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위원장과 택배차량의 이례적 동행..중앙노동위에 무슨 일이

김진아 입력 2021. 5. 9. 06:01 수정 2021. 5. 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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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대한통운 교섭 심문 과정서 택배차 따라가
공익위원 구성, 심문 절차 두고 親노동 편향 지적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정부가 지난 12일 택배사별 1일 최대 작업시간을 정하고 심야배송 제한 등의 택배기사 과로 방지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13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택배 물류센터에서 택배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2020.11.13. misocamer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과 CJ대한통운의 단체교섭을 둘러싼 부당노동행위 사건을 심문 중인 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위원장이 만 하루에 걸쳐 택배 차량과 동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장 취임 직후 첫 현장 실태조사인 만큼 관심이 쏠리지만, 일각에선 박 위원장의 친노동 성향과 이번 사건의 심문회의 구성 및 절차를 두고 편향적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중노위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박 위원장은 CJ대한통운 소속 2개 서브터미널을 찾아 소속 택배 기사 1명씩과 1시간가량 면담을 진행하고 이들의 업무 동선을 별도 차량을 이용해 쫓은 것으로 확인됐다. 터미널 2곳은 노사 각각의 추천으로 결정됐으며, 오전에는 하차 작업과 면담이, 오후에는 상차 작업과 면담이 진행됐다.

이는 최근 중노위에 접수된 CJ대한통운에 대한 택배노조 측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 심문 과정의 일환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3월경 택배노조는 대리점이 아닌 원청 CJ대한통운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같은 해 9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접수했다. 이후 11월 서울지노위가 CJ대한통운의 사용자성을 부정하고 사건을 각하 처리하자 택배노조는 올해 1월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한 바 있다.

박 위원장은 현재 이 사건의 심문회의에 공익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달 7일 진행된 1차 심문회의에서 박 위원장은 택배 업무 이해와 원청으로부터의 지휘 감독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택배 차량에 동승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택배 기사 업무상 편의를 위해 별도 차량으로 동행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노위 관계자는 "취임 후 현장 조사까지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위원장 자격이라기보단 공익위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실제 눈으로 택배 업무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결정된 것으로 동행도 동행이지만 보충적으로 면담 과정에서 의견을 나눈 부분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전국택배노동조합이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택배 본사 앞에서 대리점 기획 위장폐점과 갑질로 택배노동자 부당해고, 노동조합 탄압한 한진택배, CJ대한통운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2.16. bjko@newsis.com


그러나 노사 안팎에서는 이 같은 행보가 다분히 의도적이란 말이 나온다. 박 위원장이 심문 회의에 직접 참여한 것뿐만 아니라 공익위원 구성, 심문 절차 등 정황을 고려하면 친노동 편향성을 지우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번 사건을 진행하는 심문회의는 박 위원장을 포함해 공익위원은 3명과 근로자, 사용자 위원 각 1명으로 구성된다. 최종 결정권은 공익위원이 쥐고 있는데 김홍영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박상언 충북대 경영학부 교수 모두 친노동계 인사로 분류된다. 박 위원장 역시 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을 거쳐 문재인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일자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해 친여 성향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 심문회의가 3회에 걸쳐 이뤄진다는 점도 의혹에 무게를 싣고 있다. 중노위 재심 판정에 대한 심문회의는 그간 통상 1회로 마무리돼왔다. 경영계 내부에선 계약 관계를 맺지 않은 원청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과할 근거가 전무한 상황에서, 중노위가 심층 심문을 진행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답을 정해놓고 가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경영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공익위원이 공장에 가서 일하면서 실태조사를 하는 경우인데 그 자체로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위원장이 공익위원으로 직접 들어갈 수는 있지만, 공익위원 전부가 친노동 성향이 강한 만큼 객관적인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말도 나오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위원장을 비롯해 공익위원 구성은 순번제로 돌아가지만 민감한 사건이 들어오는 경우 꼭 위원장이 들어오고 있다"며 "노동법이 절차의 공정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공정성이 결여된다면 결과의 수용성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노위 측은 위원 구성과 심문회의 횟수 모두 규정상 어긋나지 않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중노위 관계자는 "현행 규정에서도 심판위원장이 심문회의를 여러 차례 열도록 결정할 수 있게 돼 있고 앞으로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 대해선 전문성 있는 심문을 할 계획"이라며 "일부러 의도해 공익위원이나 노사위원을 뽑은 것이 아니고 절차적 공정성을 따져 노동법학자, 경영학 교수 등이 함께 배치된 것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중노위 판정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올 경우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택배 기사를 비롯해 특수형태근로 종사자(특고) 다수 직종이 원하청 관계로 고용형태가 이뤄져 있는 만큼 중노위 판정을 근거로 사용자성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개별적으로 보기보다 택배업계에서 사용자성 확대에 대한 인정이 이뤄지면 현대자동차와 같은 곳들까지 원청의 단체교섭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단체교섭 상대방의 확대는 법에 없는 근본적 변화이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파장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ummingbir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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