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농지 쪼개기로 582억 차익" 54명 고발

박준철 기자 2021. 5. 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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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조사단 특정감사 두 달

[경향신문]

3기 신도시 7개 개발지구 등 조사
농지 투기 의심 등 1072명 적발
3명은 1년 동안 50억 넘게 챙겨
10대·90대 7명 ‘가짜 농부’ 드러나

경기도에 사는 A씨는 농업경영을 목적으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개발지구인 평택 현덕지구 농지 31개 필지 9973㎡를 33억6000만원에 사들인 후 해당 필지를 쪼개 167명에게 89억6000만원에 팔아 56억3000만원의 차익을 챙겼다. 전남에 사는 B씨는 주말체험농장을 운영하고 농사를 짓겠다며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 평택 현덕지구 일대 농지 16개 필지 7884㎡를 2020년 6월부터 지난 2월23일까지 34억원에 매입한 후, 261명에게 86억3000만원에 쪼개기로 팔아 52억3000만원을 챙겼다. B씨는 ‘원정 투기’를 한 것이다. 경기도에 사는 C씨도 평택 현덕지구 농지 14개 필지 1만3020㎡를 33억원에 사들인 뒤 135명에게 96억6000만원에 쪼개 팔아 63억6000만원의 수익을 얻었다.

경기도 반부패조사단은 싼값에 농지를 사들인 뒤 쪼개기로 되팔아 막대한 차익을 챙긴 54명을 포함해 농지법 위반 1072명을 적발했다고 7일 밝혔다. 반부패조사단은 투기 의심 54명과 불법 임대 733명은 경찰에 고발하고, 휴경 279명은 농지처분 명령, 불법 전용 6명은 원상복구 명령 등 행정처분하기로 했다.

반부패조사단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사태와 관련, 지난 3월부터 경기도 내 농지법 위반 특정감사를 벌였다. 2013년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경기도와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사업을 추진 중인 광명 학온, 성남 금토, 용인플랫폼시티, 안양 인덕원, 안양 관양고, 평택 현덕지구 등 6개 개발지구와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고양 창릉, 안산 장상, 광명 시흥,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가 예정된 7개 개발지구에서 거래된 7732개 필지를 중점 감사했다.

감사 결과 321개 필지 38만7897㎡에서 농지법 위반이 적발됐다. A씨 등 투기 의심자 54명은 축구장 12개 규모인 농지 156개 필지 12만1810㎡를 345억원에 사들인 뒤 0.08~1653㎡씩 쪼개 2214명에게 927억원에 되팔아 581억9000만원의 수익을 봤다. A씨 등 3명은 시세차익이 50억원이 넘는다. 반부패조사단은 투기 의심자들은 농지를 산 뒤 취득 당일로부터 평균 1년 이내에 되팔아 큰 시세차익을 거뒀다고 밝혔다.

농지를 사들인 뒤 다른 사람에게 불법 임대(183개 필지 28만3368㎡)한 733명도 적발됐는데, 농지와 직선거리 30㎞ 이상 떨어진 거주자가 91%(663명)에 달했다. 반부패조사단은 “이들은 농지 취득 당시부터 영농의사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농사를 짓지 않는 19개 필지 1만238㎡의 소유자 279명에게는 농지처분 명령이 내려졌고, 농지를 포장해 진입로나 주차장으로 사용하거나 창고로 불법전용한 2개 필지 1288㎡의 소유자 6명은 원상복구 명령을 받았다.

이번에 적발된 이들 중에는 10대·90대도 있었다. 10대 3명은 2015년부터 주말체험농장을 하겠다며 농지 644㎡를 매입했고, 90대 이상 고령자 4명도 ‘가짜 농부’로 드러나 농지법 위반과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반부패조사단 관계자는 “이번 감사는 투기 가능성이 큰 농지 대상 표본 조사를 한 것”이라며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서는 시·군의 적극적인 농지실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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