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시간을 뒤로..'포스트 푸홀스 시대' 맞이한 LAA[슬로우볼]

안형준 2021. 5. 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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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에인절스가 드디어 '포스트 푸홀스' 시대로 향한다.

LA 에인절스는 5월 7일(한국시간) 살아있는 전설 알버트 푸홀스를 DFA(Designated for assignment, 지명할당)했다. 규정상 72시간 동안은 에인절스가 푸홀스를 보유할 권리를 주장할 수 있지만 결국 방출 조치다. 푸홀스는 곧 에인절스에서 방출돼 FA 신분이 된다.

10년의 동행이 끝났다. 에인절스는 지난 2011시즌 종료 후 당시 현역 최고 선수 중 한 명었던 푸홀스와 10년 2억4,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이미 30세가 넘은 선수와 10년 계약을 맺는 것은 위험할 수 밖에 없는 일이었지만 '푸홀스였기에' 에인절스는 위험을 감수했다. 푸홀스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11년 동안 1,705경기에 출전해 .328/.420/.617, 445홈런 1,329타점을 기록했고 세 차례 MVP를 수상했으며 MVP 투표 3위 안에 무려 8번이나 오른 선수. 비록 30대 후반에 접어들며 기량이 하락한다고 해도 팀을 충분히 월드시리즈 정상으로 이끌어줄 것 같았다.

하지만 결과는 악몽에 가까웠다. 푸홀스는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은 10년 동안 단 한 번도 3할 타율을 기록하지 못했고 0.900 이상의 OPS를 기록한 시즌도 없었다. 계약한 시즌부터 꾸준히 성적이 하락했고 5시즌이 지나자 타격에서의 생산성도 메이저리그 평균 이하로 떨어졌다. 매년 2,000만 달러가 넘는 거액의 연봉을 받는 선수에게 기대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게 푸홀스와의 10년 계약은 에인절스의 발목을 단단히 붙잡는 악성계약이 됐다.

에인절스는 결국 계약 마지막 시즌을 다 마치지 않고 푸홀스와 결별하는 것을 선택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별은 푸홀스의 요구였다. 매년 성적이 하락해 올해는 타율 2할마저도 무너진 푸홀스에게 에인절스는 더이상 출전시간을 보장해줄 수 없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뛰기를 원한 푸홀스는 결국 구단 수뇌부에 면담을 요청했고 결별이라는 결말을 맞이하게 됐다. 에인절스 구단은 아트 모레노 구단주가 직접 "명예의 전당 커리어를 가진 푸홀스가 뛰었다는 것은 구단의 큰 영광"이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아름다운 마지막 인사와 함께 푸홀스와 작별했다.

이제 에인절스는 '포스트 푸홀스 시대'를 맞이했다. 비록 푸홀스의 2021시즌 연봉 3,000만 달러는 여전히 에인절스가 부담해야 하지만 적어도 로스터 한 자리 만큼의 유동성은 확보했다. 기량은 크게 떨어졌어도 건강만큼은 유지했던 푸홀스 때문에 경직됐던 로스터를 더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게 됐다.

올시즌 오타니 쇼헤이가 사실상 풀타임 지명타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에인절스는 로스터 경직성이 큰 팀이다. 오타니가 마이크 트라웃과 함께 팀 타선을 이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야수로서 전혀 수비를 소화하지 않기 때문에 지명타자 자리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없다. 공격 뿐만 아니라 수비 측면에서도 이미 평균을 크게 밑도는 선수가 된 푸홀스가 계속 경기에 나서는 것은 공수 모두에서 손해였다. 비록 오타니가 투타를 겸업하는 선수지만 전문 지명타자와 전문 1루수를 빅리그 로스터에 동시에 보유하는 것은 상당한 비효율이었다.

이제 푸홀스 때문에 우익수로 향한 자레드 월시를 1루로 불러들일 수 있다. 월시는 준수한 1루수지만 우익수로서는 그리 뛰어나지 않다. 데뷔 3년차인 월시는 매년 기량이 오르고 있고 타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에인절스 타선이 지나치게 우타 편향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월시는 오타니 쇼헤이와 함께 귀중한 좌타자기도 하다. 1루에서 수비 부담을 줄이고 공격에 더 전념하는 편이 에인절스 입장에서는 더 도움이 된다.

그리고 외야에는 월시 대신 기동력을 갖춘 선수를 넣을 수 있다. 에인절스는 올시즌 팀 도루 11개 중 절반 이상인 6개를 오타니가 기록했다. 트라웃처럼 뛸 능력이 있어도 굳이 뛰지 않는 선수들도 있지만 에인절스가 전체적인 기동력이 상당히 부족한 팀인 것은 사실이다. 에인절스는 푸홀스를 DFA한 후 우선 베테랑 존 제이를 콜업했지만 향후 조 아델, 브랜든 마쉬 등 기동력을 갖춘 상위 유망주들에게 자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마이너리그 시즌이 진행되며 현재 마이너리그에 있는 선수들의 기량이 올라온다면 아델이나 마쉬 외에 다른 활용도 높은 선수를 불러올릴 수도 있다.

올시즌까지는 푸홀스의 연봉을 부담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오프시즌 FA시장 전략에 변화가 생길 일은 없다. 다만 로스터 한 자리의 여유가 생긴 만큼 시즌 중에는 더 적극적으로 시장에 나설 수 있다. 올시즌 벌써 두 번째 부상자 명단에 오른 앤서니 렌던을 백업할 선수를 시장에서 찾을 수도 있다.

푸홀스가 기대 이하의 10년을 보내는 동안 트라웃은 어느새 30대의 선수가 됐다. 에인절스는 더이상 트라웃의 전성기를 낭비할 여유가 없고 오타니가 건강하게 활약하고 있는 올시즌 반드시 높은 곳에 올라야 한다. 과연 포스트 푸홀스 시대의 첫 걸음을 내딛은 에인절스가 겨우 얻은 로스터의 유연성을 어떻게 활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알버트 푸홀스)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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