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BBC도 인정..이금민 "한 번 만든 원더골 두 번이라고 못할까?"

안영준 기자 입력 2021. 5. 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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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딩과의 21라운드 센터서클서 원더골
만화 같은 골에 영국도 열광
브라이튼의 이금민(브라이튼 홈페이지 캡처)© 뉴스1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0-2로 뒤진 상황에서 1골을 넣고, 그 공을 센터서클로 가져온 뒤 재개되자마자 다시 중거리 슈팅으로 또 1골. 0-2의 상황은 1분 만에 2-2로 만든다는 건 만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영국 여자프로축구 브라이튼 앤 호브 앨비언 위먼에서 활약 중인 이금민은 이를 프로 무대에서 실제로 해냈다. 이금민은 지난 3일(한국시간) 열린 2020-21 영국 여자프로축구리그 21라운드 레딩전에서 전반 44분과 45분 사이 2골을 넣으며 맹활약했다. 특히 2번째 골은 센터서클에서 공을 뺏고 바로 시도한 장거리 슈팅이었다.

이금민의 '만화와도 같은' 골에 현지 반응은 뜨겁다. 영국 매체 'BBC 스포츠'는 '올해의 골'이 될 것이라며 극찬했고, '기브미스포츠'는 "믿기 어려운 환상적인 골"이라고 소개했다. 영국 여자프로축구리그의 '이주의 골'에서도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다.

만화에서나 나올 골을 터뜨린 한국 여자축구대팀 에이스 이금민은 '뉴스1'과의 유선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과 소감을 밝혔다.

이금민은 "0-2로 뒤진 상황에서, 이번만큼은 레딩을 꼭 이기고 싶었다"고 입을 연 뒤 "헤딩골이 들어가자마자 '이기고 싶은 마음'에 그 공을 잡고 바로 센터서클로 뛰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 재촉을 위해) 공을 갖고 와서 센터서클에 딱 세웠는데, 레딩이 제대로 대처를 안 하고 있었다"며 뒤로 백패스 하자마자 바로 압박해서 공을 빼앗았다. (골문을) 보니 상대 골키퍼도 앞으로 나와 있더라. 그래서 바로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고 설명했다.

원더골을 터뜨린 이금민(브라이튼 홈페이지 캡처)© 뉴스1

방금 이금민에 의해 골네트를 갈랐던 그 공은 불과 몇 초 만에 다시 환상적 중거리 슈팅으로 골문 안에 꽂혔다. 2-2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사실 들어갈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 때린 건 아니었다"고 고백한 뒤 "레딩 선수들이 혼자 압박하는 나를 보면서 '우리는 수비 라인 다 내려와 있는데 얘 혼자서 뭘 하겠어' 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던 덕분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느님이 주신 골"이라고 겸손함을 보였다.

이어 "골이 들어갔을 땐 그 자체의 기쁨 보다는 팀이 동점을 만들어서 기뻤다"고 소감을 밝힌 뒤 "이후 팀 동료들이 훈련을 할 때 마다 아직도 '히어로(영웅)'라며 응원해준다"며 쑥스러워했다.

이금민에게 이 골은 의미가 더욱 크고 특별하다.

불과 한 달 전, 한국 여자축구 국가대표팀은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중국을 상대로 잘 싸우고도 패해 꿈에 그리던 올림픽 본선 무대 진출이 또 다시 좌절됐다. 이금민의 이번 골은 좌절과 아픔을 딛고 소속팀으로 돌아가 꾸준히 노력한 끝에 만든 결실이었다.

이금민은 대한축구협회가 공개한 영상에서 2차전을 마친 뒤 국내파 동료들이 숙소를 떠날 때 눈물을 펑펑 쏟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활약했던 이금민 © AFP=뉴스1

그는 "간절했던 경기를 놓쳤기 때문에 마음이 너무 허전했다. 9개월 만에 한국에 갔는데 그렇게 돌아오려니 적적했다"고 당시를 회상한 뒤 "솔직히 너무 많이 힘들었다.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뒤) 영국으로 돌아오고 3일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못 했다. 무기력하게 멍하니 지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소연 언니가 진짜 대단하다고 새삼 느꼈다"며 "나도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고, 빨리 다시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선수의 태클로) 눈이 퉁퉁 부은 상태였고 마음도 지쳐있었는데, 다행히 팀에서 내 몸과 마음을 잘 신경써주고 배려해줘 컨디션이 금방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이금민은 더 큰 도약과 성공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주변에서 인생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한 골이라고 했는데, 한 번 이뤘는데 두 번이라고 못 이루겠나 싶은 생각도 있다"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는 과감하게 슈팅을 시도해 또 이런 골을 넣어보도록 하겠다'며 웃었다.

이어 이금민은 "원더골을 넣었을 때 레딩에 (전)가을 언니가 있었다"며 "가을 언니가 '네가 골 넣었을 때 너무 기뻤다'고 말해줘서 뭉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앞으로 한국 여자축구가 더 발전해서 영국 무대에서 '코리언 더비'가 더 자주 늘어났으면 좋겠다'며 "그러기 위해 나도 더 열심히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한편, 이금민은 "김미애, 정상기, 임선, 백지혜, 유미, 이준형, 정옥화 등 주변 분들의 도움이 있어서 영국에서 잘 적응하고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사하면서 "이 말을 꼭 넣어줬으면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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