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 반갑다".. 코로나로 숨죽였던 꽃시장, 모처럼 활기
“졸업식엔 꽃시장이 썰렁했는데, 이번 달에는 ‘가정의 달’ 특수로 손님이 북적인다.”
7일 낮 12시에 찾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생화 도매시장은 상인들과 신문지로 둘둘 싼 꽃을 더미째로 들고 오가는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자정에 문을 열어 오후 1시까지 운영되는 꽃시장은 마감 직전까지 활기가 돌았다.
졸업식과 입학식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타격을 입었던 꽃시장과 화훼농가가 가정의 달 특수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양재 꽃시장에서 25년째 일하고 있는 김희순(66)씨는 “지난해 졸업시즌에는 꽃을 사러 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생화 시장 마감시간까지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진다”면서 “자식이면 부모에게 꽃 한 송이는 해드리는 날이라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어버이날이 주말인 점도 꽃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대학생 김모(26)씨는 “주말인 어버이날에 부모님과 함께 할머니 댁을 방문하기 전에 꽃다발을 사러 왔다”면서 “설날까지 5인 이상 가족 모임이 금지됐었는데, 이번에는 직계가족들이 조금 넉넉하게 만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여전히 ‘5인 이상 사적 모임’은 금지된 상황이지만, 직계 가족은 8인까지 모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버지와 어머니,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 그리고 손자와 손녀, 이렇게 8명은 동시에 모일 수 있는 것이다. 자녀뿐만 아니라 며느리와 사위, 손자와 손녀 모두 직계가족에 포함된다.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화훼 도매상가에서 만난 상인 이모(58)씨는 “김영란법 이후 스승의 날은 이전만큼 챙기지 않아도, 어버이날에는 카네이션을 사가는 손님들이 꾸준히 온다”면서 “회사에서 어버이날 맞이 꽃을 전달하는 행사를 진행하면서 대량으로 주문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코로나로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꽃을 폐기하기도 했던 화훼농가도 5월 성수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5월의 신부’를 맞는 결혼식장이 주로 생화 장식으로 식장을 꾸미기 때문이다. 리시안셔스, 수국, 작약 등 식장을 장식하는 데 인기가 있는 꽃들은 지난해 말보다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
익산의 한 화훼농가를 운영하는 이성모(가명·50)씨는 “리시안셔스를 재배해 주로 호텔 예식장에 납품하는데, 한단 가격이 지난해의 두 배 가격인 9000원~1만2000원 수준”이라며 “결혼 시즌에 맞춰 주말에도 도매시장에 납품하기 바쁘고 일손이 부족할 정도로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결혼식을 올리는 예비 신혼부부들이 늘면서 화훼농가도 덩달아 바빠졌다. 지난해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까지 격상되면서 결혼식을 미루는 예비 신혼부부가 많았다. 올해는 지난해 결혼식을 미룬 수요까지 몰린 셈이다.
웨딩플래너 전모(33)씨는 “지난해에는 거리두기로 인원수가 50명까지 제한되면서 결혼식을 미루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모두 진행하는 분위기”라며 “서울 강남구의 인기가 많은 식장들은 내년 5월까지 토요일 점심 예식 일정이 차 있다”고 말했다.
화훼농가와 꽃시장 상인들은 지난해 말 졸업식이 취소되면서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을 때보다는 나아진 상황이지만, 여전히 코로나 이전 수준의 매출을 회복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에 따르면 양재동 화훼공판장의 이달 1~7일 카네이션 절화(折花·가지째 꺾은 꽃) 거래량은 7만9693속이다. 이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5월 1~7일 카네이션 거래량(8만2008속)보다 줄어든 수치다.
고속버스터미널 화훼 도매상가에서 생화를 판매하는 박모(46)씨는 “다가오는 어버이날을 앞두고 사람들이 몰렸지만, 평소에는 손님이 많지 않다”면서 “교회나 절에서 꽃 주문을 많이 하는데, 코로나 이후 행사가 줄면서 수요도 크게 줄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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