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 부동산 규제 수술대.. 부동산 정치의 후퇴일까?

김노향 기자 2021. 5. 8.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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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합리적 수정 VS 잘못된 시그널
당정이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완화’라는 대대적인 정책 수정 작업에 착수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선포하던 정부가 돌연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을 강조하고 나섰다. 배경은 사실상 4·7 재·보궐선거의 참패. 내년 대선을 앞둔 당·정이 부동산 민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조차 규제 기조를 유지하지 않을 경우 집값 불안을 다시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크다. 부동산 정치로 전락한 부동산 정책. 정권 말 부동산 민심 달래기냐 정책 실행이냐, 딜레마에 빠졌다.

가장 대표적인 건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완화’다. 문재인 정부 최대 공약이던 ‘부동산 투기와의 근절’과 이를 위한 보유세 강화 기조가 결국 대선을 앞둔 정권 마지막 해 수술대에 오른 셈이다. 당정은 재산세 결정 고지일인 올 6월 전 세제개편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1주택 실수요자’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국내 보유세가 주요국에 비해 낮다는 점과 정부의 시그널이 투기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유세 완화 나선 당정… 민주당 내부조차 회의적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4월27일 국회에서 첫 회의를 열고 세제·대출정책의 ‘보완’을 강조했다. 주택가격 상위 1~2% 보유자에 대해서만 종부세를 부과하고 재산세 감면 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 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회의에서 “정책의 원칙을 지키되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게 부동산정책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의 이 같은 입장은 단 하루 만에 번복된 것이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특위 회의 하루 전날인 4월26일 “세금 관련 논의는 당분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 내 일부에서 1주택자 보유세 완화를 주장했음에도 부정적 여론이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참여연대는 4월2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내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후퇴시키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며 “이는 자산 양극화와 부동산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집값 폭등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심상정 의원(정의당·경기 고양갑)은 “여당이 부동산 민심을 수렴한다는 명목 하에 보유세 인하를 시도하고 있는데 재·보선 결과는 미친 집값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었다”며 “재산세와 종부세 고지서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 정부 여당이 앞장서서 조세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목소리가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의원(민주당·서울 은평갑)은 “부동산정책 조정에도 원칙이 필요하다”며 “정책 변화가 필요하단 점엔 이견이 없지만 방향성을 잃어선 안 된다. 무분별한 세금 인하는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수요자 부담 증가 vs 시세차익 대비 미미


종부세 조정은 ‘부자 감세’라는 논리에도 부딪치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대표적 재건축 추진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84㎡(이하 전용면적) 1주택자가 올해 내야 하는 보유세가 서울 평균 공시가격 상승률을 적용하면 약 993만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보유세 679만원보다 314만원 늘어난 액수다. 지난 4월 같은 면적 실거래가는 24억8000만원(9층)으로 1년 전 19억4000만원(같은 층) 대비 5억4000만원(27.8%) 상승했다.

머니S가 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도 보유세가 낮다는 의견이 더 우세했다. 올해 공시가격 10억200만원이 예상되는 서울 마포구 M단지 84㎡를 5년 동안 보유한 1주택자가 내야 하는 보유세는 약 330만원으로 추정된다.

4월 27~29일 사흘 동안 총 435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보유세가 너무 적다(152명·34.94%) ▲보유세가 적은 편이다(87명·20.0%) 등 납세 수준이 적다는 평가가 전체의 54.9%를 차지했다. 반면 ▲보유세가 너무 많다(127명·29.20%) ▲보유세가 많은 편이다(37명·8.51%) 등 세금이 많다는 의견은 40.25%로 나타났다. 이어 ▲적정 수준이다(28명·6.44%) ▲모르겠다(4명·0.92%) 등이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보유세를 제대로 강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값 안정에 실패한 것임에도 집값이 올라서 세 부담이 커졌다는 논리라면 집값이 오를 때마다 세금을 깎아줘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종부세 논쟁 대안 없나?


