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25포스터 제작자는 왜 손모양을 반복 사용했을까
[경향신문]
[언더그라운드.넷] “정리하자면 내부조사를 통해 그런 의도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신중하게 확인을 하지 못해 불편을 끼쳤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것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5월 4일 기자와 통화한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관계자의 말이다.
논란은 5월 1일 시작됐다. GS25 측이 카카오톡으로 자사의 5월 행사를 홍보하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캠핑 행사 상품을 1개 구매하고 스탬프를 받으면 경품을 지급하는 이벤트였다.
문제는 포스터였다. ‘캠핑 가자’의 ‘가’자 위에 작은 ‘소시지’를 놓고, 손으로 그걸 집으려는 듯한 그래픽이 삽입됐다(사진). 이 손가락 모양의 그래픽이 지금은 폐쇄된 남성혐오사이트인 메갈리아 로고와 비슷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손가락 모양이 뭐가 문제냐, 과민반응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다.
그런데 애초의 로고는 ‘대한민국 남성의 성기는 6.9㎝에 불과하다’는 비하적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니까 저 손모양 이미지는 얼핏 봐서는 별문제 없지만, 뜻을 아는 사람들에게만 은밀히 전하는, 숨겨놓은 남성비하 코드라는 것이다. 과거 일베 사용자들이 교묘하게 일베 마크를 숨긴 고화질 로고 등을 업로드해 방송사 등을 낚시질한 것과 비슷한 종류의 악의적 장난 아니냐는 게 이 로고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어찌됐든 논란이 커지자 회사 측은 문제의 손 그림을 삭제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관악여성주의연구회’의 로고와 비슷한 초승달과 별문양을 새로 삽입했다는 의혹이 또 나왔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새로 삽입된 것이 아니라 처음 작업 때부터 있었다.
“애초 게시물을 보면 포스터 하단에 공지사항이 있지 않습니까. 그 내용으로 가려 안 보이던 것이 하단 부분을 빼니 노출된 것일 뿐입니다.” 회사 측으로부터 같이 제작된 다른 포스터를 받아보니 애초부터 초승달과 별문양이 있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애초 디자인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단에 그런 문양을 넣은 건 좀 뜬금없지 않을까. 다음은 회사 측 설명이다. “텐트를 기준으로 봤을 때 이벤트 경품이 하늘을 표시하는 그런 의미로 달과 별 느낌으로 줘서 디자인의 세밀함을 표현한 것이었는데 의혹제기가 쏟아져 나왔던 것 같다.”
의혹은 과거 손모양이 등장했던 GS25의 다른 홍보 이벤트물까지 번졌다. 뭔가 부자연스러운 손이 등장하는 사진들은 여지없이 ‘GS리테일 회사 디자인팀에 숨은 메갈의 장난질’로 찍혔다.
누리꾼이 제기한 의혹 중 일부는 확실히 억지춘향도 있다. 5월 5일 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 하루종일 가장 많이 읽은 글로 올라 온 의혹 글-GS리테일 50주년 기념 주화에도 메갈 손 모양을 집어넣었다-은 프레임의 잔상효과를 이용한 교묘한 조작 글이었다(회사 측은 “문제의 게시글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3차에 걸친 회사의 사과문을 보면 디자인은 외주를 준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진행한 것이다.
누리꾼은 포스터에 사용된 배경이미지의 원본(우크라이나 작가의 작품으로 한 유명 유료사진 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다)까지 찾아내 배경의 별자리를 조작하지 않았는지까지 검증했다.
논란이 된 손모양의 그래픽은? 회사 측은 2차 사과문에서 “논란이 됐던 이미지는 검증된 유료사이트에서 ‘힐링 캠핑’, ‘캠핑’이 키워드인 디자인 소스를 바탕으로 제작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회사 측이 손모양의 그래픽을 따왔다고 제시한 원본 이미지는 디자이너들이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3대 유료사이트에 해당 검색어로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된 것일까.
5월 5일 GS측에 문의해보니 해당 이미지를 받은 것으로 돼 있는 사이트는 위 3개 사이트 중 하나가 맞다. 회사 측은 “해당 회사 측에서도 본의 아니게 피해를 당할 수 있는 상황이 돼 사진을 내린 모양”이라고 답변을 했다.
다시 해당 유료이미지 제공회사에 문의한 끝에 최종적으로 원본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5월 6일 이미지 판매회사 측에서는 “해당 이미지는 2017년 2월부터 등록되어 있었으며, ‘힐링’, ‘겨울’, ‘캠핑카’ 등의 검색어가 설정되어 있다”(회사 측이 사과문에서 밝힌 검색어로 결과물이 안나온 이유다)라며 GS측이 해당 이미지를 구입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고객사의 거래내역은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어서 안내해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손모양은 이번 논란의 포스터에만 사용된 것이 아니었다. 4월 23일 GS25 인스타그램 등에 게시된 ‘전화 한 통으로 생명을 구한 GS25스토어 매니저’ 이미지 편집물에도 동일한 손모양의 그래픽이 등장한다. 회사 측은 “여러 차례의 검증을 통해 다른 의도가 없었음을 확인했다”고 하지만 디자인 쪽에서 적어도 유료이미지 사이트에서 구입한 저 디자인 소스를 ‘원소스 멀티유즈’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5월 1일 홍보물 캠페인 논란 이전까지 그 손모양이 그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으니까요. 인지했으면 그 이미지를 사용했겠습니까.” 5월 6일 기자와 통화한 회사 측 관계자의 말이다. 기자의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도 말에 날이 서 있다. 검증을 요구하는 기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자꾸 되물었다.
블라인드 등에 올라온 회사 내부인사들의 글을 보면 회사 측에서는 꽤 면밀히 검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취재는 “내부 절차의 상세 프로세스까지 다 밝힐 수 없다”는 회사 측 입장에 따라 군데군데서 벽에 부딪혔다.
물론 회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리스크매니지먼트 관점에서 고객의 불만사항을 정확히 캐치하고 투명한 정보공개·과감한 조치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5월 7일, 역시 웹홍보물에서 ‘메갈손’ 그래픽 의혹을 받은 BBQ의 발빠른 사과문과 GS측의 조치를 비교하는 게시물이 다시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다. 훗날 경영학 교과서에는 2021년 5월 일어난 ‘GS25 남성혐오 논란’의 교훈을 어떻게 정리할까. 궁금하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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