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 터틀' 박준용.. 아시안 파이터 자존심을 건다

양형석 2021. 5. 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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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9일 UFC on ESPN 24대회서 5전5승4KO의 신예 타폰 은추퀴와 격돌

[양형석 기자]

현재 UFC는 '아프리카 파이터 전성시대'다. 남자부 8개 체급 중에서 무려 3체급을 아프리카 출신 선수가 지배하고 있다. 게다가 웰터급(-77kg)과 미들급(-84kg), 헤비급(-120kg) 등 KO승부가 많이 나오고 격투팬들을 열광시키는 무거운 체급들이다. 지난 3월 스티페 미오치치를 꺾고 헤비급 왕좌에 오른 프란시스 은가누는 "아프리카에는 UFC챔피언이 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파이터들이 즐비하다"며 아프리카 대륙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은가누는 역대 UFC 헤비급 역사에서 그 누구도 가져 보지 못한 살인적인 하드펀치를 앞세워 헤비급의 쟁쟁한 파이터들을 KO로 제압했다. 라이트 헤비급 타이틀을 11번이나 방어한 후 헤비급으로 올라온 존 존스조차도 대전료를 핑계로 은가누와의 대결을 은근히 피하고 있을 정도. 웰터급 챔피언 카마루 우스만 역시 타이론 우들리와 콜비 코빙턴, 길버트 번즈, 호르헤 마스비달 등 웰터급의 강자들을 대부분 정리했다.

지난 3월 라이트 헤비급 도전이 무위에 그치긴 했지만 미들급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 역시 미들급에선 어떤 상대에게도 패한 적 없는 무패 챔피언이다. 그리고 UFC의 미들급에 5전4KO의 전적을 자랑하는 '카메룬 익스프레스' 타폰 은추키가 오는 9일 UFC on ESPN 24대회에서 옥타곤 연승을 노린다. 그리고 옥타곤의 '아프리카 독주'를 막기 위해 나선 선수는 바로 한국의 '아이언 터틀' 박준용이다.
 
 '아이언 터틀' 박준용(왼쪽)은 카메룬의 타격가 은추퀴를 상대로 옥타곤 3연승에 도전한다.
ⓒ UFC
 
동양인 파이터에겐 쉽지 않았던 UFC 중량급

골격이 좋은 아프리카 선수들이 웰터급 이상의 중량급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은 동양인 선수들은 중량급에서는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웰터급에서 활약하며 UFC에서 13승을 올렸던 '스턴건' 김동현과 미들급 타이틀전을 경험했던 일본의 '썬더' 요카미 유신 정도를 제외하면 UFC 중량급에서 두각을 나타낸 동양인 선수는 거의 찾기 힘들다.

K-1 히어로즈 라이트헤비급 그랑프리 챔피언 출신의 추성훈(일본명 아키야마 요시히로)은 2009년7월 UFC의 100번째 넘버링 대회를 통해 미들급으로 옥타곤에 데뷔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던 추성훈은 앨런 벨처와 크리스 리벤, 마이클 비스핑, 비토 벨포트 같은 강자들과 연이어 대결했다. 하지만 UFC 데뷔전에서 벨처를 2-1 판정으로 꺾은 추성훈은 내리 3연패를 당한 후 웰터급으로 체급을 내렸다.

UFC 미들급에서 활약했던 '황소' 양동이도 마찬가지. 양동이는 탈 아시아급 체격과 힘을 앞세워 한국과 일본의 중소단체에서 9전 전승에 8KO1서브미션이라는 완벽한 전적을 가지고 당당히 UFC에 입성했다. 하지만 양동이는 UFC에서 4경기에 출전해 1승3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긴 후 UFC를 떠났고 2015년 서울대회를 통해 옥타곤에 복귀해 KO승을 거뒀지만 2017년 다시 UFC와의 계약이 해지됐다.

