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에게 새 삶 주고 떠난 故 정다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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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판정을 받은 20대 여성이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장기기증이라는 어려운 결심을 한 고인의 부모는 "(딸이) 다른 누군가를 통해 살게 되면 그나마 남아있는 가족에게는 위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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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사판정을 받은 20대 여성이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장기기증이라는 어려운 결심을 한 고인의 부모는 “(딸이) 다른 누군가를 통해 살게 되면 그나마 남아있는 가족에게는 위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 4일 고(故) 정다솜(29)씨는 친척집을 방문한 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어머니의 차를 타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정씨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뇌출혈로 의식을 찾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정씨의 부모는 딸이 다시 건강해지길 기도했지만 의료진으로부터 소생 가능성이 없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수년 전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던 부모는 인하대병원에서 말기 환자 4명에게 폐·간·좌우 신장을 기증했다.
어머니 노향래(57)씨는 “다솜이의 심장이 누군가의 몸 속에서라도 살아서 뛸 수 있길 바랐지만, 뇌출혈로 집중치료 중 심장쇼크가 와서 결국 심장은 기증하지 못하고 다른 장기만 했다”며 “다솜이는 어른 공경도 잘하고, 도움이 필요한 분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장기를 받으신 분들이 그저 건강하게 잘 사시길 기도한다”고 울먹였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젊은 딸을 잃은 슬픔을 감히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느냐”면서 “그런 슬픔 속에서도 타인을 배려하는 숭고한 이타정신을 보여준 부모님께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한편 외동딸인 정씨는 대견한 딸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말썽 한 번 피운 적이 없고 집안 사정이 어렵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대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용돈을 마련했다.
대학 졸업 후 LG유플러스에서 근무한 정씨는 전공인 영문학을 살려 영어학원을 차리기 위해 미국 유학길에 나섰다.
정씨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1년 과정의 영어교육전문가과정을 마친 후 귀국해 인천에서 영어학원을 열었지만 문을 연지 6개월 만에 쓰러졌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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