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조'의 옥택연은 압생트를 마시고 악마가 됐다
[이혜운 기자의 드라마를 마시다]
드라마 ‘빈센조’는 선(善)과 악(惡)이 분명하다.
홍유찬 변호사(유재명)는 착하고, 장준우 회장(옥택연)은 악하다.
술도 마찬가지다. 선한 홍 변호사는 막걸리를 마시고, 악당 장 회장은 양주를 마신다. 와인을 마시던 냉혹한 이탈리아 마피아 빈센조(송중기)는 착해지면서 막걸리 애호가로 변해간다. 하긴, 막걸리는 마시는 악당은 상상이 잘 안 된다.
양주를 마시며 소소하게 악행을 저지르던 장준우가 절대악으로 변신을 하는 시점이 있다. 14화에서 ‘녹색의 악마’라고 불리는 압생트를 마신 이후다. 빈센조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돼지피를 뒤집어 쓰는 망신을 당한 장 회장은 초록색 압생트를 마시며 그를 반드시 죽이겠다고 다짐한다.
원래 압생트는 18세기 스위스에 살던 의사가 물 좋고 공기 좋은 알프스에서 나는 약초들을 캐 만든 약술이다. 한국에서 몸에 좋다는 것들을 죄다 넣어 담금주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압생트에 들어간 약초는 아니스, 회향, 향쑥이다. 맛도 상쾌하고, 마시고 나면 잠도 잘 오니 금방 ‘만병통치약’으로 소문이 났다. 19세기 중반 유럽 포도밭이 병충해로 큰 피해를 입어 와인 업계가 풍비박산 났을 때는 압생트 매출이 와인을 앞서 프랑스 국민술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잘 나가던 압생트는 어느 날부터 금주 운동의 타깃이 된다. 와인은 성경에 나오는 거룩한 술로, 압생트는 악마들이 마시는 죽음의 술로 이분화된다. 어느날 한 농부가 술에 취해 자신의 가족을 몰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압생트 불매 운동에는 불이 붙는다. 사실 이 농부는 아침부터 압생트, 꼬냑, 와인, 브랜디 등 각종 술을 주구장창 마셨지만, 한 번 번지기 시작한 소문은 멈추지 않았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압생트에 취해 자신의 귀를 잘라버렸다는 소문이 돈 것도 이 때쯤이다.
압생트를 마시면 충동조절장애, 분노, 흥분, 불면증, 발작, 환각 등을 유발한다고 한다. 이를 ‘압생티즘’이라고 부른다. 생각해보면 이는 모든 알코올 중독의 현상과 같은데, 그 죄를 압생트가 짊어진 느낌이다.
다시 드라마 ‘빈센조’로 넘어가면, 장준우 회장은 압생트를 마신 후 귀에 집착한다. 감옥 안에서 상대방과 싸우며 가장 먼저 보이는 행동이 귀를 물어 뜯는 것이다. 빈센조는 그런 그에게 경고의 메시지로 귀만 총으로 쏜다. 네 스스로 악행을 멈추지 않는다면, 내가 네 악행을 멈추게 하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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