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아쿠아플래닛은 고래류의 무덤"..10개월 만 또 벨루가 폐사

김기범 기자 2021. 5. 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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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아쿠아플라넷 여수에 마지막 남은 벨루가(흰고래) 루비의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벨루가(흰고래) 3마리 중 1마리가 폐사했던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10개월 만에 또 벨루가 한 마리가 폐사한 사실이 확인됐다. 마지막 남은 벨루가만이라도 살리기 위해선 빠르게 방류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 수족관에서 돌고래, 벨루가 등 고래류가 폐사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좁은 수조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고래류를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한화 여수아쿠아플래닛에서 사육 중인 벨루가(흰고래)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사육 중이던 수컷 벨루가 루오가 지난 5일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8일 밝혔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루오의 사인이 장염전증, 즉 장이 꼬이는 증세였다고 설명했다. 이 수족관에서는 지난해 7월 20일에도 수컷 벨루가 루이의 폐사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사육 중이던 벨루가 3마리 중 2마리가 지난해와 올해 폐사한 것이다. 현재 아쿠아플라넷 여수에 남은 벨루가는 암컷 루비뿐이다.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사육 중인 벨루가(흰고래)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지난해 7월 루이가 폐사한 이후 동물자유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남아있는 벨루가 두 마리의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방류 계획 수립을 촉구해 왔다. 동물자유연대는 “한화 측이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결국 루오까지 좁은 수조 안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폐사한 루이와 올해 폐사한 루오는 모두 폐사 시점에 12살이었으며 남아있는 루비는 11살이다. 야생에서 수명이 40~50년에 달하는 고래류가 10~20대 미만의 어린 나이에 죽어나가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사육 중인 벨루가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벨루가는 하얗다는 뜻의 러시아어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의 멸종위기종 목록인 적색목록(Red list)상의 멸종위기 근접종(NT)이자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등재된 멸종위기종이다. 5m까지 자라기 때문에 돌고래가 아닌 고래로 분류되며 멸종위기종인 탓에 수출입국의 허가를 받아야만 국제 거래가 가능하다. 주요 수출국은 러시아다.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사육 중인 벨루가(흰고래)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는 “잇따라 발생한 벨루가 폐사 사건에서 가장 심각하게 고려해야할 문제는 마지막 남은 벨루가 루비의 생존 여부”라고 지적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암컷 벨루가 루비는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 저하, 피부병 등에 시달려왔다.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사육 중인 벨루가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벨루가들을 한국에 들여온 뒤 2015년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가 작성한 ‘한·러 해양포유류 공동연구’ 공무국외여행 보고서에는 “수컷 루이·루오가 암컷 루비를 지속적으로 공격하는 행동을 보여 수컷을 메인 수조에, 암컷을 보조 수조에 격리 수용하고 있다. 올해 두 번에 걸쳐 합사를 시도했으나 수컷의 공격행동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수족관에 갇힌 수컷 벨루가가 암컷을 공격하는 것은 여수아쿠아플래닛에서만 일어난 일은 아니다. 고래연구소 보고서에는 “틴로연구소에서 보유 중인 수컷 흰고래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해 공격당한 개체를 격리 수용한 예가 있다”며 “현재 여수 아쿠아리움에서 발생하는 공격 양상은 성 성숙에 이르기 직전 수컷이 보이는 보편적인 행동”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벨루가는 암컷과 수컷이 따로 무리를 구성하며 번식기에만 모든 성별·연령대가 모여 하나의 큰 무리를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 여수아쿠아플래닛에서 사육 중인 벨루가(흰고래)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이 보고서에는 ‘좁은 보조 수조에 장기간 수용된 루비의 면역력 저하, 스트레스, 피부병 유발’과 ‘허리가 굽어지는 척추 만곡 발생’에 대한 우려와 보조 수조에서 보호하는 것은 일시적이어야 한다는 권고도 들어있었다. 현재 루비는 수조에 혼자 남아있는 상태다.

동물자유연대는 “해양수산부 역시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발생한 벨루가 폐사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수족관의 벨루가들은 야생에서 포획된 뒤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앞두고 러시아 틴로연구소의 중개로 2011년 10월 러시아에서 여수세계박람회장으로 이송된 뒤 전시됐다. 동물자유연대는 “당시 전시에 사용된 벨루가들은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위탁 관리 중인 ‘2012 여수세계박람회재단’ 소유였으며 해당 재단은 해양수산부 소속 기관”이라며 “따라서 한화 벨루가들을 실질적으로 소유한 것은 정부이므로 해수부가 벨루가들의 죽음과 방류에 대한 최종책임자”라고 설명했다.

아쿠아플라넷 측은 지난해 7월 루이의 폐사 이후 남은 벨루가들의 건강 상태를 더 면밀히 관찰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아쿠아플라넷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7월 루이의 폐사 이후 다른 개체들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두 개체에 대해 기존에 월 1회 정기적으로 실시했던 혈액검사를 주 2회로 늘리고, 내시경 검사도 주기적으로 실시해 왔다"고 말했다.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사육 중인 벨루가의 모습. 동물자유연대 제공.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아쿠아플라넷 여수는 거제 시월드, 마린파크에 이어 세번째 고래류 무덤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며 “한화는 지금이라도 조속히 루비의 방류를 결정하고, 해양수산부와 2012여수세계박람회재단 역시 벨루가의 소유자로서 책임있는 방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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