종부세는 대표적인 부자세로 불린다. 정부는 올해 종부세 최고세율을 6.0%로 인상했지만 이는 법인이나 3주택 이상 보유자의 시세 합계가 134억원 이상일 때 적용된다. 토지+자유연구소가 분석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8년 12개 국가 평균의 경우 0.37%인데 비해 한국은 0.16%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부동산 특위원장을 맡은 진선미 국회 국토교통위원장(민주당·서울 강동구갑)은 특위의 논의 방향과 관련해 “국민의 실망과 분노의 지점이 무엇인지 바로 보고 수정이 필요하다면 수정하고 보완이 필요하다면 보완하겠다”며 “정답을 먼저 제시하지 않고 다양하게 제시되는 해법들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보유세 완화가 아니라도 소득이 없는 은퇴세대 등의 1주택자에게 세 부담을 낮춰주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소득이 없는 은퇴세대 등에게 보유세를 유예해주고 차후 주택을 매각했을 때 시세차익을 이용해 양도소득세와 합산해 세금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 A씨는 3년 전 주택담보·신용·보험계약대출을 끌어모아 서울시내 신축 아파트를 구입했다. 부부가 둘 다 대기업에 다니는 고소득자이지만 매달 내는 대출 원리금이 500만원을 넘다 보니 가계적자에 허덕이는 삶이 지속되고 있다. 마이너스통장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수억원이 됐고 카드값을 제때 못 내는 달도 있다. 아파트값이 3년 만에 10억원에서 16억원으로 올라 지인들의 부러움을 샀지만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에 잠 못 드는 날도 많다.

당정이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 사다리를 세운다는 명목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를 본격화했다. 현행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집을 사는 무주택자는 LTV가 40%다. 1주택 이상 유주택자는 그마저도 0%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10억원을 넘는 점을 고려할 때 자기자금이 6억원 이상 필요한 셈이다.

상대적으로 자금이 부족한 청년층이나 부모 지원이 부족한 저소득층에는 내집마련 사다리가 사라졌다는 논란이 계속됐다. 결국 정권 말 대대적인 정책 수정 작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지속되는 집값 폭등으로 영끌 대출과 ‘패닉 바잉’이 확산되고 이는 다시 집값을 올리는 악순환이 반복돼 무리한 규제 완화라는 우려 역시 뒤따른다.



LTV 규제 완화 시 월 원리금 증가액은?


정부는 올 7월 시작되는 3기신도시 사전청약에서 신혼희망타운에 당첨되면 앞으로 발생하는 시세 차익의 10~50%를 정부와 공유하되 LTV는 70%까지 허용하도록 했다. 다만 최대한도는 4억원으로 제한했다.

신혼희망타운은 ▲결혼기간이 7년 이내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무주택가구 구성원 ▲1년 이내 혼인 사실을 증명한 예비 신혼부부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한부모 무주택가구 구성원 등이 신청할 수 있다. 신혼희망타운 당첨자는 전용 모기지를 이용해 연 1.3% 고정금리로 최장 30년 동안 빌릴 수 있다. 만약 4억원을 대출받았다고 가정하면 10년 만기 기준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은 약 377만원이다.

이와는 별개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무주택 실수요자를 위한 LTV 규제 완화를 추진해 빠르면 5월 방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당은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당 내부에선 무주택자 LTV를 현행 대비 최대 20%포인트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60% ▲조정대상지역 70%가 된다.

주택가격을 10억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LTV 40%(대출금액 4억원)를 10년 만기·KB국민은행 평균 금리 2.8%로 빌리면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은 426만원이다. 같은 대출 조건으로 LTV 70%를 적용하면 한 달 원리금은 746만원으로 320만원이 증가한다. 연간 8952만원을 갚아야 하는 셈이다.



가계부채 뇌관 우려… 대안 없나?


대출 규제 완화 논쟁은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LTV 규제가 강화돼 신용대출이나 P2P대출 등 금리가 더 높은 ‘영끌’ 대출까지 가세, 패닉 바잉을 확산시켰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더 낮은 주택담보대출을 늘릴 경우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현재 저금리가 지속되는 시장에선 집값의 뇌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장기 무주택자나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제한적으로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도 “과도한 대출 완화가 과거 하우스푸어 사태와 같은 가계부채 부실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가를 낮춘 신규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고 공공분양을 늘리는 등 대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에도 분양가는 시세의 70~80% 수준이고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기준 완화로 시세의 90%까지 높아졌다. 분양가를 낮출 경우 LTV 규제를 완화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선 각 당 후보들이 ‘반값 분양 아파트’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공공분양 아파트의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방식이 청년층의 집값 문제를 해소하는 데 일부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를테면 서울시가 지난해 내놓은 ‘지분적립형 분양주택’ 모델은 분양자가 분양가의 20~40%만 내고 20년이나 30년 동안 잔금을 분할상환할 수 있는 방식이다.

민간이 50% 공공이 50% 지분을 나눠 갖고 10년 전매 제한 후 매각 시 이익을 절반 공유해야 한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개인이 갖는 시세차익이 기존 방식 대비 절반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전매 제한이 끝난 후 매각할 수 있다고 해도 계속 거주하는 유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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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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