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한 헌신 기억' 5·18 41주기 민주묘지 참배 행렬

변재훈 2021. 5. 8.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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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탓 참배객 줄어도 추모·계승 다짐 '열기'
"항쟁정신 계승하고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해야"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5·18민주화운동 41주기를 열흘 앞둔 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참배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21.05.08.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5·18민주화운동 41주기를 앞두고 5·18묘역에 코로나19 여파로 예년보다 규모는 줄었지만 참배객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5·18 41주년 기념식을 열흘 앞둔 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는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한 오월영령을 기리려는 참배객 발길이 이어졌다.

마스크를 쓴 참배객들은 묘지 입장에 앞서 체온 측정, 출입명부 작성, 손 소독 등을 마친 뒤 4~9명씩 조를 나눠 민주의문에 들어섰다. '님을 위한 행진곡'에 맞춰 추모탑까지 이동한 참배객들은 엄숙한 표정으로 차례로 헌화·분향했다.

방역 수칙 안내문이 부착됐고 유영봉안소, 추모관 등 일부 시설물은 감염 확산 예방을 위해 폐쇄됐다.

어버이날 성묘에 나선 유족, 대학생 역사 기행단, 아버지의 손을 꼭 잡은 아이들 등 다양한 참배 행렬이 이어졌다.

해설사를 따라 묘지를 둘러보던 참배객들은 묘비에 가족들이 적은 안타까운 사연에 숙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검은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 입은 중년 남성은 추모탑 앞에 서서 한참을 묵념하며 오월영령을 기렸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5·18민주화운동 41주기를 열흘 앞둔 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고광연 열사 가족들이 어버이날 맞이 성묘를 하고 있다. 2021.05.08. wisdom21@newsis.com


항쟁 한 달 뒤 귀가해 25년여 간 고문 후유증을 앓다가 세상을 등진 고광연 열사의 묘 앞에는 할머니부터 손녀까지 일가족 3대가 모였다.

아들 고기영(36)씨는 어버이날을 맞아 어머니, 형제·자녀들과 함께 아버지 묘 앞에 섰다. 가족은 묘 앞에 음식을 차려놓고 큰 절을 올렸다.

고 열사의 아내인 김애진(68·여)씨는 "항쟁 기간 중 남편이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한 달께 지났을 무렵, 돌아온 남편은 계엄군에 붙잡혀 두들겨 맞고 통나무를 들어올리는 모진 고초를 겪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해부터 남편은 밤잠 이루지 못하고 홀연히 집 밖을 나가 수개월간 떠돌다가 돌아왔다. 돌이켜보면 고문 후유증이었던 것 같다. 모진 세월 견디느라 고생 많았다"며 묘를 어루만졌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5·18민주화운동 41주기를 열흘 앞둔 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참배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21.05.08. wisdom21@newsis.com


한 대학생 단체에선 36명이 4명씩 9개조로 나눠, 곳곳에서 열사의 삶과 사연을 조명하고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특히 윤상원·박기순 열사의 영혼 결혼식 이야기를 듣던 한 대학생은 고개를 떨궜다. 열사 묘 앞에서 민주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삶의 가치를 역설하는 대학생도 눈에 띄었다.

충남 지역 대학에 다니는 구현우(23)씨는 "묘지 참배는 이번이 3번째다. 해마다 '대학생 겨례하나' 단체를 통해 민주항쟁에 참여한 열사·사적지를 답사하고 해설을 맡고 있다"며 "올 때마다 가슴 아픈 역사를 깨닫는다.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되찾기 위한 첫 걸음이 됐던 5·18항쟁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항쟁 당시 12세의 어린 나이로 계엄군의 사격에 숨진 전재수 열사 묘 앞에는 참배객 발길이 잦았다.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을 유족이 최근 발견해 41년 만인 어린이날인 지난 5일에서야 영정을 봉안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참배객들은 차례로 무릎을 꿇어 사진 표지석을 어루만졌다.

민주묘지를 처음 방문한 서울시민 김영천(64)씨는 "민주화를 위해 앞장섰던 광주시민들에게 빚진 마음으로 찾아왔다"며 "당시 충장로에 살았던 한 인척은 '계엄군이 6·25전쟁 치하 인민군보다 더 무섭다'며 이민까지 갔다. 엄혹한 진압 속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은 열사의 넋을 기리고 싶다"고 말했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5·18민주화운동 41주기를 열흘 앞둔 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참배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21.05.08. wisdom21@newsis.com


민주노총 광주본부 청년사업국장 이유리(28)씨는 "41년이 흘러도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은 요원하다. 전두환 재판 항소심은 이번에도 불출석이라는 소식에 분노한다"며 "사죄 한 마디 없는 책임자들을 보며 청년, 노동자들이 여전히 오월광주를 위해 기억하고 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주의 문 방명록에는 '광주의 오월을 잊지 않겠습니다' '용기를 기억하겠습니다', '열사 뜻을 따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 등의 글이 적혀 있었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5·18민주화운동 41주기를 열흘 앞둔 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참배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21.05.08. wisdom21@newsis.com


5·18민주묘지에는 이달 1일부터 9일까지 4145명이 다녀갔다. 지난해 같은 기간엔 8000여 명 수준이었다.

최근 3년간 5월 중 민주묘지 참배객은 ▲2018년 34만2896명 ▲2019년 34만9972명 ▲2020년 14만4300명으로 나타났다. 해마다 34만 명 수준을 유지했으나,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지난해 크게 줄었다.

올해 1~4월 참배객은 1만9401명이다. 이 중 일반시민은 1만6211명, 학생 2990명, 외국인 200명 등으로 잠정 집계됐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5·18민주화운동 41주기를 열흘 앞둔 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참배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021.05.08. wisdom21@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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