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문제 없나 뒤져봐라" 유통업계 '젠더 갈등' 초비상

김효혜 2021. 5. 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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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25 포스터로 촉발된 젠더 갈등 심화돼
'숨은 메갈 찾기' 움직임 확산되고 있어
유통업계 "불똥 튈까 홍보물 전수조사 중"
급진적 페미니즘 커뮤니티인 `메갈리아` 상징 이미지
[김효혜 기자의 생생유통] 편의점 GS25 포스터로 촉발된 젠더 갈등 양상에 유통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른바 '숨은 메갈(리아) 찾기' 움직임이 확산하며 과거 홍보물들로 몸살을 앓는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서다. 업체들은 혹여 문제의 소지가 될 만한 홍보물이 있는지 찾는 등 발 빠른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남혐(남성 혐오)' 논란은 GS25가 지난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캠핑가자' 이벤트 포스터를 공개하면서 촉발됐다. 해당 포스터에 포함된 손가락과 소시지 이미지가 문제가 됐는데, 포스터가 공개된 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두 이미지가 '남혐'을 표현하는 상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 1일 GS25가 공개한 `캠핑가자` 이벤트 포스터에는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감성 캠핑의 필수 아이템)`이라는 영어 문구가 적혀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각 영어 단어의 끝 알파벳을 조합하면 `megal`이라는 뜻이 된다고 주장했다.
누리꾼들은 해당 손 모양이 '메갈리아' 로고를 표현한 것이며, 소시지는 남성의 성기를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갈리아는 남성 혐오와 극단적 페미니즘을 표방했던 커뮤니티다. 포스터에 사용된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의 끝 글자 역시 거꾸로 배열하면 'Megal(메갈)'이 된다는 해석도 나왔다.

GS25가 곧바로 포스터 수정안을 내놨지만 수정된 포스터 하단에 포함된 '달과 별' 모양이 서울대 내 여성주의 학회 '관악 여성주의학회' 마크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또 역풍을 맞았다.

이에 지난 4일 조윤성 GS리테일 사장은 편의점 점주들에게 입장문을 통해 "사업을 맡고 있는 최고 책임자로서 1만5000여 명의 경영주님들과 GS25를 애용하고 아껴주시는 고객 여러분 모두에게 피해와 큰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회사가 올린 사과문도 논란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GS25의 군부대 PX 계약을 전면 철회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고,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일부 GS25 가맹점주는 남혐 논란에 대한 가맹본부의 책임을 묻기 위해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한국맥도날드는 여성 유튜버 `재재(본명 이은재)`를 광고모델로 기용했다는 이유로 일부 남성 소비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남성 혐오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건 GS25만이 아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한국맥도날드는 여성 유튜버 '재재(본명 이은재)'를 광고모델로 기용했다는 이유로 일부 남성 소비자들에게 거센 비난을 받았다. 이들은 "재재는 페미니스트의 요람인 여대 출신이며 방송에 출연해 비혼식을 거행했다고 떠들고 다니는 대표적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면서 맥도날드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패션 쇼핑몰 무신사도 최근 현대카드와 진행한 '물물교환' 이벤트 포스터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당 포스터에는 카드지갑과 카드 이미지가 담겼는데, 이 물건을 든 손 모양이 메갈리아 로고와 흡사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무신사 측은 "남성 혐오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BBQ 애플리케이션(앱)에 업로드된 메뉴 소떡 이미지.
치킨프랜차이즈 제너시스BBQ는 메뉴 사진 속 손 모양이 메갈리아 로고와 흡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BBQ 홈페이지와 앱에 게시된 소떡소떡 메뉴에 소시지를 집고 있는 손 이미지가 논란이 된 것으로 앞선 GS25의 포스터와 유사한 사례다. 이에 BBQ는 손 모양을 삭제하고 사진을 교체하면서 7일 임직원 일동 명의로 공식 사과했다. BBQ는 "과거 제작된 홍보 이미지가 특정 이미지를 연상시킨다는 문제가 제기됐다"면서 "논란의 여지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반성하며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처럼 논란이 확산하자 업체마다 광고물 제작과 모델 기용을 재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젠더 갈등이 최근 큰 이슈로 떠오르면서 판매 중인 상품이나 광고 홍보물, 디자인에 문제가 되는 내용이 없는지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자체 제작 브랜드나 광고물 디자인 하나하나 다 체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반으로 젠더 갈등이 확산하는 분위기"라며 "단 한 번이라도 논란의 중심에 서면, 그로 인한 이미지 실추는 물론 매출 감소 등 그 피해는 단기간에 회복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수밖에 없는 만큼 마케팅 활동에 더욱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조금만 유사해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과열된 분위기가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 다른 유통 업계 관계자는 "논란이 생길 만한 홍보물이 아닌데도 너무 질타하는 분위기로 몰아가는 경우도 있다"면서 "물건을 집는 손가락 모양 등은 홍보물에 흔히 쓰이는 이미지인데 어떻게 해야 논란 없이 표현할 수 있을지 현업 부서에서는 다소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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