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배려'하려다 진짜 '배려 필요계층' 유탄 맞을라?

장지훈 기자 2021. 5. 8.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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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외 전형, 정원내로 흡수하고 배려 대상에 쿼터 줘야"
교육부 "수도권대 정원 감축 필요..5월 중 대책 발표할 것"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교육부 제공) 2021.5.6/뉴스1

(서울=뉴스1) 장지훈 기자 = 학령인구 감소 여파로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가 속출하면서 수도권대학도 정원을 줄여 분산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특히 '정원외 전형'이 수도권 집중을 부추기는 요소로 지목되면서 이를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교육위원회가 주관한 '고등교육 위기 극복과 재정 확충 방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는 입학 가능 자원이 전국 대학 모집 인원을 밑돌게 된 상황에서 지방대 몰락을 막으려면 수도권대학과 지방대가 함께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거셌다.

우동기 대구카톨릭대 총장은 전체 대학이 정원을 10%씩 감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수도권대학도 체질 개선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 총장은 아울러 정원외 전형을 단계적으로 정원 내 선발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회적 배려 대상자의 대학 진학 기회 보장을 위해 정원 안에서 일정 비율 선발을 의무화하자는 주장이다.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에는 각 대학이 정원외 전형을 통해 농어촌 및 도서·벽지 학생, 특성화고 졸업자, 저소득층 등은 '기회균형선발' 대상으로 묶어 입학 정원의 11%까지 선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재외국민 가운데 일정한 자격을 갖춘 경우 입학정원의 2% 이내에서 추가로 선발할 수 있다. 외교관이나 기업 주재원 등 해외 근무자의 자녀여서 외국 학교에서 고교 과정 1개 학년을 포함 중·고교과정을 3개 학년 이상 수료한 경우 등이 해당한다.

이와 함께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외국에서 우리나라의 초·중등교육에 상응하는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한 재외국인 등은 입학 정원에 제한 없이 대학별로 정원외 전형에서 선발할 수 있다.

다만 지방대와 비교해 신입생 충원 어려움이 상대적으로 적은 수도권대학이 정원외 전형으로도 지방대보다 많은 학생을 선발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됐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소재 대학의 정원외 모집 인원은 1만2926명으로 2012년 1만566명과 비교해 2360명 증가했다. 전체 정원외 모집 인원(4만1231명)의 31.4%에 해당한다. 수도권대학으로 범위를 넓히면 1만8673명으로 전체의 45.4%를 차지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정원외 전형을 폐지하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 등은 정원 내에서 일정 비율 선발하도록 할당해야 한다"며 "아울러 대학기본역량진단 주요 지표 가운데 하나인 전임교원 확보율 만점 기준을 강화해 수도권대학과 지방대가 모두 정원을 감축하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교육부는 주기적으로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를 진행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대학은 재정 지원을 제한하는 등 불이익을 주고 있다. 평가 항목 중 전임교원 확보율은 전임교원 1인당 인문사회는 25명, 자연과학·공학 등은 20명의 학생을 기준으로 법정 정원 대비 실제 전임교원 확보 현황을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전체 대학 평균보다 상회할 경우 만점을 부여하고 있다.

박 교수는 "전임교원 확보율 만점 기준을 높이면 대학들은 재정상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정원 감축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고등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교원 1인당 학생 수를 감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속적인 학령인구 감소 추세 속에서 지방대뿐만 아니라 수도권 대학의 정원 감축도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5월 안으로 구체적인 정원 감축 방안을 마련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대학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정원을 줄이거나 정원외 전형 선발 인원을 대거 감축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정원외 전형을 줄이라는 요구가 나오지만 농어촌 거주자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와 연관이 돼 있는 데다 만약 정원 내로 포함시킬 경우 추후 지원자나 적격자가 적어 미달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원외로 뽑던 인원을 정원 내에 배정하고 자격 요건을 없애거나 완화한다고 하면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며 "대학 입학 정원 감축 문제는 여러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정원외 전형을 축소하면 현재도 입학정원의 2% 이하로 선발 인원이 제한돼 있는 재외국민 전형이 더 쪼그라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과거 외교관이나 상사 주재원 등 자녀가 이를 통해 국내 대학에 진학했지만 최근에는 해외 동포 자녀들이 뿌리를 알기 위해 이 전형으로 국내에 오는 경우가 많다"며 "각각의 전형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는 만큼 이런 부분을 고려해 정원 감축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hunh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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