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잠들어있다” 텐센트 임원 글에 中 네티즌들 분노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1. 5. 8.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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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아가는 우릴 모욕”
지난 4월 27일 중국 후베이성의 한 대학에서 학생들이 코로나 백신을 맞으려 줄을 서 있다./AFP 연합뉴스

“우리가 청년들에게 경의를 표시하기 위해 바쁘게 계획하고 있을 때 정작 청년들은 잠들어 있다.”

중국 대형 인터넷 업체인 텐센트 공보 담당 임원인 장쥔(張軍)이 지난 4일 오전 9시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런 글을 올렸다. 4일은 중국의 ‘청년절’이다. 장씨의 글은 단 한 문장이었지만 청년들이 충분히 노력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러자 중국 네티즌들이 분노한 용광로처럼 들끓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청년들을 모욕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7일 현재 ‘텐센트 장쥔의 청년 수면론(論)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키워드는 조회 수 2억 건 이상을 기록했다. 한 네티즌은 늦은 퇴근 시간을 거론하며 “청년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잠을 푹 자게 하는 것”이라고 했고, 일부 네티즌은 청년의 수면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마오쩌둥 전 주석의 어록을 소셜미디어에 옮기고 있다.

장씨가 중국 대형 IT 회사 임원이라는 점을 지적한 글도 많다. “인터넷 기업이야말로 자극적 콘텐츠로 인터넷 사용량을 늘려 쉽게 돈을 벌지 않느냐”며 “자본의 개가 청년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반응도 있었다. 장씨나 텐센트는 7일까지도 해명이나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청년층에게 훈계했다가 중국에서 봉변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 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馬雲) 전 회장은 2019년 사내 행사에서 “젊을 때 996을 하지 않으면 언제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중국 네티즌의 맹비난을 받았다. 996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일하는 중국 IT 업계의 근로 관행을 뜻하는 말이다.

1999년 알리바바를 창립했을 때만 해도 “실리콘밸리와 경쟁하려면 국영기업 직원처럼 정시 출퇴근해선 안 된다”는 마윈의 주장이 중국 젊은 층에게서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알리바바의 영향력이 커지고, 취업난과 생활고에 대한 젊은 층의 불만이 커지면서 996은 ‘기업가의 착취’로 뜻이 바뀌었다. IT 기업가를 “자본가”로 부르며 비판하는 여론이 커지는 것을 두고 청년층의 불만을 기업에 돌리고 IT 기업가들을 견제하려는 중국 당국의 전략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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