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어하우스, 꼭 모르는 사람과 살아야 하나요?".. 용산 청년주택 미달 쇼크
좋은 입지와 저렴한 임대료로 2030의 인기를 끌었던 역세권 청년주택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가 실제 계약에서 상당수 공실이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셰어하우스' 형태로 공급하는 평형에서만 105명이 미달됐다. 청년층 사이에선 “무작위로 룸메이트를 배정하기 때문”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7일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SH공사는 지난달 30일 ’2021년 1차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고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 입주자 105명을 다시 모집하는 중이다. 오는 12~14일 청약을 받고 31일 서류심사 대상자를 발표한다. 소득과 자산이 기준에 적합한지 등 심사를 거쳐 10월 중순쯤 계약을 진행한다. 11월 입주 예정이다.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는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 인근에 위치한다. 지하 7층, 지상 35~37층, 2개동, 총 1086실로 역세권 청년주택 중 최대 규모다. 역세권 청년주택 1호 사업으로 진행됐고 호반건설이 시공했다. 763실은 시행사 용산피에프브이(PFV)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공급했고, 나머지 323실은 SH공사가 공공임대로 공급했다.
미달 물량은 SH공사 공공임대 물량 중 셰어하우스형(2인 1실)에서 발생했다. 당첨자 다수가 계약하지 않고 이탈한 결과다. 앞선 지난해 10월 최초 공급에서 셰어하우스형은 다른 평형보다 인기가 저조했으나 미분양은 없었다. 39㎡A 일반형은 97실 공급에 무려 1만218명이 신청해 경쟁률 105.3대 1을 기록했고, 39㎡B 셰어하우스형은 98실(196명) 모집에 343명이 신청해 경쟁률 1.8대 1을 기록했다. 평형별 인기가 극명하게 엇갈렸으나 미분양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재모집 공고로 대규모 물량이 미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105명의 입주자를 다시 모집한다는 건 신청자 343명 중 91명만 입주하고 대부분은 계약을 포기했다는 의미여서다.
왜 셰어하우스 평형만 미달됐을까. 이 주택 셰어하우스는 거실과 방 2개, 욕실 1개 구조다. 보증금 3288만원, 월세 4만2000원(또는 보증금 2448만원, 월세 8만4000원)으로 임대료가 저렴하다.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는 용적률 961.97%로 지어진 탓에 일각에서 ‘닭장 같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일반평면들의 인기를 고려하면 좋은 입지와 낮은 임대료가 단점을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셰어하우스 평형의 미달은 셰어하우스였기 때문으로 귀결된다.
2030 사이에선 “친구와 한 방에 거주할 수 있도록 배정해주면 좋을 텐데, 무작위로 방을 배정받도록 하는 바람에 친구와 함께 입주를 신청해도 다른 방에서 각자 다른 룸메이트와 살아야 한다”면서 “꼭 모르는 사람과 셰어하우스에 살아야 하느냐”는 불만이 나왔다. 마음 맞는 친구나 지인과 짝을 이뤄 입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얘기다. 민간 셰어하우스에 입주할 땐 이렇게 친구와 룸메이트를 하기로 하고 함께 2인 1실 방에 입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 청년 A씨는 SH공사 게시판에 “룸메이트 생활을 오래 한 친구와 함께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 셰어형에 지원, 같이 당첨되면 공과금과 임대료를 절약하며 괜찮은 공간에서 지낼 수 있겠다 싶었다”면서 “그러나 무작위로 호실을 배정하며 같이 당첨되더라도 임의로 배정해줄 수 없다고 해, 지원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는 “무작위로 배정하면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하루아침에 가족으로 살아야 한다”면서 “생활 습관과 패턴, 성격이 서로 맞지 않을 확률이 매우 크다. 룸메이트를 지정해 배정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적었다.
청년층 사이에선 비슷한 반응이 우세하다. 직장인 이승모(24)씨는 “요즘 세상이 무서운데 누가 남이랑 살려고 하겠나”면서 “랜덤으로 룸메이트를 배정 방식이라면 아무리 조건이 좋더라도 신청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수민(26)씨도 “요즘 같은 시국에 모르는 사람과 한방을 써야 한다는 조건이라면 신청하기 꺼려진다”면서 “친구와 함께 신청할 수 있다면 무조건 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취업준비생 김정범(33)씨는 “이번 재모집 공고를 보고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에 관심이 갔지만, 생판 모르는 남과 한집에 살아야 한다는 ‘셰어형’만 있다는 공고문을 보고 바로 마음을 접었다”면서 “함께 살다가 한 명이 나가면 일정 기간 혼자 집을 쓸 수 있으니, 그걸 악용해 괴롭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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