'에이스' 임현규는 격투팬들에게 '아픈 손가락'이 된 파이터다. 지난 2013년3월 UFC에 진출해 200m에 달하는 리치를 앞세워 2경기 연속 KO승을 따낸 임현규는 3경기 만에 싱가폴 대회의 메인이벤트 경기에 출전해 타렉 사피딘과 맞붙었다. 하지만 임현규는 2014년9월 사토 타케노리전 KO승을 끝으로 내리 3연패를 당하며 UFC와의 인연이 끝나고 말았다. 김동현을 잇는 한국의 대표 파이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선수였기에 더욱 아쉬운 추락이었다.

그나마 중량급에서 가장 성공한 동양인 파이터는 일본의 오카미 유신이다. 오카미는 경기내용이 다소 지루하다는 평가 속에서도 UFC 에서만 무려 14승을 기록하며 최고의 동양인 중량급 파이터로 군림했다. 2011년에는 쟁쟁하 파이터들을 제치고 UFC 미들급 3위까지 올라 '투신'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파이더' 앤더슨 실바에게 도전장을 던지기도 했다(물론 결과는 힘 한 번 써보지 못한 일방적인 KO패였다).

3연승 문앞에서 '미들급의 은가누' 만난 박준용

박준용은 투기 종목을 접하다가 종합격투기에 뛰어든 여느 파이터들과는 달리 어린 시절 '리틀 박태환'을 꿈꾸던 수영 유망주였다. 하지만 고교 시절 수영을 그만 둔 박준용은 군 전역 후 초등학교 수영코치로 재직하다가 군 시절 흥미롭게 봤던 종합격투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렇게 국내 최고 명문팀 중 하나인 코리안탑팀에 합류하게 된 박준용은 프로파이터를 목표로 본격적으로 종합 격투기를 수련했다.

오직 열정 하나로 힘든 훈련을 견뎌낸 박준용은 격투기 데뷔 후 첫 6경기에서 3승3패에 그쳤을 정도로 평범한 선수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박준용은 '싸우면서 성장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러시아와 괌, 서울, 일본, 호주, 대만을 넘나들며 경기를 치렀고 통산 10승을 채울 때까지 한 번도 패하지 않고 7연승을 달렸다. 2018년12월에는 맷베이 이바넨코를 KO로 꺾고 리얼파이트 미들급 챔피언에 등극하기도 했다.

2019년8월 UFC에 진출한 박준용은 옥타곤 데뷔전에서 앤서니 에르난데스에게 2라운드 후반 아나콘다초크에 걸리며 서브미션으로 패했다. 하지만 12월에 열린 UFC 부산대회에서 마크-안그레 바리올트를 판정으로 꺾은 데 이어 작년 10월에는 존 필립스와의 경기에서 그라운드 타격 286회를 기록하며 연승을 달렸다. 이는 UFC 역대 3라운드 한 경기 최다 그라운드 유효타 기록이었다.

UFC 데뷔전 패배 후 연승을 기록한 박준용은 9일 UFC on ESPN 24대회의 언더카드 2번째 경기에서 카메룬의 은추퀴를 상대로 옥타곤 3연승에 도전한다. 196cm의 팔 길이에 5전5승4KO의 화끈한 전적을 자랑하는 은추퀴는 격투팬들 사이에서 '미들급의 은가누'로 불릴 만큼 화끈한 타격능력을 자랑한다. 펀치 일변도의 은가누와 달리 은추퀴는 작년 9월 하이킥에 의해 KO승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격투기 데뷔 후 4연속 KO승을 기록한 후 UFC에 진출한 은추퀴는 옥타곤 데뷔전에서 제이미 피켓을 피니시 시키지 못하고 판정으로 승리했다. 스탠딩 타격전에서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고 그라운드로 경기를 끌고 갈 수 있다면 그라운드 경기운영이 뛰어난 박준용에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뜻이다. 과연 '아이언 터틀'은 카메룬 특급열차의 질주를 멈춰 세우며 옥타곤 3연승 행진을 달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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