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퍼컴퓨터보다 1000배 빠른 구글의 양자컴퓨터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2021. 5. 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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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훈의 天地人] 김재완 카이스트 부설 고등과학원 교수 ②/②
구글 최고경영자인 순다르 피차이가 지난 2019년 구글이 공개한 양자컴퓨터 옆에 서 있다./구글

☞ ①/②편에서 계속

김재완 고등과학원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연 양자컴퓨터가 가상자산(암호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을 붕괴시킬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해 있는지 궁금해졌다. 양자컴퓨터는 이런 수준까지 발전해 있나? 또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김 교수의 전공인 양자컴퓨터로 화제를 옮겼다.

—인터넷 보안에 사용되는 소인수분해나 타원곡선 암호체계의 경우 양자컴퓨터가 비밀키를 어느 정도 빨리 찾을 수 있나?

“300자리 숫자를 소인수분해하는데 수퍼컴퓨터를 사용하면 10억년 정도 걸리지만 양자컴퓨터가 충분히 발전하면 1초면 가능하다는 주장이 있다.”

—이런 양자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할 수 있다고 보고 어떤 사람들은 할 수 없다고 본다. 나는 양자컴퓨터가 그 정도 수준까지는 못갈 것 같다.”

‘양자 우위’ 선언한 구글

—현실적으로는 어느 수준까지 발전해 있나?

“구글에서 2019년에 53큐비트(qubit, 양자컴퓨터의 계산 단위)의 양자컴퓨터를 만들어 어떤 문제를 3분 20초만에 푼 적이 있다. 디지털 수퍼컴퓨터로 계산을 하면 1만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양자 우위’를 선언했다. 며칠 뒤 IBM이 지상 최고의 수퍼컴퓨터로 계산을 했더니 이틀 반이 걸렸다. 사실상은 1000배 정도 빠른 셈이다.”

구글은 세계 민간 기업 가운데 양자컴퓨터 연구의 선두 주자이다.

—1000배라고 해도 엄청나게 빠른 속도 아닌가? 가상자산을 해킹해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속도라고 볼 수 있지 않나?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50큐비트 양자컴퓨터는 2의 50제곱의 숫자를 한 단위로 해 계속 연산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엄청나게 큰 숫자가 움직이는 반면, 정보가 이동할 때 깨어지기도 쉽다. 디지털 컴퓨터는 정보가 깨어져도 오류정정부호를 써서 오류를 바로잡기 쉽지만, 양자컴퓨터는 오류정정부호를 쓰기가 매우 어렵다.”

—왜 그런가?

“디지털 컴퓨터에서는 예컨대 10 비트 중에 오류정정부호 용으로 1비트만 쓰면 되는데, 양자컴퓨터는 1큐비트 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오류정정부호 용으로 수백큐비트를 써야 한다. 그러니 구글의 53큐비트 양자컴퓨터도 오류정정부호를 포함할 경우 실제 연산 능력은 1큐비트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수백큐비트가 사실상 1큐비트의 기능을 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양자컴퓨터를 만들기 힘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면 앞으로도 인터넷 블록체인은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나?

“제대로 된 큐비트 1000개 정도면 지금 인터넷 보안은 다 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오류정정부호까지 생각해 제대로 된 양자컴퓨터가 되려면 100만 큐비트 정도가 되어야 1000 큐비트 컴퓨터의 역할을 할 수 있다. 100만 큐비트의 컴퓨터를 만들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양자컴퓨터의 원리

이야기가 나온 김에 양자컴퓨터의 원리에 관해 간단히 물어 보기로 했다.

—양자컴퓨터의 원리는?

“빛의 속성과 연관이 있다.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지나간다고 해 보자. 눈으로 보기에는 한 줄기 빛이 단순히 직진하는 것으로만 보인다. 그러나 빛은 전자기 현상인데, 빛의 전자기장을 분석해 보면 빛의 진행 방향에 대해 수직 방향으로 진동하는 수직 편광(偏光, polarization)과 수평 방향으로 진동하는 수평 편광을 동시에 갖고 있다. 만약 하나의 차단망으로 예컨대 수직 편광을 차단하면 수평 편광만 통과된다. 반대로 수평 편광을 차단하면 수직 편광만 통과된다. 그런데 같은 차단망을 45도로 비스듬하게 세우면 수직 편광과 수평 편광이 둘 다 통과할 수 있다. 빛을 이동시키는 경우의 수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전문 용어로 양자 중첩(quantum superposition)이라고 한다.”

