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 사라진 전자부품..삼성도 LG도 '활짝'
삼성전기·LG이노텍 1분기 호실적
MLCC 호황에 아이폰 효과까지..전망도 '쨍'
주요 납품 고객인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성적에 따라 희비가 갈렸던 부품업계가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시작된 비대면 열풍에 힘입어 1년 중 비수기인 1분기에도 국내 양대 부품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모두 기대 이상의 호실적을 기록했다. 애플의 아이폰12의 역대급 흥행도 뒷받침 됐다.
전통적으로 실적이 나빴던 2분기 역시 분위기 반전이 기대된다. 전세계적인 반도체 수급 불안에 대한 압박은 남아있지만 예년의 비수기 때 겪은 실적 악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 스마트폰 '훨훨', 부품사도 '펄펄'
삼성전기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2조3719억원, 영업이익은 331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11%, 99% 늘었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2배가 된 셈이다. 실적 개선에는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를 담당하는 컴포넌트 부문의 힘이 컸다. 컴포넌트 부문 매출은 1조8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 비대면 수요의 증가로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소형 MLCC와 고용량 정보기술(IT) 제품용 MLCC 판매가 크게 늘어난 덕이다.▷관련기사: 삼성전기, 반도체 대란에도 MLCC 잘 나간다(4월28일)
LG이노텍의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6% 증가한 3조703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468억원으로 97.3% 늘었다. 역시 작년 1분기의 2배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으로 삼성전기의 영업이익을 앞섰다. 역대 1분기 중 최대 영업익이기도 했다.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아이폰12 출시 효과가 집중됐던 작년 4분기와 비교해도 영업이익은 1.3% 증가했다. 단 매출은 20.1% 줄었다. 작년 애플은 부품 공급 문제로 아이폰 출시를 기존 9월에서 10월로 한 달가량 연기했다. 이에 따라 종전에는 3분기와 4분기에 분산 적용됐던 아이폰 효과가 4분기로 쏠리면서 작년 4분기 LG이노텍 광학솔루션 부문은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관련기사: 덩치 키운 LG이노텍-내실 챙긴 삼성전기(1월28일)
아이폰 출시 지연 효과는 올해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아이폰12는 출시 두 달 만에 5000만대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대 아이폰 중 최대 판매량이다. 그 중에서도 전작보다 높은 사양인 '프로' 모델의 인기가 높은 것이 LG이노텍에는 호재였다. 아이폰12 프로에는 LG이노텍의 트리플 카메라와 ToF(비행시간 거리측정) 모듈 등이 탑재된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11 시리즈의 경우 전체 판매량의 45%가 프로 모델이었다면, 아이폰12 시리즈 중 프로 모델의 비중은 전작 대비 10% 포인트 늘어난 55%였다"고 전했다. 전체 아이폰12 구매자 중 절반 이상이 프로 모델을 선택한 셈이다.
이에 따라 LG이노텍에서 카메라모듈을 담당하는 광학솔루션 부문의 매출은 2조25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26% 감소한 수준이지만, 작년 4분기가 최대 성수기였다는 점은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LG이노텍 관계자는 "계절적 비수기에도 견조한 수요가 지속되고, 스마트폰용 트리플 카메라와 3D(3차원) 센싱모듈 등 고부가 제품 판매가 이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 비수기에도 MLCC는 계속 간다
스마트폰 출하량이 둔화되는 2분기는 부품사들의 전통적 비수기로 꼽힌다. 통상 삼성전자와 애플 모두 2분기에는 신작 전략 스마트폰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2분기는 분위기가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삼성전기 모듈 부문이 카메라 모듈의 수요가 감소하는 계절적 비수기 영향을 피하지는 못할 것으로 관측한다. 반도체 부족으로 스마트폰 출하가 부진한 영향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올해 1분기부터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삼성전자 보급형 스마트폰 제품에 고사양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기 시작한 것이 큰 폭의 수요 감소를 막아낼 가능성이 있어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21이 예년보다 출시 시기를 앞당기면서 모듈 공급 역시 앞서 이뤄진 영향으로 삼성전기 모듈 부문은 올 1분기 다소 부진한 성적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7% 감소한 841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49% 증가했다. 실적 방패는 '보급형 스마트폰'이었다. 삼성전자가 올초부터 보급형 스마트폰에 힘을 주기 위해 카메라 모듈에도 고사양 제품을 탑재하기 시작하면서 삼성전기의 모듈 부문의 계절성이 희미해진 셈이다.
여기 더해 주요 수입원인 MLCC와 반도체 기판도 높은 수요가 이어져 2분기 실적 하락을 방어할 전망이다. MLCC의 경우 지난해부터 비대면 관련 수요 호조와 함께 자동차 시장이 살아나면서 수요가 꾸준하게 증가하는 추세다. 기판 사업 역시 스마트폰에서 5G 채용이 늘어나고 개인용컴퓨터(PC)시장이 성장하면서 고성능 패키지 기판 수요가 늘고 있다. 최근 대만 경쟁사인 유니마이크론에서 발생한 화재로 반도체 기판 수급 상황이 빡빡해진 것도 삼성전기에는 호재다.
고의영 연구원은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PC, TV, 게임기 등 언택트 관련 MLCC 수요가 강하게 유지되고 있다"며 "화웨이를 둘러싼 점유율 경쟁도 있고, 부품 부족에 대한 안전 재고를 확보하려는 스마트폰 업체들의 부품 축적 수요도 견조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도체 기판의 타이트한 수급이 지속되면서 판가가 인상되고 있다"며 "올해 기판솔루션 사업부의 이익 기여도는 16%에 달해 MLCC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사업 포트폴리오가 확실히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2분기 넘어 하반기에도 '아이폰' 효과
LG이노텍도 올해는 상반기에 받는 계절적 비수기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아이폰의 제품 출시 주기 상 2분기 일정 부분의 실적 감소는 불가피하겠지만, 현재 아이폰의 수요 강도를 감안하면 전년 대비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박찬호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애플 아이폰12의 출하량과 LG이노텍이 3D센싱 카메라와 센서 시프트를 공급하는 고가 모델(아이폰12 프로)의 판매 비중이 2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반기는 더 밝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이폰12 시리즈 판매 호조의 기저효과로 아이폰13 시리즈의 흥행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지만, 아이폰13 시리즈의 수요가 전작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애플 역시 스마트폰 교체 주기(사이클)가 강력하고 선진국 중심으로 백신이 활발히 보급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아이폰13 시리즈의 수요를 아이폰12보다 강하게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세계에서 아이폰에 대한 수요 예측을 가장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애플이 하반기 신모델에 대한 생산량을 전작 대비 약 10% 더 준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아이폰13 시리즈의 수요가 아이폰 12 시리즈의 수요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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