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홀스, '라스트 댄스'는 어디서? [김재호의 페이오프피치]

김재호 2021. 5. 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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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美 알링턴) 김재호 특파원

2014년 8월이었다. 에인절스타디움에서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LA에인절스의 경기가 열렸다. 양 팀은 연장 19회, 6시간이 넘어가는 접전을 벌였다.

그 접전을 끝낸 이가 바로 알버트 푸홀스였다. 19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바뀐 투수 브랜든 워크맨의 6구째를 그대로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겼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은 푸홀스의 소감을 듣기 위해 에인절스 클럽하우스로 몰려갔다. 그러다 옷을 갈아입고 퇴근하는 푸홀스를 마주했다. 당황한 기자들이 그를 붙잡으려고 하자 그는 "아내가 기다린다"고 짧게 말한 뒤 '쿨하게' 경기장을 떠났다.

이후 밝혀진 일이지만, 감독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기자 한 명이 그를 인터뷰했고,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 그는 퇴근길에 올랐던 것. 푸홀스를 인터뷰하지 못한 기자들은 그가 녹음한 멘트를 듣고 그날 기사를 써야했다.

알버트 푸홀스는 어떤 팀에서 기회를 잡을까? 사진=ⓒAFPBBNews = News1
이것이 기자가 갖고 있는 푸홀스에 대한 가장 인상깊은 기억이다. 2억 4000만 달러라는 금액을 생각하면 애너하임에서 보낸 10년의 시간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1181경기 타율 0.256 출루율 0.311 장타율 0.447). 그럼에도 그는 이런 장면처럼 꾸준히 깊은 인상을 넘기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푸홀스가 에인절스를 떠난다. 처음에는 사실상 은퇴 선언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아니었다. 출전 시간에 불만을 가진 그의 선택이었다. 그는 새로운 팀에서 더 많은 출전 기회를 노릴 예정이다.

여기서 의문을 하나 제기해본다. 푸홀스는 2021시즌 출전 기회가 적었던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팀이 치른 30경기중 24경기에 출전했고 22경기에 선발로 나왔다. 적은 비중은 아니었다. 그것도 지명타자가 아닌 1루수로 출전했다. 몸관리에도 신경쓰는 모습이었다. 최근 가진 인터뷰에서는 관리를 위해 육식을 피하고 있음을 밝히기도했다.

당장 지금 시즌에 대한 불만보다는, 지금까지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8년 오타니 쇼헤이가 에인절스에 합류한 이후 위치가 애매해졌다. 오타니가 지명타자 출전 시간을 가져갔기 때문. 부상으로 99경기 출전에 그쳤던 2013년을 제외하고 매 시즌 600타석 이상 소화했던 그는 2018년 117경기 498타석으로 출전 기회가 확 줄어들었다. 2019, 2020년에는 오타니의 부상으로 그나마 조금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시즌도 꾸준히 출전은 하고 있었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기회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를 분노하게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LA타임스'에 따르면, 푸홀스는 지난 6일(한국시간) 탬파베이 레이스와 홈경기에서 상대 선발이 자신이 강했던 좌완 라이언 야브로임에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것을 알게된 이후 격분했다고. 결국 이 사건은 그와 에인절스가 결별하는 촉매제가 됐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두 번째 의문. 푸홀스가 '매일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는' 팀이 있을까? 뉴욕 양키스, 신시내티 레즈 등 주전 1루수가 부상으로 이탈한 팀들이 있긴하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전문 칼럼니스트 존 헤이먼에 따르면 이들은 당장 푸홀스 영입에 관심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2019년 0.734의 OPS를 기록했던 그는 2020년에는 0.665로 하락했고, 이번 시즌은 다시 0.622로 하락했다. 하락세가 확연한 그에게 매일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할 팀이 있을지 의문이다. 사실상 그의 커리어가 끝났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 이유다.

그렇지만, 만약 그가 '꾸준한 출전'이 아닌 '아름다운 마무리'를 원한다면? 이를 위해 주전 욕심을 조금만 굽힐 의향이 있다면? 그의 '라스트 댄스'를 함께할 팀이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가 11년간 전성기를 보냈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이번 시즌 유력한 지구 우승 후보이며 포스트시즌 진출 후보다.

야디에르 몰리나는 푸홀스의 방출 소식이 전해진 뒤인 지난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유니폼을 맞교환한 사진을 올린 뒤 '마지막 댄스를 같이출래?(One last dance bro?)라는 글을 올렸다. 그의 바람이 현실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 때로는 한가운데로 가는 실투가 될 수도 있다. 이 칼럼은 그런 글이다. greatnemo@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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