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적극적 '수베로 시프트', 시프트 뜻부터 누린 효과까지

김가윤 기자 2021. 5. 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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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수가 우익수 앞 쪽으로? 파격적 시프트
팀 BABIP 상위권, '수베로 시프트' 효과 있었다
사진=한화 카를로스 수베로ⓒ한화 이글스

[MHN스포츠 김가윤 기자]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출신 카를로스 수베로(49) 한화 이글스 감독의 수비 시프트 전략이 국내 야구팬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수베로 감독의 과감한 수비 위치 이동 전략은 일명 '수베로 시프트'라고 불리며, 그 효과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수비 시프트란?

야구 시프트란 수비 시에 타자 특성에 맞추어 수비 위치를 조정하는 전략이다. 이는 데이터 통계 분석에 기반한 것으로 상대 타자의 타구 특성에 따라 야수를 각기 다른 위치에 배치하는 전략이다.

시프트는 타구의 방향을 분석한 스프레이 차트(Spray chart)가 등장하면서 자주 쓰이기 시작했다. 스프레이 차트를 통해 상대 타자에 대한 타구 방향을 미리 분석하여 수비수들의 위치를 유동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시프트에는 번트에 대비하는 수비 시프트, 전진 및 후진 수비, 오버 시프트, 병살 시프트 등이 있다. 

번트 대비 수비 시프트는 전진 수비하고 있는 1,3루수가 번트 타구를 잡아 1·2·3루로 원활하게 송구하기 위해 쓰인다. 이는 상대 타자가 번트 자세를 취했을 때 널리 사용되는 시프트다.

경기 후반, 점수차이가 크게 나지 않을 때 주자가 3루에 있는 경우에는 내야 전진 수비 시프트를 취하기도 한다. 이는 내야수들만 전진한 수비 형태로 타구를 잡고 홈으로 송구하여 실점을 막기 위해 쓰인다.

오버 시프트는 희대의 강타자 테드 윌리엄스를 상대하기 위하여 고안된 수비 시프트다. 테드 윌리엄스는 공을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왼손 타자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타구가 우익수 쪽으로 향했다. 당시 상대 팀이었던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감독은 테드의 우익수 쪽 안타를 막기 위해 좌익수와 중견수를 우측으로 이동시켜 테드를 견제했다.

이외에도 시프트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특정 선수에게 대응하기 위해 특별히 고안될 수도 있다. 상대 타자의 유형이나 타구 기록, 볼 카운트에 따라 다양한 시프트가 적용된다.

두산 좌타자 김현수 타석에서 3루를 비워둔 채 수비 시프트 하고 있는 한화ⓒ한화 이글스

■ 수베로 감독의 시프트 전략

한화 수베로 감독은 시프트 전략의 핵심이 확률이라고 밝혔다. 마운드 위 투수의 유형과 구속 등을 보고, 베이스 위 타자의 특성과 기록 등을 종합하여 예측하는 확률 싸움이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같은 타자라 하더라도 볼 카운트에 따라 다른 시프트를 취할 정도로 수많은 타구 방향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한 수베로 감독은 수비 시프트를 활용할 때 타구 빈도가 아닌 타구 속도에 집중한다고 강조했다. 느린 속도의 타구에는 야수가 충분히 대처 가능하므로 타구 속도가 빠르게 형성되는 곳에 미리 배치하여 수비한다고 밝혔다. 

수베로 시프트에서 특히 중요한 포지션은 유격수다. 주전 유격수 하주석의 시프트 위치가 바뀌는 것은 그쪽에 강한 타구가 온다는 뜻이다. 한화 유격수 하주석은 "공 하나에 50m 왔다 갔다, 한 타자에 20~30m 왔다 갔다 한다"라고 말하며, 수베로 시프트의 핵심 역할임을 드러냈다.

한화가 두산 베어스 왼손 타자 김재환을 만났을 때, 유격수 하주석이 우익수 앞쪽으로, 2루수 정은원은 중견수 쪽으로, 3루수 노시환은 2루 쪽으로 이동했다. 이는 우측으로 당겨치는 좌타자를 상대로 한 전략으로 3루와 유격수 사이의 수비는 포기하고 1·2루 사이 방어에 빈틈이 없도록 한 것이다.

반면 두산 오른손 타자 박건우를 만났을 때는 유격수가 2루보다 왼쪽으로, 3루수는 2루 쪽으로 약간 이동하여 2·3루 사이의 두터운 수비 형태를 보였다.

■ 수베로 시프트의 효과와 보완점

올 시즌 한화 투수진의 피 BABIP(인플레이 타구의 안타 확률)은 0.273으로 지난해 0.324에서 0.051이 감소했다. 현재 리그 평균 BABIP는 3할대로 인플레이 타구 10개 중 3개는 안타가 되고 있다. 한화는 해당 타구를 3개 이하로 막고 있다. 이에 한화 조성환 코치는 "시프트란 게 이런 것이고, 이래서 한국 야구에 필요하구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수베로 시프트는 특히 당겨친 타구와 내야 타구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2016년 이후 계속 3할대였던 당겨친 타구 피안타율이 올해는 0.265로 급감했다. 내야 타구 타율은 2015년 기록한 0.050 이후 가장 낮은 0.055를 기록 중이다.

위 수치에 따르면 수베로 시프트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시즌 초 표본이 충분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확실한 성공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다. 특히 도루 수비나 기습번트 등에서는 자주 허점을 드러냈다.

한화는 지난달 4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수비 시프트로 2루를 제대로 커버 못 하는 사이 허무하게 도루를 허용했다. 동점 상황 9회 말 2사 1루에서 kt 송민섭이 시프트로 비어있는 2루에 도루하였으며, 이는 팀의 패배로 직결됐다. 이에 수베로 감독은 "kt 선수들이 베이스 러닝을 잘했다. 시즌 초반에 일어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수베로 감독의 수비 시프트와 이로 인해 일어나는 기습번트, 도루 등도 재미있게 즐길만한 야구의 일부분이다. 다양한 야구의 형태를 접한다는 마음으로 즐긴다면 색다른 볼거리가 될 것이다.

한편, 수베로 감독의 파격적 수비 형태가 꼴찌 꼬리표를 떼고 반등이 필요한 올 시즌 한화에 해답이 되어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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