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미국, 양자택일 요구 대신 '중국 견제' 자발적 참여 유도
[경향신문]
트럼프 행정부의 방식과 대비
신장위구르·티베트 인권 언급
민주주의 국가들이 형성한
국제질서를 중국에 수용케 해
당장은 압박 받지 않는 한국
이익 나눌 땐 후순위 밀릴 수도
영국 런던에서 지난 4~5일(현지시간) 열린 세계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중국 정책의 방향과 특성이 잘 드러나 있다. 특히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과 분명히 대비되는 차별성을 보였다.
G7 장관들은 회의를 마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을 비롯한 글로벌 이슈에 대한 대응과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회복 촉진, 팬데믹 퇴치 지원 등은 중국은 물론 우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면서 중국이 기존의 국제질서에 도전하지 말고 참여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또한 중국의 독단적이고 강압적인 경제정책과 관행에 맞서 글로벌 경제 회복력을 강화하는 데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신장위구르·티베트 등에서의 인권탄압 문제는 물론 대만까지 거론함으로써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향하는 국가들과 중국의 억압적 체제를 분명하게 대비시켰다.
이 같은 내용은 바이든 행정부가 지향하는 중국 정책에 ‘생각을 같이하는 세계 주요국’들이 적극 호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정책은 동맹국들을 거칠게 압박해 중국 배제의 선봉에 서게 하는 트럼프 방식과 달리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 폭을 넓히고 중국의 방식과 다른 국제질서를 강화하는 것이다. 동참하는 나라들이 안보·경제·첨단기술 등의 분야에서 주도적인 국제질서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얻어진 지분과 이익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바이든 방식이다. 중국을 배제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형성한 압도적인 질서를 수용하도록 한다는 점도 트럼프 방식과는 다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6일 BBC 인터뷰는 미국의 중국 정책을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는 “각국이 중국과 관계를 맺고 있고 중국과의 이익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중국과 미국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중국을 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국제적 규칙과 체계를 강화·유지하고 중국이 자신들의 입장에서 물러나 이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미·중관계에 정통한 정부 관계자는 “바이든 행정부는 국제사회 국가들이 의존하고 있는 국제질서와 규칙을 중국이 받아들이도록 지배적인 국제적 흐름을 만들려고 한다”면서 “동맹국들에 이게 동참하라고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얻어진 ‘전리품’을 나눠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에 대중국 견제에 동참할 것을 압박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 경제·안보 등 각 분야에서 한국과 소통하면서 ‘중국’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배려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동맹·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규범과 질서에서 얻어진 이익을 공유하는 데에서도 한국이 배제되거나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익명의 한 미국 전문가는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에 동참하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면서 “한국 판단에 맡기겠다는 미국 의중을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의 중국 정책은 트럼프보다 훨씬 전략적이고 치밀하다”면서 “당장 미국으로부터 압박을 받지는 않을지 몰라도 모호성 유지나 정책적 선택은 훨씬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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