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3쿠션 전국대회 첫 정상 오른 '당찬 스무살' 한지은
11세때 아빠 따라 당구 시작, 13세때 성남연맹 선수 등록
19년 美제니퍼심대회..히다 오리에, 클롬펜하우어 꺾고 우승
"세계선수권 우승, 3쿠션월드컵 32강 진출이 꿈"
'스승' 임성열 김동룡, 오성규 대표, 부모님 가장 고마운 분
"드라마 자주 보는 '집순이'..나중엔 자전거 배우고 싶어"
지난달 28일 강원도 양구 청춘체육관에서 열린 제9회 국토정중앙배 여자3쿠션 결승전. 24:24에서 마지막 제각돌리기로 25점을 채우며 우승이 확정되자 그제서야 환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전국대회 첫 우승이다. 짧게나마 수줍게 우승 세레머니를 한 그는 국내랭킹 4위 한지은(20·성남연맹)이다.
한지은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당구장에 갔다 처음 큐를 잡았다. 당시 당구장 사장이자 선수로 활동 중인 임상열 선수 권유로 당구를 시작하게 됐다. 이후 당구 매력에 푹 빠져 매일 당구장에 출석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2년 후, 초등학교 6학년(13세)때 성남연맹 선수로 등록했다.
그러다 지난달 마무리된 제9회 양구 국토정중앙배에서 기어코 전국대회 첫 정상에 올랐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엠블당구클럽에서 한지은을 만났다. 이곳은 파이브앤식스(대표 오성규)가 운영하는 곳으로 한지은의 연습구장이다.
=그 동안 전국대회에서 3위만 해보고 그 이상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 전국대회에서 우승했다. 주위에서 축하인사를 많이 받았는데 익숙지 않아 얼떨떨했다. 무엇보다 세계선수권에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서 좋다.
▲어떤 마음으로 대회에 임했나.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항상 목표=우승이라는 마음가짐을 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말 우승할 줄 몰랐다. 그래도 우승해서 기쁘다.
▲5전승으로 우승했는데
=결과는 좋았지만 모든 경기가 어려웠다. 내가 잘하고 압도한 경기가 없었다. 매 경기 치열하게 흘러가다 마지막에 겨우 이겼다.
▲결승전이 극적이었는데. 당시 상황은 어땠나.
=13:19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신영 선수가 뒤돌려치기 실수를 해서 기회를 잡았다. 그 기회를 잘 살려 28닝째 19:19 동점을 만들었다. 24:24에선 나란히 공타를 쳤고 마지막에 제각 돌리기가 들어가서 이겼다. 우승 직후 세레머니를 제대로 못해 아쉽다. 2019년 ‘제니퍼심대회’에서 우승할 때도 긴장해서 경기 후 초크칠을 했다. 그랬더니 주변 사람들이 초크칠이 세레머니냐고 했다. 앞으로 세레머니 연습도 해야 할 것 같다. (웃음)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당구를 쳐봤다. 아버지가 당구장에 갈 때 자주 따라갔다. 말도 못하고 인사도 못하는 성격이어서 당구장에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당구장 사장님이자 선수로 활동 하셨던 임상열 선생님 권유로 당구를 시작하게 됐는데 재밌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오게 됐다.
▲그리고 2년 후인 초등학교 6학년때 선수로 등록했는데.
=임상열 선생님이 당구에 전념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학원도 그만두고 당구만 쳤다. 그리고 선생님을 따라 성남연맹에 등록했다. 어렸을 때는 쉰 적이 별로 없었다. 스트로크만 3개월 배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많이 쳤는지 모르겠다.
▲부모님이 당구장을 운영하시면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지금도 성남에서 당구장을 운영하신다. 원래 임상열 선생님이 운영하던 당구장이었지만 아버지가 인수했다. 아버지가 당구를 좋아한 것도 있고, 내가 훈련할 곳이 마땅치 않아 인수한 것도 있다. 당구에 집중하려 고등학교를 자퇴하려고 했을 때 부모님께서 처음엔 반대하시다 저의 확고한 결심을 알아주시고 허락해주셨다.
▲2018년 한밭배 경기도여자3쿠션에서 첫 우승을 했다.
=선수등록 후 5년 만의 우승이었다. 학생부 성적은 좋지 않았다. 1등은 2~3번 밖에 못했다. 고2 때부터 주위에서 실력에 비해 성적이 안 나오는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많이 위축된 것도 있다. 그래도 꾸준히 대회에 출전하면서 실력을 기른 게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똑같은 선수니까 경기에서는 누가 이길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내 공에만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쳤다. 또 엠블당구장에서 브롬달 같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자주 연습하다보니 클롬펜하우어라고 위축되지는 않았다.
(제니퍼심대회에서 한지은은 7전 전승으로 예선을 통과한 후 8강 용현지 30:17(33이닝), 4강 히다 오리에 30:24(31이닝)을 거쳐 결승에서 클롬펜하우어를 30:28(31이닝)로 꺾고 우승했다)
▲자신의 실력을 스스로 평가한다면.
=국내 10위권 안에는 든다고 생각한다.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해야 최고다, 전성기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네 분이다. 먼저 임상열 선생님은 처음 당구를 할 때부터 7년간 무료로 지도해주셨다. 파이브앤식스 오성규 대표님은 중학교 2학년 유소년대회 때 처음 뵀는데 그때부터 좋게 봐주셔서 지금까지 잘 보살펴주신다. 현재 스승인 김동룡 선생님은 2018년부터 지도를 해주셨다. 당시 엠블당구장 점장으로 오셨고 제가 여기서 연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을 물어보게 됐다. 특히 정신적으로도 도움을 많이 주신다. 마지막으로 부모님이다. 어렸을 때부터 물심양면으로 저를 지원해주셨고 믿고 당구를 하게 해주셨다.
▲장점이나 자신 있는 샷이 있다면.
=포커페이스가 장점이다. 공이 빗나가거나 잘 맞아도 표정변화가 별로 없다. 주변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사실 속으로는 엄청 긴장하고 손은 떨지만 포커페이스를 계속 유지하려고 한다. 자신 있는 샷은 제각돌리기다.
▲이제 스무살인데 쉴 땐 뭘하나.
=‘집순이’ 스타일이다. 집에서 드라마를 즐겨본다. 물론 밖에 나가서 움직이는 것도 좋아한다. 앞으로는 취미생활도 하려 한다. 지금은 독서나 뜨개질을 취미로 삼고 있다. 뜨개질 하다보면 인내심에 한계가 온다. (웃음) 나중에는 자전거도 타보고 싶다.
▲친하게 지내는 선수는.
=용현지 정보윤과 친하다. 용현지는 6학년 때 처음 만났고 고등학교 2학년부터 엠블당구장에서 같이 연습하다 친해졌다. 정보윤도 1년 뒤에 같이 연습하다 보니 친해졌다.
=후원사인 ‘몰리나리’ 제품을 사용한다. 큐는 ‘몰리나리 허정한 큐 버건디’, 큐 가방은 몰리나리 3x6 소프트를 쓰고 있다. 다른 개인용품도 모두 몰리나리다. 또 SM당구재료(대표 신동혁 황인훈)와 다이나스피어 후원도 받고 있다.
▲앞으로 목표나 바람은.
=일단 애버리지 1을 넘는 게 목표고 세계선수권 우승도 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3쿠션월드컵에 출전해 32강 본선까지도 올라가고 싶다. 여자 선수 중에서는 클롬펜하우어가 유일하게 3쿠션 월드컵 32강에 진출했는데 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 [imfactor@mk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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