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도 소맥" ..남북의 작은 수다

2021. 5. 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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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국 앵커 ▶

요즘은 유튜브같은 각종 영상매체 때문에 좀 시들해지긴 했는데요.

한때 인터넷망을 이용한 라디오 방송 팟캐스트, 꽤 인기있었죠?

◀ 차미연 앵커 ▶

네, 그런데 탈북민들을 초청해 이 팟캐스트를 3년째 계속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있다고 합니다.

최근엔 방송내용으로 책까지 출간 했다는데요.

이상현 기자가 이 대학생들을 만나봤습니다.

◀ 리포트 ▶

서울 종로에 있는 한 오피스텔.

거실 테이블엔 방송용 마이크가 설치돼 있고 청년들이 뭔가를 분주하게 준비합니다.

"사이좋게 북한 친구와 함께하는 작은 수다 시즌6, 지금 시작합니다."

팟캐스트용 라디오방송을 준비중인건데요.

방송 제목은 사부작.

사이좋게 부칸(북한) 친구와 함께하는 작은 수다의 줄인말로, 매주 한차례씩 탈북민을 초청해 그들의 북한내 경험과 탈북과정 그리고 남한정착 이야기 등을 듣는 라디오방송입니다.

북한문제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들이 뜻을 모아 2018년에 시작한 방송인데요.

신분노출을 꺼리는 게스트 특성상 라디오 매체를 고집하고 있고요.

지금까지 100여명의 탈북민들이 자신의 고향과 좋아하는 북한음식을 합쳐 만든 별명으로 출연했고, 그만큼 솔직한 이야기를 쏟아냈다고 합니다.

[안성혁/ '사부작' DJ (탈북민, 연세대 4학년)] "북한 출신 분들이 대부분이 가족이 북한에 있다보니까 영상으로 하면 저희가 모시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영상에선 얼굴이 나가야되고 하기 때문에 저희는 얼굴은 안 나가고 닉네임(별명)을 사용하고 있거든요. 대부분"

이날의 게스트는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하며 유튜버로도 활약중인 7년차 탈북민인데요.

지난해 저희 통일전망대에서도 한차례 소개된 적 있는 20대 청년으로, 이날은 자신의 탈북이유를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하진우/탈북 사업가] "북한에 있을때 제가 어릴때부터 15살때부터 탈북브로커 활동을 좀 하다보니까 그것때문에 국가보위부라고 하는 기관의 전국수배를 받게 되었습니다."

[하진우/탈북 사업가] "얼굴이 안보이니까 일단은 말을 많이 할수 있다. 영상으로는 이미지를 최대한 살려야되니까 그런 장단점이 확실하게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한시간 가까이 탈북민과 함께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탈북민을 향한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벽과 편견을 조금씩 없애보자는게 팟캐스트 '사부작'의 목표입니다.

[박세아/'사부작' DJ (연세대 3학년)] "자극적인 부분만 보거나 이런게 아니라 그냥 전체 맥락에서 이 사람이 어떻게 살았고 북한생활은 어떻고 이런걸 편견없이 볼 수 있고 또 전달할 수 있어서 좋고 저한테 의미있는 것 같아요."

파아란 하늘, 따스한 봄햇살과 함께 어느새 녹음이 우거지고 있는 서울 신촌의 한 대학 캠퍼스.

[이상현 기자/통일전망대] "탈북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라디오방송은 3년전 이 대학의 학생들이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학생들, 최근엔 새로운 도전에도 나섰다는데요, 함께 만나러 가보실까요?"

캠퍼스의 한 건물에 마련된 스터디룸에서 한쪽엔 노트북, 한쪽엔 똑같은 책들을 올려놓고 회의를 벌이고 있는 학생들.

3년전 팟캐스트 사부작을 시작했던 이 대학 소셜벤처 동아리에 소속된 학생들로, 최근 출간한 책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살랍니다'의 홍보방안을 논의중입니다.

속마음을 알아주는 친구라는 뜻의 동아리 '지음(知音)'.

이 이름으로 1년의 준비끝에 세상에 나온 이 책은 팟캐스트 사부작에 출연했던 탈북민들 가운데 12명의 얘기를 추려내 만들어졌습니다.

[김나영/연세대 3학년] "내가 살았던 동네에 대한 이야기가 좀 나오고 또 그 외에도 북한에서의 삶 말고 내가 남한에 내려와서의 삶도 나오고 이런 식으로 구성이 각각 되어있거든요."

북한에서의 고통스러웠던 삶.

[혜산 감자밥(2018년 11월 8일 방송)] "(북한은) 사람이 생계유지를 위해 살아가는 사회잖아요. 너무 끔찍한 거에요. 사람은 그 이상의 행복할 권리가 있는데 그런 부분은 전혀 생각도 못하는.."

하지만 남북의 생활은 비슷한 구석도 많고,

[단천 짝태(2018년 10월9일 방송)] "소주 맥주 먹으면 소맥도 타먹고 그래요?"(여DJ) "소맥은 완전 남한문화 아니야?"(남DJ) "그런데 그게 여기(남한)에서 소맥이라고 말하지 거기(북한)에선 그냥 섞어먹는다(고 그래요.)" "아, 섞어먹는게 있어요?"(남DJ) "그럼요!"

남한에서의 소망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청진 오징어(2018년 11월29일 방송)] "저는 일단은 한국에 스며드는 사람, 북한사람도 남한사람처럼 자유롭게들..그냥 평범하게 잘 살 수 있다라는걸 보여주고 싶은 한 사람으로서, 취직도 하고 이렇게 사는게 꿈이고요."

팟캐스트를 아예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은만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내용을 전하고자 책을 만들게 됐다는 학생들.

[이다현/연세대 2학년] "사실 대부분의 방송뿐만 아니라 도서들도 북한의 정치 사회 경제 등으로 분류가 돼 있어서 좀 진입장벽이 높았다면, 우리들은 아 이들도 결국엔 사람이구나를 느끼게끔 해주었기 때문에 더욱더 그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톡톡 튀는 홍보물도 직접 제작하고 유튜브같은 영상매체와의 협업도 구상하면서 책 출간 이후에도 학업과 동아리활동을 병행하느라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는데요.

모든 판매수익은 탈북민 복지단체에 기부된다고 합니다.

[김나영/연세대 4학년] "가장 크게 느꼈던게 무관심이 가장 나쁜거라는걸 알게 되었어요.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어떤 문제를 논의하고 이야기를 할때 내가 정말 직접적인 도움은 되지 않지만 나의 관심 자체가 그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라는걸 느끼게 되었고.."

남북문제와 탈북민.

어쩌면 무거울 수도 있는 사안을 젊은 시각과 편견없는 마음으로 맞이하는 학생들.

때론 목소리로, 때론 글과 그림으로 그들은 그렇게, 눈부신 5월의 햇살처럼 따스한 대한민국을 꿈꾸고 있습니다.

"지음(知音) 화이팅!!!"

통일전망대 이상현입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unity/6172000_2911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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