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어버이날의 ‘삐삐’

곽아람 Books 팀장 2021. 5. 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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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쓴 '폭력에 반대합니다'./위고

“우리의 부엌 선반에 작은 돌멩이를 올려둔다면 좋겠습니다. 어린이들과 우리 스스로에게 ‘폭력에 반대합니다’라는 말을 계속해서 상기시키는 수단으로 말입니다.”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으로 잘 알려진 스웨덴 동화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1907~2002)은 1978년 독일 출판서점협회 평화상 수상 자리에서 이런 연설을 합니다. 당시 스웨덴 사회에서는 아동 체벌을 법적으로 금지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았습니다. 린드그렌은 ‘더 단단한 고삐’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한 모자(母子)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아들이 말썽을 부리자 난생 처음 체벌을 결심한 엄마는 아이에게 직접 회초리를 구해오라고 합니다. 한참 후 돌아온 아이는 울며 말합니다. “회초리는 못 찾았어요. 그렇지만 엄마가 내게 던질 수 있는 돌멩이를 구해 왔어요.” 엄마는 눈물을 터뜨리고 맙니다. ‘엄마는 나를 아프게 하고 싶어 해. 그렇다면 돌멩이도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아이 마음이 읽혔기 때문이죠. 엄마는 그 돌멩이를 부엌 선반에 놓아두었답니다. 체벌은 절대로 안 된다는 다짐을 영원히 일깨우기 위해서요.

아동 폭력 근절 메시지의 기념비로 꼽히는 린드그렌의 연설문 ‘폭력에 반대합니다’(위고)에 담긴 일화입니다. 린드그렌은 18세에 미혼모가 되었죠. 유부남이던 아이 아버지가 불이익을 당할까 몰래 아들을 낳아 수년간 코펜하겐의 위탁모에게 맡겨둔 일에 평생 죄책감을 느낍니다. 부모 노릇에 대한 고민과 회한이 ‘삐삐’ 등 여러 명작을 낳는 힘이 됩니다. 린드그렌의 연설 이후 40여 년이 흘렀지만 국내 아동 학대 치사 건수는 최근 5년 새 일곱 배 늘었다는군요. 오늘은 어버이날, 많은 부모들이 ‘나는 어떤 부모인가’ 되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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