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 9년 멈춘 '투자시계' 다시 돌린다

한재영 기자 2021. 5. 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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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산업(003240)이 지난 10년 가까이 멈춰 있다시피 한 경영 시계를 다시 돌릴 채비를 하고 있다.

실제로 태광산업은 지난 2012년 탄소섬유 증설 이후 이렇다 할 설비 투자가 전무하다.

태광산업뿐 아니라 흥국화재·흥국생명 등 금융 계열사까지 태광그룹 전체적으로 지난 2012년 오너인 이호진 회장이 배임·횡령으로 송사에 휘말린 이후 주요 투자가 올스톱 상태다.

최근 새롭게 투입된 태광산업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보다 적극적인 투자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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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대규모 설비투자로 성장 모색
이르면 이달 LG화학과 AN증설 발표
작년 이익잉여금 3조·순현금 1.1조
친환경사업 등 후속투자 기대 고조
이호진 회장 출소 앞두고 쇄신효과도
[서울경제]

태광산업(003240)이 지난 10년 가까이 멈춰 있다시피 한 경영 시계를 다시 돌릴 채비를 하고 있다. 최근 외부 출신 대표이사 2명이 새롭게 방향타를 잡으면서 그간 ‘오너 리스크’에 묶여 올스톱됐던 대대적 설비 투자 계획도 서서히 구체화되고 있다. 여타 석유화학 업체들이 과감한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강화에 나섰던 것과 달리 태광산업은 과거 10여 년간 성장이 정체됐다. 내부적으로는 “더 가만히 있다가는 완전히 도태될 수 있다”는 절박한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주요 석유화학 제품 증설 검토를 조만간 마무리해 단계적으로 이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호탄은 LG화학과의 아크릴로니트릴(AN) 합작 투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AN은 자동차·가전 내·외장재 소재인 고부가합성수지(ABS)와 의료용 장갑 소재인 NB라텍스 원재료로 쓰인다. 합작 투자는 이르면 이달 중 공식화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전방산업 수요 증가로 LG화학이 생산하는 ABS·NB라텍스 수요가 늘자 원재료인 AN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태광산업과 합작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태광산업은 현재 연산 29만 톤 규모의 AN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 2위 업체다.

태광산업은 이와 별개로 친환경 사업 확대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 차원에서 다양한 친환경 사업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태광산업의 투자 움직임을 매우 이례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가 “태광산업은 신규 투자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업체”라고 했을 정도로 투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광산업은 지난 2012년 탄소섬유 증설 이후 이렇다 할 설비 투자가 전무하다. 태광산업뿐 아니라 흥국화재·흥국생명 등 금융 계열사까지 태광그룹 전체적으로 지난 2012년 오너인 이호진 회장이 배임·횡령으로 송사에 휘말린 이후 주요 투자가 올스톱 상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오는 10월 이 회장 만기 출소를 앞두고 조직 재정비와 분위기 전환 필요성에 대한 내부 목소리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10년 가까이 신규 투자가 멈추면서 기존 사업으로 소위 ‘먹고살 만큼’은 이익을 내지만, 사업의 확장성이 극히 떨어진다는 평가다. 섬유 소재인 스판덱스의 경우 최근 중국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제한된 생산 능력 탓에 이익이 제한적이다. 효성그룹이 최근 몇 년 새 중국·브라질·터키에서 선제적인 증설 투자를 통해 스판덱스 시장 지배력을 확대한 것과 대조적이다. 태광산업은 수년간 대규모 투자가 없었던 탓에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익잉여금이 3조 원에 이르고, 순현금(현금성 자산-차입금)으로 1조 1,000억 원을 쌓아두고 있다.

최근 새롭게 투입된 태광산업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보다 적극적인 투자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태광산업은 지난 5년간 석유화학 사업을 이끌었던 홍현민 대표가 물러나고 최근 LG 출신의 정찬식 대표가 신규 선임됐다. 정 대표는 LG화학에서 ABS사업부장이었다. 섬유 사업 수장에는 효성 출신의 박재용 대표가 지난해 선임됐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신규 투자는 오너 부재로 10년 가까이 침체됐던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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