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후엔 자기 위해 살아야.." 국선도로 '인생 2막' 열었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양종구 기자 입력 2021. 5. 8. 14:00 수정 2021. 5. 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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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정 박사가 서울 송파구 잠실 자택에서 밝게 웃으며 국선도 수련을 하고 있다. 그는 마흔부터 매일 새벽 국선도로 건강을 다지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허남정 일본학 박사(69)는 약 30년 전부터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준비해 ‘인생 2막’을 열고 있다.

12년 전인 2009년 한일경제협회 전무이사를 끝으로 57세에 퇴직했지만 한양대 국제대학원에서 일본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스페인 산티아고를 걸은 뒤 ‘산티아고 순례자들’, 일본을 종단한 뒤 ‘일본은 원수인가, 이웃인가’ 등 책 4권을 출간했다.

“40세에 접어들면서 건강이 고민이 됐어요. 그래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뭔지 알아봤는데 국선도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서울 강남수련원에 등록해 수련을 시작해 30년이 다 돼갑니다.”

허남정 박사가 서울 송파구 잠실 자택에서 국선도 두좌법 동작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자세로 몇 시간은 편안하게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선도는 고조선시대부터 시작돼 삼국시대 때 신라의 화랑들이 심신수련의 필수과정이 되면서 널리 유행했다. 불교가 융성해지면서 수그러들기 시작했지만 민간에서 비밀리에 전수되어 오다 1960년대 일반에 다시 알려졌다. 국선도는 크게 몸을 풀어주는 조신법과 단전호흡으로 이뤄져 있다. 허 박사는 3년이 지난 뒤 사범교육을 받아 지도자 자격도 얻었다. 집 근처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국선도를 지도하기도 했다.

“국선도는 오래 수련해야 합니다. 금방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처마 끝에서 물 떨어지면 바닥이 패이듯, 쇠막대기를 갈아 바늘 만들 듯, 시간을 투자해야 효과를 볼 수 있습디다. 수련을 하다보면 건강에 확신이 생깁니다. 안전사고를 당하지 않는 한 건강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확인이죠.”

허 박사는 조신법 20분, 단전호흡 40분, 마무리 10분 등 매일 70분 씩 수련하고 있다. 그는 “조신법은 요가와 무술 같은 동작으로 몸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어주는 것입니다. 단전호흡은 복식호흡을 하며 명상을 합니다”고 말했다. 그는 “단전호흡을 하면 산소공급이 원활해져 몸이 새로워지는 느낌이 들어요. 같은 연령층에 비해 혈색과 유연성이 좋고 체력이 좋아 잔병치레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정신적으로도 침착함과 집중력이 생겨 잠재능력개발에도 그만입니다”고 설명했다.

국선도를 만난 뒤엔 평소 즐기던 테니스와 골프를 서서히 그만두게 됐다. 국선도 하나만으로 건강 유지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허남정 박사(왼쪽)가 2019년 3월 1일 열린 삼일절 100주년 기념 ’무박 120km 걷기 행사‘에서 완보한 뒤 선상규 (사)한국체육진흥회 회장과 포즈를 취했다.
허 박사는 2007년부터는 걷기도 시작했다. 건강에는 문제가 없지만 “신체활동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걷기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 마침 2007년 동아일보와 아사히신문이 공동 후원한 ‘21세기 조선통신사 서울~도쿄 우정 걷기’ 행사도 눈에 들어왔다. 임진왜란 이후 1607년부터 200여 년간 통신사를 파견했던 길을 다시 조성해 약 1090km를 걷는 행사다. 통신사 파견 400년을 기념해 열렸다. 평소 일본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그해엔 못 걸었지만 2009년 2회 땐 걸었다. 이 행사를 주최한 (사)한국체육진흥회에 가입했고 현재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체육진흥회는 목요일과 일요일 10km 이상 걷는 모임을 하고 있다. 은퇴한 뒤론 결혼식, 장례식 등을 제외하면 양복 입을 일이 없기 때문에 편안한 복장으로 가급적 걸어서 이동한다. 걷기의 생활화를 하고 있는 셈이다.

허 박사는 2018년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31일 만에 걸었다. 2019년엔 개인적으로 구상한 일본 종단 이동거리 4600km 중 1111km를 걸었다. 61일 걸렸다. 이렇게 긴 거리를 완보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국선도와 걷기로 체계적인 몸 관리를 했기 때문이다.

