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위 1% 세금'이라더니 1주택 중산층 덮친 종부세 폭탄

조선일보 2021. 5. 8.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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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후 종부세 대상 가구 4년 동안 강남·서초 1.5배 느는 사이 강동구 600배, 동작구 700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오후 서울 강동구 상일동 일대 아파트단지 전경. /남강호 기자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해 종합부동산세가 과세되는 서울의 공동주택 수가 문재인 정부 4년 만에 4.7배나 늘었다. 잘못된 정책으로 집값을 역대 정부 최악으로 올려놓은 정부가 세금까지 역대 최악으로 올렸다. 문 정부 출범 전만 해도 종부세는 서울의 100가구 중 4가구만 내는 ‘부자 세금'이었다. 공시가격이 평균 19%나 인상된 올해엔 서울 아파트 4가구 중 1가구가 종부세 대상이다. 4년 전 18가구뿐이던 서울 동작구의 종부세 대상이 올해는 1만3060가구로 늘어 700배나 폭증했다. 강동구도 600배 가까이 늘었고, 서대문구·성동구·마포구 등지에서도 수십 배씩 늘었다. 집 한 채 가진 평범한 중산층도 종부세 폭탄을 피해가기 힘들 지경이 됐다.

4·7 보궐선거 참패 직후 민주당은 “종부세 도입 취지대로 상위 1%만 부담시키자”며 종부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 조정할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친문 강경파가 “종부세는 소수에게만 부과된다” “종부세 때문에 선거에 진 게 아니다”라며 반발하자 기준 완화를 검토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다. 부동산 정책 조정을 위해 출범시킨 민주당 부동산 특위는 만 60세 이상 1주택자 중 소득 없는 고령자만 종부세 납부를 미룰 수 있게 해주는 방안 정도만 만지작거린다. 공시가격은 과속 인상하면서 고가 주택 기준을 현실에 맞게 상향 조정하는 것은 미적댄다. 모두 정치적인 이유다.

지금 서울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11억원을 넘어섰는데 고가 주택 기준은 12년 전 9억원 그대로다. 노무현 정부 당시 도입한 종부세는 서울 강남의 고가 주택을 겨냥해 전국 상위 1% 미만에 매기던 세금이었는데, 문 정부에서는 중산층 실거주자까지도 종부세 폭탄을 맞게 됐다. 이 속도면 내년에 종부세 대상은 전국에서 100만명을 넘어서게 된다.

국민이 집값 올려 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집 팔아 차익을 챙긴 것도 아니다. 원래 살던 집에 그대로 살고 있고 늘어난 수입도 하나 없는데 ‘집값 올랐으니 종부세 내라’고 막무가내로 세금을 물린다. 정책 실패를 국민들에게 떠넘기는 폭정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종부세 대상자가 전국 가구의 3.7%뿐이라며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소수 대 다수로 갈라치는 ‘부동산 정치’에 매달린다. ’96대4′의 편 가르기가 선거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악정(惡政)이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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