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내 어머니에 대해서 말해 줄게
[경향신문]
자콜비 새터화이트의 어머니 파트리샤는 평생 팝스타가 되고 싶었다. 그는 곡을 쓰고, 카세트테이프에 노래를 녹음하고, 그림을 그렸지만, 자신에게 주목해주는 이들도, 작업을 알릴 수 있는 매체도 만나지 못한 채 평생을 보내야만 했다. 비디오, 조각, 3D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 음악 등 장르와 매체를 가리지 않고 역동적인 가상세계를 만들어온 작가 자콜비 새터화이트는 어머니가 창작한 음악, 드로잉 등을 자신의 작품에 적극적으로 등장시켜 기술 자본주의의 현재를 묻는 작품을 선보여 왔다.
10년간 어머니의 음악을 녹음하면서 또 다른 종류의 협업작업을 구상하던 그는 2016년 어머니를 잃었다. 상심을 뒤로하고, 어머니가 작곡한 노래, 테이프, 그림 등을 바탕으로 기술진, 음악가들과의 본격적인 협업을 거쳐 전시회를 열었다. 전시 제목 ‘집에 있다’는 어머니의 노래 가사에서 가져왔다.
디지털 스크린에서는 디스코 볼이 반짝이고, 전시장은 파트리샤의 노트에서 가져온 초현실적이고 모호한 이미지의 벽지로 덮여 있다. 작가는 현란한 이미지 안에 깨끗한 진열대를 배치하고 어머니의 그림과 노래 가사, 어머니의 작업들을 디지털이미지로 재해석한 영상을 설치했다. 자유롭게 춤추며 행복을 만끽하는 가족의 모습이 담긴 홈비디오 영상도 한자리를 차지했다. 자콜비 새터화이트가 뮤지션들과 함께 편곡한 파트리샤의 노래는 청취스테이션에서 VR 헤드셋으로 들을 수 있다.
“예술은 제 개인적 트라우마를 재현하기 위한 일종의 도피행위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더 현재를 추구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내가 누구인지를 직시하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어머니의 육신은 눈앞에서 사라졌지만 그의 존재는 작업 안에서 영생을 얻었다.
김지연 전시기획자·d/p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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