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선의 뇌가 즐거워지는 과학] 오래된 부부가 서로를 더 모른다

장동선 뇌과학자·궁금한뇌연구소 대표 2021. 5. 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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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부부도 A/S가 필요하다
행복한 부부도 A/S가 필요하다. /학지사

사귀기 전이라면 아는 것이 많지 않아도 알아가고 싶은 것이 아주 많을 것이고, 사귀고 나서 시간이 좀 지난 후에는 남들보다는 제법 많이 알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결혼 바로 전이라면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제일 잘 알고 있으며 무조건 이해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을 것이고, 결혼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내 옆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일 거라고 확신하게 된다.

과연 그럴까? 한 연구에 따르면 결혼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부부에 비해 10년이 넘은 부부들이 더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일수록 서로에 대해 가장 잘 안다고 믿고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알고 있는 사실과 알고 있다는 믿음의 간극이 컸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서로에 대해 알고 있던 것들이 변했는데도 그 변화를 업데이트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화목하던 결혼 생활이 어느 순간 고통으로 변해 상담실을 찾은 부부들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그 사람은 변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행복한 부부도 A/S가 필요하다’(학지사)의 저자 연문희 교수는 말한다. 45년 넘게 결혼생활을 한 저자는 수십년간 상담 심리 전문가로 활동하며 여러 부부를 만난 경험을 책에 담았다. 그는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다”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은 부부 관계를 만드는 첫 번째 발걸음이라고 이야기한다. 변화는 나쁘고 두려운 것이 아니라 나부터 먼저 받아들여야 좋다고 설명한다. 사람은 모두가 다르며 가장 가까운 사람조차도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느끼는 고유한 존재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에 스스로를 먼저 맞추려는 변화의 노력이 더 좋은 관계를 만든다고 한다.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이런 말이 있다. “제자리에 있기 위해서는 온 힘을 다해서 뛰어야 해.” 사랑과 결혼의 행복도 비슷하다. 지금 행복하다고 저절로 미래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행복을 위해서 끊임없이 뛰어야 한다. 부부의 날도 있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우리 모두 한껏 뛰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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