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하반기 해외여행 숨통" 이륙 시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 각국이 빗장을 걸어 잠근 지 1년이 넘었다. 예전처럼 비행기를 타고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갈 수 있는 날이 올까. 당장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지만 실낱같은 희망은 보이기 시작한다. 코로나19 이전처럼 연간 연인원 1억 명 가까이 오가는 상황은 당장 어렵겠지만, 동남아시아 및 유럽 일부 국가 등에서 서서히 여행 문호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美·EU ‘기대’…日·中 ‘흐림’
승객이 국제선 항공편을 이용하는 데는 항공편의 운항 권리 ‘운수권’과 국가마다의 출입국 정책이 좌우한다. 두 가지가 모두 맞아떨어져야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항공 여행이 가능하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면 미국과 유럽 등으로의 여행은 지금보다 쉬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도 미국 여행은 출발 3일 전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만 지참하면 입국이 가능하고 격리도 없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은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주요 도시로 꾸준히 다니고 있다. 특히 이달 15일(현지 시간)부터는 미국령인 괌이 외국인 입국 시 자가 격리를 폐지한다. 일부 여행사는 벌써부터 괌 여행상품 판매에 나섰다.
유럽도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지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독일 프랑크푸르트,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 이전부터 수요가 많았던 거점 노선은 운항이 지속됐다. 장거리 여행지로 유럽을 좋아하는 국내 여행객의 선호도를 감안하면 백신 접종 완료자 자가격리 면제가 이뤄졌을 때 수요 회복이 기대된다. 몰디브는 지난달부터 외국인 입국 시 2주간 격리를 면제하고 이스라엘은 이달 23일(현지 시간) 국경을 개방하면서 항공사들이 항공편 회복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여행객들이 많이 가던 일본과 중국 사정은 녹록지 않다. 일본은 외국인 입국 거부가 계속되고 있다. 관광객 무비자 조치는 지난해 중단했고 올 들어서는 자국인 및 영주권자의 배우자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비자 발급을 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해외 항공사 운항을 통제해 국내 항공사들은 베이징, 상하이에 여객편을 못 띄우고 있다.
일본, 중국 단거리 노선이 주력인 저비용항공사(LCC)들은 두 나라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기만을 바라고 있다. 한 LCC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대형 항공사들이 취항하지 않았던 일본, 중국의 소도시까지 여객편을 띄우며 신규 여행 수요를 발굴한 경험이 있다”며 “코로나19 방역 상황에 따른 여행 제한 해제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위해서는 ‘항공사 생존’이 중요
코로나19 이후 승객들이 비행기를 타려면 우선 항공사들이 비행편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려면 ‘코로나19 보릿고개’부터 이겨내야 한다.
이미 올해 3월 국내선 여객 수(260만 명)가 2019년 3월(257만 명)을 능가할 만큼 잠재 수요는 있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예비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노쇼(No Show) 백신’을 맞는 사람들 상당수는 하반기 해외여행을 기대하며 접종에 나서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하고 국가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격차가 벌어지는 등 상황은 예측 불허다. 송기한 한국교통연구원 항공교통연구본부장은 “코로나19 확산 직후 나왔던 항공사의 대량 파산과 같은 예측도 상당수가 빗나간 만큼 상황이 유동적이라 코로나19 이후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과거 여행객이 많이 찾았던 일본,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의 대외 정책이 변수다. 백신 접종 속도가 더딘 가운데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일본, 강력한 입국 통제 정책을 펴고 있는 중국 베트남 등은 항공업계 예측만으로 미래를 짚기 쉽지 않다.
일단 정부는 어떻게든 항공사들을 살리는 쪽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 트래블버블이 대표적이다. 항공사들로서는 트래블버블이 고용, 경영을 유지하며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 실낱같은 희망이다. 지난달 트래블버블을 개시한 호주와 뉴질랜드는 각각의 국적 항공사인 콴타스, 에어뉴질랜드가 코로나19로 회사를 떠났던 직원들을 복귀시키며 경영난 해결 기대를 키우고 있다.
○日 하네다·中 다싱…“미래 동북아 항공패권 경쟁 대비해야”
코로나19 이후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지만 동북아 하늘은 세계적으로도 주목받을 치열한 경쟁을 앞두고 있다. 도쿄 올림픽에 맞춰 슬롯을 늘린 도쿄 하네다공항, 중국의 새 관문공항이자 동북아 허브공항을 목표로 2019년 9월 개항한 베이징 다싱국제공항 모두 코로나19 확산으로 잠시 멈춘 꿈을 향해 뛸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은 먼 미래로 보이지만, 어느 정도 항공 수요만 회복되면 이후에는 한중일 3국이 사활을 건 하늘길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중국 갈등이 이어지고 코로나19 백신 구도가 미국과 영국을 위시한 서방권과 러시아와 중국을 앞세운 비(非)서방권으로 나뉜 데 따른 여행 차별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하네다공항이 노선 경쟁 우위에 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수도권 수요를 확보하기 쉬운 하네다공항은 이미 미국, 유럽, 동남아, 인도, 오세아니아 등 노선망을 유치했다. 중국을 둘러싼 상황이 예전과 달라졌다지만 풍부한 자국 수요를 토대로 한 다싱공항의 비상도 예견할 만하다.
그동안 ‘동북아 허브 공항’을 기치로 일본, 중국 등의 환승객을 대거 유치해 성장했던 인천공항으로서는 코로나19 이후 보복소비 수요만으로 미래를 장담하기 쉽지 않다. 송 본부장은 “코로나19 이후 동북아 항공시장은 허브 선발주자인 한국을 따라잡기 위한 일본, 중국의 공세가 예상된다”며 “항공산업 생태계의 회복과 성장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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