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폭행사태' 유재학 감독, '감봉 1개월'로 책임 끝인가 [MK시선]

안준철 2021. 5. 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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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프로농구 최대 망신인 현대모비스 폭행사태의 피해자 장재석(31)이 수술을 받았다. 현대모비스 구단도 자체 징계를 내리며 사태를 수습하는 모양새다. 한국농구연맹(KBL)로부터 제명 징계를 받은 가해자 기승호(36)와 계약 해지하고, 김진환 단장 교체, 유재학 감독과 구본근 사무국장에게 엄중 경고 및 1개월 감봉, 연봉 삭감 조치를 내렸다.

김진환 단장이 총대를 메는 모양새다. 농구단의 최고 관리자가 직접 책임지는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농구단의 실질적인 관리자는 감독이다.

여기서 17년 간 현대모비스 사령탑으로 군림 중인 유재학 감독의 책임이 과연 엄중경고와 1개월 감봉이면 충분한가,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다.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이번 팀 내 술자리 회식 후 선수들 간 폭행 사태에 1개월 감봉, 엄중경고, 연봉삭감 자체 징계를 받았다. 유재학 감독은 2004년부터 현대모비스를 이끌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장재석은 술을 곁들인 팀 회식에서 선배 기승호(36)에 폭행을 당해 안와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다. 7일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에서 3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았다. 구체적인 폭행 정황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3시간이라는 수술 시간을 통해 추론해볼 수 있다. 최근 프로야구 경기 중 상대 투수의 헤드샷에 안와골절을 당한 두산 베어스 포수 박세혁(31)과도 비교하면 그렇다. 박세혁의 부상 장면은 중계방송을 통해 그대로 팬들에게 전해졌다. 한참 동안 쓰러져 고통을 호소할 정도로 끔찍한 부상이었다. 박세혁도 수술을 받았다. 다행히도 수술은 1시간 만에 끝났다.

1시간 수술을 받은 박세혁도 재활 중이지만, 복시(사물이 겹쳐 보이는) 현상 등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3시간 동안 수술을 받은 장재석의 경우도 더 하면 더했지, 덜 하진 않을 것이다. 자칫 경기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험한 부상이다. 국가대표에 뽑힐 정도의 실력을 가진 선수에게 닥친 시련이다.

어처구니없는 일로 발생했기에 농구팬들은 안타까움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경기 중에 당한 부상도 아니다. 장재석의 과실이 있는 부상도 아니다. 구단 주최의 술판이 벌어지고, 술에 취한 선배한테 두들겨 맞았다. 장재석뿐만 아니었다. 장재석 포함 4명이 폭행을 당했다.

이제 책임을 따져봐야 한다. 가해자인 기승호는 KBL 제명과 구단의 계약해지로 선수 생활을 더 할 방법은 없어졌다. 경찰이 사건을 인지해 입건할 수도 있고, 피해자들의 고소로 형사 처벌 여부도 남아있다.

문제는 이런 술판을 만든 구단의 책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한창인 가운데, 구단 훈련 체육관에서 술을 곁들인 회식이 벌어졌다. 4강 플레이오프 탈락 이후에 열린 회식이다. 전 국민이 집합금지 명령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가운데, 이를 비웃는 듯한 술판이 버젓이 열리고, 폭행 사고까지 터진 것이다.

KBL은 현대모비스 구단에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과 선수단 관리 위반으로 1500만 원 제재금을 부과하는 징계로 끝냈다. 물론 현대모비스 구단은 자체 징계를 내렸다. 서두에 설명한 대로 단장은 물러났다.

하지만 농구단의 선장은 ‘감독’이다. 스포츠 각 종목별로 특성이 있다. 농구는 감독이 미치는 영향력이 큰 종목이다. 더욱이 유재학 감독은 2004년 현대모비스에 부임한 뒤 17년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유 감독 부임 후 현대모비스는 KBL을 대표하는 명문 구단을 자리 잡았다.

유재학 감독도 KBL을 대표하는 명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모비스를 6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고, 최초 통산 500승을 달성한 감독이 됐다. 국가대표 사령탑으로는 남자 대표팀을 이끌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유 감독은 감독으로서 치밀한 사람이다. 1만 개의 수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만수(萬手)라는 별명으로 유명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조직력이 팀 컬러다. 그만큼 유 감독의 선수단 관리가 탁월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번 폭행 사태에 유 감독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구단 측도 “그 동안 큰 사건, 사고가 없었던 것은 감독님이 세심히 관리했기 때문이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선수단의 최고 관리자가 단장이기에 단장이 물러나는 선에서 그 책임을 다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장은 2~3년에 한 번씩 모기업에서 내려오는 자리다. 선수단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이는 감독이다. 더구나 유재학 감독은 17년 동안 관리자로 있었다. 현대모비스가 유재학 감독이고, 유재학 감독이 현대모비스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과연 1개월 감봉, 엄중경고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물론 이번 자체 징계가 유재학 감독의 만개의 수 중 하나의 수라면 농구팬들의 실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jcan1231@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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