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선호씨 덮친 컨테이너, 사고 발생 8일 전 검사서 '정상' 판정
원청업체 동방, 지난 10년 동안 산재 사고 사망자 5명
지난달 22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 부두에서 작업하던 대학생 이선호(23)씨를 덮쳐 숨지게 만든 개방형 컨테이너가 사고 발생 8일 전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 노동자들과 원청인 물류업체 동방이 입을 모아 이씨의 사망 사고 발생에 이 컨테이너의 결함이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부실한 컨테이너 관리 시스템이 사고의 근본 원인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한겨레>가 동방의 계열사인 ‘평택동방아이포트’ 누리집의 정보서비스를 확인한 결과, 지난달 22일 이씨가 숨진 사고 발생 과정에서 300㎏ 무게의 날개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한 개방형 컨테이너는 사고 발생 8일 전인 지난달 14일 오후 2시30분께 검사를 받고 ‘정상’을 뜻하는 ‘에스’(S, SOUND) 판정을 받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인력업체 소속으로 부두에서 일하던 이씨는 지난달 22일 오후 4시10분께 평택항 수출입화물보관 창고 앞에 있던 개방형 컨테이너에서 원청업체 동방에 소속된 지게차 기사의 지시로 나뭇조각을 줍던 도중 맞은 편에 있던 다른 지게차 기사가 이씨를 보지 못한 채 컨테이너 한쪽 날개를 접으면서 발생한 진동의 여파로 다른 쪽 날개가 접히면서 몸을 덮쳐 결국 숨졌다. 날개 하나의 무게는 300㎏이었다. (▶관련 기사 :300㎏ 철판에 깔린 ‘삶의 희망’…재훈씨는 정신을 잃었다)
현장 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개방형 컨테이너라면 한쪽 날개가 접힌다고 해서 다른 날개가 진동으로 함께 접히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방 쪽도 이를 두고 “문제가 있는 컨테이너 같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정작 사고 발생 8일 전 이뤄진 검사에선 ‘정상’ 판정이 나온 것이다. 컨테이너 검사는 보통 컨테이너가 항구에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한다. 이 때문에 컨테이너 검사 등 관리 시스템이 형식적이고 부실하게 운용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30년 가까이 해운과 물류업계에 종사한 경력이 있는 서성찬 정의당 평택시위원회 대외협력위원장은 “부실한 검사가 사고 원인 가운데 하나”라며 “정비를 받아야 할 컨테이너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정상적이지 않은 컨테이너가 작업장에 있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개방형 컨테이너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 곳은 주로 중국 르자오와 평택을 오가는 카페리를 운영하는 ㈜일조국제훼리와 중국선사 일조해통이다. 일조국제훼리는 동방이 73.3%나 출자한 회사로, 일조해통 쪽과 대리점 계약을 맺고 한국 쪽 업무를 담당한다. 일조국제훼리와 계약해 컨테이너 관리를 맡은 업체는 ㄷ사인데, 이 회사 역시 동방 출신의 사업가가 회사를 그만둔 뒤 만든 업체다. 이 때문에 출자나 이해관계 등으로 얽힌 관련 회사들이 서로 눈 감고 아웅 식으로 개방형 컨테이너를 관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동방 쪽은 이에 대해 “일반적으로 외관 검사를 하고, 기관적인 문제는 조작을 해봐야 알 수 있다. 그 전까지는 (날개가) 서 있는지 굽어 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며 “이해관계로 얽혀 검사를 부실하게 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검사를 진행한 ㄷ사 관계자도 “컨테이너는 정형화된 기준이 없다. 선박회사마다 검사 기준과 관리 기준이 다르다”며 “(해당 컨테이너는)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방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동방과는 완전히 다른 업체”라고 해명했다.
한편, 동방에서는 이씨의 사망 사고 이전에도 지난 10년 동안 5명이나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가 이날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동방의 산재 현황 기록을 보면, 지난해 기준 이 업체에서 사고 재해만 14건 발생했다. 동방의 지난해 사고재해율(노동자 100명당 발생하는 사고재해자 비율)은 0.89로, 고용노동부가 집계한 지난해 전체 사고재해율(0.49)에 견줘 1.8배나 높았다. 게다가 동방에서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174명이 산재 사고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산재 사고로 사망한 이는 5명이나 됐다.
박준용 신다은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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