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큰손 "ESG 경영" 요구 커진다

정환보 기자 2021. 5. 7. 20: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계 1·2위 자산운용사 블랙록·뱅가드 등 한국기업에 주주권 행사 급증
아시아 국가·비재무적 이슈에 집중.."정부·기업의 선제적 대응 필요

[경향신문]

ESG |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로,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매출과 영업이익 등 전통적 재무지표 외에 친환경과 사회적 책임 등을 고려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총체적으로 반영한다.

지난해 4월 한국전력은 세계 최대 규모의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으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베트남 붕앙과 인도네시아 자와 지역에서 추진 중이던 대규모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에 대해 ‘명확한 전략적 근거’를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설명하라는 요구가 담긴 서한이었다. 과다하게 탄소를 배출하는 석탄발전소 투자 계획을 철회하라는 압박이었다.

LG화학도 지난해 5월 LG폴리머스 인도 공장 가스 누출 사고의 원인과 이사회·경영진의 대응, 재발 방지를 위한 회사의 계획 등 시시콜콜한 사항까지 모두 제출해달라는 블랙록의 요구를 받았다.

LG화학은 사건 진행상황을 포함해 안전보건 사안에 대해 내부 경영위원회가 매월 CEO에게 보고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답변을 블랙록에 제출했다. 한전은 이사회에서 베트남·인도네시아 석탄발전소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같은 해 10월 발행한 ‘2020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해외에서 신규 석탄발전 사업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22일 기후정상회의에서 ‘신규 해외 석탄발전소에 대한 공적금융지원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큰손’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7조3180억달러(약 8210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세계 1위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2위 뱅가드그룹 등이 한국 기업을 상대로 직접 주주행동에 나선 건수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은 투자 규모가 큰 미국·유럽·일본 기업들이 주 타깃이었지만, 앞으로는 한국을 향한 ESG 개입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여 “기업은 물론 금융당국 등의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7일 발표한 ‘글로벌 자산운용사 ESG 관련 주주권 행사 추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블랙록이 주주제안 표결에 참여한 한국 기업은 27곳으로 파악됐다. 2019년 12개사의 2.3배에 이른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네이버 등 시가총액 상위 기업이 대부분이었다. 전 세계에 투자하는 블랙록의 전체 주주권 행사는 같은 기간 48.4%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아시아 국가에서는 92.4% 늘어났다. 뱅가드그룹이 주주권을 행사한 한국 기업도 2019년 삼성전자 한 곳에서 지난해 현대차, LG화학, 신한금융그룹을 포함한 4곳으로 증가했다. 주주권 행사 방향은 한국 사례처럼 아시아 국가 ESG 이슈에 주로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한이나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회 구성 등 지배구조와 기후위기 대응·탄소중립 추진 전략의 개선을 적극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ESG의 세 영역 가운데서도 특히 ‘환경’ 분야에서 지난해 아시아 기업들에 대한 관여 횟수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