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버뮤다 삼각지대, 알고 보니 '바다거북 양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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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의 버뮤다 삼각지대는 항공기와 선박이 감쪽같이 사라진다는 미스터리로 유명한 해역이다.
그러나 신화가 사라진 이 해역이 수수께끼에 싸인 바다거북의 양육장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오히려 최근에는 버뮤다 삼각지대를 서쪽 끝으로 하는 사르가소해가 뱀장어의 번식장이자 어린 바다거북의 양육장이라는 사실이 잇따라 밝혀지면서 생태학적 가치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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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바다거북 대규모 해조 숲 펼쳐진 사르가소해 이동 확인..유럽뱀장어 산란장이기도
북대서양의 버뮤다 삼각지대는 항공기와 선박이 감쪽같이 사라진다는 미스터리로 유명한 해역이다. 그러나 신화가 사라진 이 해역이 수수께끼에 싸인 바다거북의 양육장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버뮤다 삼각지대는 1945년 미 공군의 어뢰 투하 공격기 편대 5기가 훈련비행 중 사라지고 수색에 나선 해군 구조함마저 13명의 승조원과 함께 실종되는 사건을 시작으로 초현실적인 힘이 작동하는 신비로운 바다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해역이 애초 선박 운항이 잦은 곳인 데다 열대폭풍의 길목이라 사고 위험이 크고 대부분의 실종사건에 근거가 희박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오히려 최근에는 버뮤다 삼각지대를 서쪽 끝으로 하는 사르가소해가 뱀장어의 번식장이자 어린 바다거북의 양육장이라는 사실이 잇따라 밝혀지면서 생태학적 가치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북대서양 서쪽에 있는 폭 1100㎞ 길이 3200㎞의 사르가소해는 모자반 속의 해조류가 대량으로 증식해 바다 표면에 떠다니는 검푸른 잔잔한 바다이다. 쥘 베른의 고전 과학소설 ‘해저 2만리’의 배경이기도 한 사르가소해는 해조류가 대규모로 떠다녀 범선이 꼼짝달싹 못하고 갇혔다는 신화를 낳기도 했다(실제로는 무풍지대 탓으로 해조류는 항해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갈색 해조류 숲은 햇볕을 흡수해 수온을 올리고 먹이를 풍부하게 해 다양한 동물을 끌어들이는 대양의 피난처 구실을 한다. 유럽과 북미의 강과 하천에 사는 모든 뱀장어가 6000㎞에 이르는 먼 길을 떠나 사르가소해에서 번식하는 이유이기도 하다(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중국, 대만 등에 분포하는 동아시아 뱀장어는 필리핀과 괌 사이, 마리아나 해구 북쪽의 해저 산맥에서 산란한다).
캐서린 맨스필드 미국 센트럴플로리다대 교수 등 미국 연구자들은 바다거북의 한살이가 사르가소해와 관련이 있음을 일련의 연구를 통해 밝혔다. 미국 동해안 일대 해변에서 깨어난 어린 붉은바다거북과 푸른바다거북이 첫 1∼2년 동안 어디서 무얼 하다가 다시 태어난 바다로 돌아오는지는 오랜 수수께끼였다.
맨스필드 교수팀은 그 비밀을 밝히기 위해 어린 바다거북의 이동을 장기간 추적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태양전지를 갖춰 전지의 무게를 최소화해 9.5g에 지나지 않고 10시간 동안 켜지고 48시간 동안 꺼진 사이 충전을 하는 구조였다. 장치는 몇 달 뒤 저절로 떨어져 나간다.
이 추적장치를 단 붉은바다거북을 미국 동해안의 대륙붕 위에 풀어놓았더니 멕시코만류를 타고 수동적으로 떠다닐 것이란 학계의 믿음과 달리 일부는 조류를 헤치고 사르가소해로 향했다. 이 발견은 2014년 발표됐지만 방류한 17마리 가운데 사르가소해로 향한 개체는 7마리에 지나지 않았다.
맨스필드 교수팀은 이번에 또 다른 멸종위기 바다거북인 푸른바다거북에 초소형 위치 추적장치를 달아 비슷한 실험을 했다. 장치를 달아 풀어놓은 새끼 거북 21마리는 멕시코만류를 따라 북상하다가 14마리가 해류를 거슬러 사르가소해로 이동했다.
맨스필드 교수는 “푸른바다거북은 이전에 추적한 붉은바다거북보다 더 많은 수가 적극적으로 사르가소해로 방향을 틀었다”며 “이로써 어린 바다거북이 그저 해류를 따라 표류하면서 자란다던 초기 생활사에 관한 오랜 통념은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 거대한 해조 숲 바다가 거북에게 풍부한 먹이를 제공하는 한편 포식자로부터 지켜주고 주변보다 따뜻한 물에서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에 참여한 제닛 와이네켄 플로리다 애틀랜틱대 생물학자는 “어린 바다거북이 어디서 자라는지 아는 것은 이 멸종위기종을 보전하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된다”고 말했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DOI: 10.1098/rspb.2021.005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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