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199] 코로나 시대의 집

백영옥 소설가 2021. 5. 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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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자가 격리자들을 위한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 화상 플랫폼인 ‘줌’으로 진행됐지만 봄의 창밖 풍경에 비해 참가자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집에만 있으니 우울하다는 말은 공통의 호소였다.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집에 대한 관심이 폭증했다. 가전제품이 인테리어화됐고, 안전상의 이유로 홈 파티가 뜨면서 밀키트나 다양한 식재료에 대한 수요도 폭증했다.

흥미로운 건 늘어난 체류 시간만큼 집이 좁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1.6배 늘었는데, 그 말인 즉 집이 1.6배 더 작게 느껴지는 것과 같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에 불어 닥친 미니멀리즘 열풍이나, 코로나 이후 전 세계적으로 집 정리 프로그램이 늘어났다. 공간을 가장 빨리 개선할 수 있는 것이 ‘버리기’와 ‘정리’이기 때문이다. 도미니크 로로는 ‘심플하게 산다’에서 “우리는 공간을 채우느라 공간을 잃는다. 거실을 인테리어 잡지에서 본 대로 꾸미느라 에너지를 잃고, 물건을 정리하고 치우고 찾느라 시간을 잃는다”라고 썼다.

코로나 때문에 서점이나 카페, 영화관 등 친근했던 공간이 거리 두기 시행 규칙에 따라 사라지고, 이런 공간적 축소는 심리적 위축으로 이어지며 코로나 블루로 연결된다. 그렇다면 좁은 집을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나는 침대 옆 소파를 치웠다. 소파 본연의 역할이 아니라 치우지 않은 물건을 쌓아 놓는 곳으로 바뀐 그곳에 요가 매트를 깐 것이다. 그렇게 안방은 침실이지만 요가와 명상을 하는 공간으로 바뀌었다.

버리고 재배치하는 것이 창조는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새로운 발견이다. 어쩌면 공간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비좁아진 우리 마음의 크기도 그렇게 비우고 재배치해야 하는 건 아닐까. 혼자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alone은 원래 all one, 즉 완전한 하나를 뜻한다. 코로나로 격리 중인 모든 이에게 위안을 전하며 말하고 싶다. 달리 생각하면 이것은 홀로 완전한 하나가 되는 경험이 될 수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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