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 회계감사 하겠다는 LH..약속 지킬까?
'국민 주거권을 보장하는 주거복지'
한국토지주택공사 LH의 최우선 전략목표입니다.
주거복지를 위해 LH가 하는 일은 임대아파트 공급·관리입니다.
임대아파트에는 생계·의료급여 수급자와 한부모가족, 장애인 등 사회적으로 배려가 필요한 사람들이 주로 살고 있습니다. 또 최근엔 신혼부부들이 거주하는 행복주택 임대아파트도 늘고 있는 추세죠.
전국에 이런 임대아파트는 총 844개 단지. 72만 6천 호가 있습니다. 원래는 LH의 관계기관인 <주택관리공단>에서 임대아파트를 관리하다가, 지난 2004년부터 민간 업체를 선정해 위탁 관리를 맡기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17년 전 일입니다.
LH는 이때 시범적으로 경기 파주금촌3단지, 이천갈산 단지, 춘천퇴계7단지 등 전국 13곳 아파트 단지에 대한 관리를 민간으로 넘겼습니다.
그러면 지금 누가 이 아파트를 관리하고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대로입니다. 한 관리업체가 벌써 17년째 맡고 있는 겁니다.
매년 성과 평가…교체는 '0'건
보통 민간 아파트와 LH의 분양 아파트 단지들은 2년에 한 번씩 경쟁입찰을 통해 관리업체를 변경합니다. 지속적인 감시를 통해 비리가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섭니다.
하지만 LH는 임대아파트에 대해서만 조금 다른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자신들이 매년 관리업체를 평가해 2년 연속 하위 5% 성적을 받은 관리업체를 교체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면 얼마나 교체가 됐을까요?
전국 844개 단지 중, 단 한 곳의 관리업체도 교체되지 않았습니다. '무려 17년 동안' 말입니다.
전수조사 한 결과가 믿기지 않아서, MBC가 확보한 데이터가 잘못된 건 아닌지, 결과는 맞는지 LH에 물어봤습니다.
LH는 "평가를 통해 교체된 단지는 없다. 다만,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관리업체는 지속적으로 교체하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지속적으로 교체'한 단지가 얼마나 되냐고 물어봤더니, LH는 총 8곳이라고 했습니다.
전체 임대아파트 844곳의 0.9%.. 1%도 안 되는 수치입니다.
게다가 이 사례들 중엔, 관리업체의 부도, 언론사의 고발 뉴스 등 외부적인 요인 때문에 교체된 곳들도 있었습니다.
임대아파트 대부분이 30년 국민임대주택입니다.
전 LH 관리소장을 지낸 A씨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대로라면 임대아파트가 무너지기 전까지 관리업체는 변하지 않는다. 경쟁 없는 '철밥통'… 과연 공정한가?"
회계감사 없이 30년 운영?
임대아파는 회계감사도 안 받습니다.
민간 아파트는 1년에 한 번 의무적으로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고, 이를 방해하면 1년 이하 징역,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하지만, 임대아파트는 회계감사 의무대상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회계감사를 약속한 날 관리소장이 잠적하거나, LH가 회계감사 비용을 임차인 개인에게 떠넘겨 불발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한번 선정되면 임대아파트가 존속하는 30년 동안 바뀌지 않을 수 있고, 회계감사까지 안 받는 관리업체.
관리업체가 관리비를 부정하게 사용해도 이를 적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임대아파트 임차인들은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A 씨/임대아파트 임차인] "여기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절반 이상이 기초생활수급자들입니다. 정말 한 푼을 아껴야 되는 상황에 있는 분들이, 2천만 원 3천만 원의 관리비를 더 부담을 하는 게 너무나도 답답해요."
관리업체 관독기관은 LH
사실 가장 큰 문제는 LH의 방임입니다.
아무리 관리업체가 부실하게 관리를 한다고 해도, 최상위 감독기관인 LH가 제대로 잡아낼 수만 있다면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겠죠.
LH는 매년 아파트 단지 평가를 통해 관리업체를 평가하고, 문제가 있는 업체는 교체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17년 동안 한 곳도 바꾸지 않은 걸 보면, LH의 평가 시스템이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큰 의문이 듭니다.
그렇다고 LH는 비리를 고발하는 임차인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임차인이 자회사에 청소·경비 용역 일감을 몰아준 관리업체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더니, LH가 관여할 수 없는 문제라고 답했고, 관리업체가 부당하게 사용한 관리비를 돌려받아야 한다며 회계감사를 요구한 임차인에게는 '당신 돈으로 감사를 하라'고 말했습니다.
[B 씨/임대아파트 임차인] "이렇게 비리가 있는데 왜 LH에서 묵과를 해주고 그러냐… 제대로 좀 해달라, 처리해달라 그랬더니, 자꾸만 관리업체를 편들고 옹호해주고, 오히려 우리한테 '전문가도 아닌데 뭐 그러냐'… 우리를 너무 무시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MBC가 취재를 시작하자, LH는 비리가 의심되는 단지 100곳을 정해 올해 회계감사를 하고, 비리가 적발되면 즉시 퇴출시킨다고 했습니다.
또 현재 매년 관리업체 교체 비율도 하위 5%에서 하위 10%까지 늘린다고 밝혔습니다.
과연 이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잘 지켜보겠습니다.
이문현 기자 (lmh@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1/econo/article/6171397_348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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