허남정 박사(오른쪽)가 2018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만난 사람과 포즈를 취했다. 허남정 박사 제공.
허남정 박사(왼쪽)가 2018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다 만난 젊은이들과 포즈를 취했다. 허남정 박사 제공.
“산티아고를 간 이유는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라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제가 교회에서 일본어 동시통역을 하고 있는 등 종교 생활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역에서 떠난 뒤 자꾸 비교가 되는 겁니다. 아직 현역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과…. 제가 나약해 보기기도 하고. 하루 평균 25km씩 걸어 산티아고를 완보하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최근 배우 윤여정 씨가 74세에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잖아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것 같습니다.”

‘육체가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의 영혼은 꿈을 먹어야 살 수 있다. 산티아고 순례 길을 걷노라면 세속에 파묻혀 땅만 보고 살아온 나 자신의 지난날 실존과 처절하게 마주할 수 있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가슴 고이 간직한 꿈이 꿈틀거리며 다시 살아나기에 그 꿈을 실현하고픈 용기가 용솟음친다. (… 중략) 산티아고는 안 가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는 곳이다. (… 중략) 무엇보다도 현역을 떠나서 이제는 마치 세상일이 다 끝났다는 듯 여생을 보내는 분들에게도 꼭 한번 도전하라고 권하고 싶다.’(산티아고 순례자들에서)

허남정 박사가 2019년 일본을 종단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영대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허남정 박사 제공.
허남정 박사가 2019년 일본을 종단하다 나라현 호류지 역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허남정 박사 제공.
일본 종단은 3·1운동 100주년 기념이 되는 해에 ‘어떻게 한일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지 그 바람직한 방안을 찾아보기 위해 기획했다. 허 박사는 “제가 한국과 일본 경제에 관련해 30년 가까이 일하다 보니 양국의 상생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일본을 종단했죠. 일본은 가까운 이웃입니다. 이사 갈 수도 없습니다. 한일 관계 해법 쉽지 않지만 그래도 화해를 해야 양국에 도움이 됩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3월 1일 열린 삼일절 100주년 기념 ’무박 120km 걷기 행사‘를 완보했고 4월 일본 종단에 나섰다. 그해 9·28 서울수복기념 걷기로 66km도 걸었다. 국선도와 걷기로 강철체력이 된 것이다. 허 박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사태만 해결된다면 다시 산티아고 순례길을, 일본을 걷겠다고 했다.
허남정 박사가 서울 송파구 잠실 자택에서 그동안 쓴 책을 보여주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허 박사의 하루는 새벽 5시에 시작된다. 1시간 독서, 70분 국선도 수련, 아침 식사 후 걷기 2시간. 점심 이후엔 다시 책을 읽거나 쓴다.

“건강해야 책도 읽고 쓸 수 있습니다. 책을 3일에 2권씩 읽고 있어요. 이렇게 독서를 많이 하는 이유는 치매 예방 차원도 있습니다. 30년 넘게 한일관계에 관심을 가지다보니 그와 관련된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년에 1권 발행이 목표입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국선도 수련과 걷기는 밥 먹듯 습관적으로 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허남정 박사가 서울 송파구 잠실 자택에서 국선도 조신법을 하고 있다. 조신법은 몸을 풀어주는 동작이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허 박사는 “나이 들면 건강이 가장 중요합니다. 건강을 잃으면 끝입니다, 끝. 건강이 목적은 아니고 일을 하기 위해 건강이 필요합니다. 전 이런 건강을 바탕으로 책을 쓰려고 합니다. 책 쓰는 게 저의 일입니다”고 말했다.

’100세 인생‘을 쓴 린다 그래튼 등은 “100세를 사는 시대가 왔고 제대로 예측하고 계획을 세우면 장수는 저주가 아닌 선물이다. 그것은 기회로 가득하고, 시간이라는 선물이 있는 인생이다”고 했다. 100세 시대. 준비하는 자는 행복하고 그렇지 않으면 고통스런 삶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허 박사는 “운동하고 독서하고 번역하고 책 쓰다보면 하루가 너무 짧아요. 하지만 매일이 즐거워요. 7년간 책을 4권 냈으면 그게 내 건강의 증표 아닌가요”라며 웃었다.

100세 시대에는 슬기로운 노년 생활을 준비해야 한다. 건강과 일이 중요하다. 일은 꼭 돈벌이가 아닌 취미생활도 좋다. 하루 종일 멍하니 있는 것보다 운동도하고 일(취미생활)도 해야 시간도 빨리 가고 치매에도 걸리지 않는다.

“60세 이후는 자기를 위해서 살아야 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열심히 살아야죠. 그러려면 건강해야 합니다. 건강해야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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