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 뛰어도 평가익 0원..'암호화폐 투자 기업' 야릇한 회계

[암호화폐 광풍]판매목적 외엔 무형자산
장부가보다 낮으면 손실 반영
가치 올라가도 손익 처리 안해
상장사 아니면 기준조차 없어

"기업실체 보여주라는 원칙과 상반"
"보수적 회계가 투자자 보호" 논란

로이터 연합뉴스

게임업체 네오위즈 모회사인 네오위즈홀딩스는 올해 초 1만원대였던 주가가 최근 3만원 선으로 2배 넘게 올랐다. 네오위즈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투자회사 네오플라이가 암호화폐(가상자산) 관련주로 분류돼서다. 실제로 네오플라이는 지난해 말 기준 암호화폐 47억원어치를 갖고 있다고 공시했다.

테슬라, 넥슨 등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기업이 부쩍 늘며 이 회사들의 회계 처리와 손익 반영 방식도 관심사다. 일부에선 현재의 회계 기준이 암호화폐와 투자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국내 상장회사와 금융회사 등에 적용하는 국제회계기준은 기업이 보유한 암호화폐가 판매 목적이면 재고자산, 그 외의 경우에는 모두 무형자산으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국제회계기준 해석위원회와 한국의 회계기준원이 이같이 방침을 정해서다.

이는 암호화폐를 현금으로 볼 수 없고, 주식처럼 지분을 가진 것도 아닌 데다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금융 자산이나 부채 등을 넘겨받을 계약상 권리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쉽게 말해 암호화폐를 일반 주식이나 채권 같은 금융 투자 자산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국제회계기준을 따르는 대다수 기업은 보유 중인 암호화폐를 회계 장부에 물리적 실체가 없는 무형자산으로 반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카카오가 2대 주주인 두나무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용사인 두나무는 비트코인 등 보유 중인 463억원 규모 암호화폐를 ‘기타 무형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암호화폐를 기업의 무형자산으로 간주하면 암호화폐의 가치 변동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무형자산은 그 가치가 장부가격보다 낮아지면 차액을 평가 손실로 반영하지만, 반대로 가치가 올라갈 경우 증가액은 기업의 손익에 포함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이 암호화폐를 실제로 처분해 이익이 발생할 때만 영업 외 이익으로 반영할 수 있다.

상장사 등이 아닌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적용하는 기업은 아예 정해진 기준이 없는 탓에 자체적으로 회계 처리를 한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코인원의 경우 직접 보유한 암호화폐의 가격이 오르면 그 평가이익을 영업 외 이익으로 잡는다. 이 회사가 지난해 반영한 가상자산 평가이익은 49억원에 이른다.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인 테슬라 역시 미국의 일반기업회계기준을 적용받지만, 코인원과는 다르게 암호화폐 평가이익이 아닌 실제 암호화폐 처분을 통해 얻은 이익만 기업 재무제표에 반영하고 있다.

최병철 창원대 세무학과 교수는 “암호화폐를 보유한 기업이 그 가치 변동을 장부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가 순이익이 적게 날 것으로 예상될 때 이를 처분해 이익을 조절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가 올해 1분기 비트코인 매각 차익으로 사상 최대 순이익을 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 회계사는 “암호화폐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하게 한 지금의 회계 기준은 기업의 실체를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원칙과 다소 상반돼 보인다”며 “다만 요즘처럼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락할 때는 평가 손실만 장부에 반영하는 보수적인 회계 처리가 투자자 보호에 더 적합할 수 있다”고 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