방향이나 반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흠집은 없는지, 도색하지 않았는지 하체까지 확인한다.

도색·판금 여부도 파악해야 한다. 햇볕에 비춰봤을 때 페인트 아래에 이물질이 갇혀있거나 표면이 고르지 않다면 도색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페인트 방울이 조금은 튀게 마련이다. 바퀴를 덮고 있는 펜더 부위에 페인트 방울이 묻기 쉽다.

도어는 유리 근처에 있는 고무 패킹에 칠 자국이 남는다. 판금 작업을 거친 차는 태양을 마주하고 차 표면을 45도 각도로 봤을 때 빗살 자국이 보인다. 기계로 판금한 경우엔 원 모양 자국이 남는다.

도어 교체 여부는 실리콘으로 알 수 있다. 다른 도어 실리콘과 같은 색깔, 비슷한 모양인지 확인한다. 공장에서 출고된 도어로 바꿨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차체와 연결된 볼트도 살펴봐야 한다.

중고차 엔진 부위 진단 장면 [사진 제공=케이카]
보닛을 열고 볼트 부위 페인트 상태도 살펴본다. 볼트를 페인트가 덮고 있으면 정상이다.

엔진 점검도 필수다. 엔진을 덮고 있는 보닛이 교환됐다면 사고차일 가능성이 크다. 보닛을 열고 옆선을 보면 안쪽으로 철판이 꺾이는 부분이 보인다.

끝나는 부분에 실리콘 처리가 돼 있고 손톱으로 찍었을 때 손톱자국이 곧 사라지면 교환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보닛을 열면 헤드라이트가 양옆으로 꺾이는 부분에 쇠빔 두 개가 90도 각도로 마주 보고 있다. 쇠빔 두 개를 실리콘을 쏜 후 볼트로 연결한다.

실리콘에 이상은 없는지, 볼트를 풀었던 흔적은 없는지 점검한다. 볼트에 칠해진 페인트가 벗겨졌거나 페인트 색감이 다르다면 수리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타이어도 살펴봐야 한다. 외관은 깨끗하지만 타이어가 낡았거나 타이어에 상처가 많다면 겉모습만 그럴 듯하게 포장한 사고차일 가능성이 있다. 사고차가 아니더라도 타이어 마모가 심하다면 가격을 깎을 수 있다.

외관을 점검했다면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어본다. 스티어링휠(핸들)을 지그시 손으로 감싸 쥐고 진동 상태를 살펴본다. 진동이 심하다면 엔진을 받치고 있는 고무 부품인 엔진마운트를 교체해야 한다.

도어 잠금장치, 와이퍼, 시동모터, 에어컨, 오디오, 램프류 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점검한다.

물론 자동차 정비 지식이 부족하면 이 방법으로는 사고 흔적을 알아내기 어렵다. 이럴 때는 자동차 전문가인 카센터 직원과 함께 중고차를 살펴볼 수 있는 중고차 구매 동행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시민단체인 자동차시민연합에서 중고차 구입에 함께 갈 카센터 직원을 추천받을 수도 있다.

카히스토리, 자동차 365 확인은 필수
카히스토리 [사진 출처=보험개발원]
소비자원 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중고차 매매 업체에서 차를 살 때 받는 성능·상태 점검기록부를 전적으로 믿어서는 안 된다.

사람이 눈이나 간단한 장비로 점검하기 때문에 고의든 실수든 잘못 점검되기도 한다. 전문가도 속일 정도로 사고 흔적을 잘 감춘 사고차도 많다. 따라서 보조적인 점검 수단을 찾아야 한다.

'중고차 CSI(과학수사대)'라 부르는 케이카·엔카 진단 전문가들도 반드시 활용하는 점검 수단이다.

보험개발원의 자동차 사고이력정보(카히스토리)를 이용하면 자동차보험으로 처리된 사고 내역을 알 수 있다. 사고가 났는데 아직 확정되지 않아 카히스토리에 사고 내역이 기재되지 않았을 때는 '미확정 사고'라고 표시된다.

이럴 때는 차를 팔려는 소유자에게 해당 차의 보험금 지급 내역을 가입 보험사를 통해 알려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났고 얼마나 지급했는지를 알면 사고 규모 사실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차 소유자가 보험금 지급 내역을 알려주지 않는다면 거래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다만 사고 피해를 자비로 해결했다면 기록에 없다.

자동차365 [캡처=자동차365 사이트]
불행 중 다행으로 카히스토리와 함께 사용하면 사고차 구입 피해를 좀 더 효과적으로 예방할 방법이 있다. 어렵지도 않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자동차민원 대국민포털'(www.ecar.go.kr)에서 자동차등록원부를 보면 차량 번호와 소유자 변경 내역을 파악할 수 있다. 번호판이 교체되고, 소유자가 짧은 기간에 여러 번 바뀌었다면 사고 여부를 더욱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

판매자가 사고차가 아니라고 주장하더라도 정비 이력을 파악해야 한다. '자동차365'(www.car365.go.kr)에서는 정비 이력은 물론 검사 이력, 침수 여부, 사고 이력 등도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중고차 성능과 상태를 보증하는 '중고차 성능상태점검 책임보험제도' 가입 여부와 보상 내용도 확인한다. 성능·상태 점검기록부 내용과 실제 차량 상태가 다르면 보험사를 통해 보상받을 수 있어서다.

마지막으로 계약할 때는 관인계약서(자동차양도증명서)로 작성한다. 계약서 특약 사항에 '판매 업체가 알려주지 않은 사고(침수 포함) 사실이 나중에라도 밝혀지면 배상한다'는 내용을 넣어두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좀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정비 지식이 부족하다면 성능 점검 기록부 외에 카히스토리와 자동차365로 보완하고 계약서 특약 사항에 배상 내용을 넣어두는 게 낫다"며 "단골 카센터 직원과 함께 중고차를 살펴보러 가면 사고차를 속아 살 걱정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에는 '선무당 침수차 상식'과 '알고 사면 돈 되는 사고차'를 소개합니다. 허브車, 세상만車, 카슐랭, 왜몰랐을카 시리즈도 연재됩니다. ☞기자구독☜(글자를 클릭하시면 링크로 연결됩니다) 하시면 기사를 쉽고 빠르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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