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노조 '총파업 카드'로 대화 물꼬 열리나..11일 협의회 주목

김준범 2021. 5. 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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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가 총파업을 가결했다.

어제(6일) 진행한 전조합원 투표에서 투표자의 77%가 총파업에 찬성했다.

택배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관계자는 "대형 아파트 단지와 갈등이 길어져 이미 피로도가 커진상황에서 파업을 길게 끌고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국 택배사들이 가입한 한국통합물류협회도 "아직은 대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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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조가 총파업을 가결했다. 어제(6일) 진행한 전조합원 투표에서 투표자의 77%가 총파업에 찬성했다. 쟁의행위를 위한 최종 절차는 마무리됐다.

다만, 파업이 임박한 분위기는 아니다. 택배노조 집행부는 파업 돌입 시기를 못박지 않았다. 조금 더 추이를 지켜보고 '정말 불가피할 때' 파업 개시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 '파업권' 카드 지렛대로 활용 전략…사측과 정부에 대화 촉구

택배노조의 방점은 파업권을 일종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쪽에 가 있다. 합법 파업에 언제든지 돌입할 수 있으니 택배 회사와 정부가 적극 나서라고 압박하는 모양새다. 일종의 '내유외강' 전략이다.

서울 고덕동에서 '택배 차량 출입 갈등'이 지난달 1일 불거졌다. 이후 한 달 넘게 회사와 정부가 무책임하게 뒷짐만 져왔다는 게 노조 측 시각이다. 이제라도 대화와 중재의 장으로 나오라는 요구다.

택배노조가 당장 파업에 돌입하기 힘든 내부적인 사정도 있다. 전체 조합원 6천4백여 명 중 합법 쟁의권을 확보한 조합원은 2천명 정도다. 파업 동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총파업 투표에서 찬성률 77% 정도였던 점도 즉각 돌입을 망설이게 하는 부분이다. 노조 스스로도 "반대·기권한 23% 조합원들은 시간을 갖고 대안을 모색하라는 의견으로 판단한다"고 해석했다.

택배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관계자는 "대형 아파트 단지와 갈등이 길어져 이미 피로도가 커진
상황에서 파업을 길게 끌고 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 사측은 완강…정부 "대화로 풀겠다" 물밑 노력 시작

택배노조의 이런 움직임에 정부와 사측의 대응에는 온도차가 감지된다. 택배 회사 측은 "회사가 나설 문제가 아니다. 관할 대리점이 해결할 문제다" 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일부 예외가 있기는 하나 택배는 우유나 신문 배달처럼 대리점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택배 회사는 지역별로 관할 대리점을 두고, 각 대리점이 소속 택배기사와 계약을 맺는 구조다.

그러니 문제의 고덕동 아파트 단지도 관할 대리점이 나서서 해결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전국 택배사들이 가입한 한국통합물류협회도 "아직은 대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하나로 ‘택배기사 과로 방지대책 협의회’를 가동하기로 했고, 가장 최근에는 4월 20일에 노사정이 한자리에서 만났다.

반면, 정부는 기류가 다르다. 택배노조의 중재 요구를 계기로 물밑 노력을 시작할 태세다. 물류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택배 기사 건강권을 관할하는 고용노동부가 역할을 분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심야배송' '분류작업' 이슈 등으로 택배 기사들의 건강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택배기사 과로 방지대책 협의회>도 지난해 말부터 가동되고 있어, 대화의 틀을 새로 꾸릴 부담도 크지 않은 상황이다.

■ 곧 대화는 시작될 듯…근본적 해법은 갈 길 멀어

사측은 미온적이지만 정부가 일단은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대화는 곧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다음주 11일 <택배기사 과로 방지대책 협의회>도 예정돼 있다. 안건 자체는 다르지만, 이번 파업에 대한 최소한의 의견 교환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택배노조는 정부가 중재에 나선다면 파업을 보류하거나 돌입 시기를 상당 기간 미룰 방침이다. 대화를 건너 뛰고 바로 파업에 돌입하면 '국민 불편 가중'이라는 여론의 비판도 클 수 있다는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화의 자리가 마련된다 해도 근본적 해법까지는 갈 길이 멀다.

아파트 주민의 안전한 보행권 vs 택배 기사의 건강한 노동권, 어느 한 쪽을 일방적으로 손 들어주기 어렵기에 뒤집어서 어느 쪽도 100% 만족스러운 해법을 찾기 어려운 문제다.

김준범 기자 (jb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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