김 교수는 이 설명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직사각형의 노란색 플라스틱 판(편광판)을 하나 들어 컴퓨터 화면에 가로로 댔다. 그랬더니 화면이 약간 노랗게 보였다. 빛이 편광판을 통과한 것이다. 이어 같은 같은 종류의 플라스틱판을 하나 더 꺼내 세로로 세워 그 위에 댔더니 컴퓨터 화면이 검어지면서 보이지 않았다. 빛이 통과하지 못했다.

이어 같은 종류의 세번째 플라스틱판을 하나 더 꺼내 오른쪽 위에서 45도로 비스듬히 세운 뒤에 첫번째와 두번째 플라스틱 판 사이에 끼워 넣었다. 그랬더니 화면이 중간 정도의 밝기로 다시 살아났다. 김 교수는 “빛의 45도 편광은 수직 편광과 수평 편광을 동시에 갖고 있다. 수직 편광을 0, 수평 편광을 1이라고 할 때 0과 1을 동시에 나타내는 셈”이라고 말했다. 차단망(편광판)의 사용, 비사용, 왼쪽 45도 사용, 오른쪽 45도 사용에 따라 빛을 보낼 수 있는 4가지 경우의 수가 생겼다.

선글래스가 편광렌즈인지 아닌지는 한 렌즈에 다른 렌즈를 수직으로 세워 겹쳐 보면 된다. 겹쳐서 빛이 통과하지 못해 검게 변하면 두 렌즈 모두 편광렌즈이다./위키피디아

—이런 속성을 이용하면 어느 정도 계산이 빨라지나?

“디지털 컴퓨터에서 1비트는 0과 1 가운데 한가지를 표현할 수 있다. 그러니 비트 4개는 2의 4제곱가지 경우의 수의 조합, 즉 0000부터 1111까지 16가지 정보를 표현할 수 있다. 다만 16가지 정보 중 한번에 한 정보만 나타낼 수 있다. 한번에 0000만 표현하던가, 1111만 표현하던가 한가지만 표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양자컴퓨터에서 1큐비트는 4가지 표현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4큐비트면 4의 4제곱, 즉 16 곱하기 16이 되므로, 위의 16가지 서로 다른 정보를 동시에 나타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같은 시간에 같은 양의 빛을 광케이블을 통해 초전도 방식으로 전송해도 정보 전달의 양이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난다. 8큐비트, 16큐비트 식으로 큐비트가 계속 증가하면 양자컴퓨터에서는 이처럼 계산 공간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큰 계산도 빨리 할 수 있다.”

양자암호의 약점

—만약 양자컴퓨터가 그렇게 성능이 좋다면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양자암호나 양자 가상자산도 만들 수 있지 않나? 그러면 양자컴퓨터로도 해킹이 어렵게 되지 않겠나?

“실제로 양자암호가 있었다. 미국 물리학자인 스티브 위스너(Wiesner)가 위조가 불가능한 양자화폐 아이디어를 대학시절에 기숙사에서 룸메이트였던 찰스 베넷에게 설명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1984년에 베넷이 암호학회 회의에 참석했다가 암호학자와 교류하면서 대학생 때 들었던 아이디어를 활용해 양자암호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1989년에 처음 실험을 했는데, 그 때 그 모델에 기반해 지금의 양자암호가 만들어져 사용되고 있다.”

양자암호를 처음으로 만든 미국 IBM의 연구원 찰스 베넷./위키피디아

—왜 아직 보편화되지 않았나?

“이 양자암호는 수학적 방식이 아니라 빛의 편광 방식을 활용한다. 빛의 알갱이인 광자(光子, photon)를 사용한다. 우리가 보통 광케이블을 통해 초전도 방식으로 통신을 할 때에는 수천만개의 광자가 동시에 이동한다. 그러나 양자암호를 쓸 때에는 한 개의 광자를 이동시켜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이 하나의 광자는 에너지가 약해 중간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양자암호를 보낼 수 있는 거리가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100km 정도 밖에 안된다.”

—한국에서도 양자암호가 사용되고 있나?

“SK텔레콤과 KT가 극도의 통신비밀이 요구될 때를 대비하여 양자암호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다. 양자암호로 한번 쓰고 버리는 1회용 난수표를 만들어 보내, 그것으로 비밀키를 쓴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스파이들이 쓰는 1회용 난수표의 작동 원리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가로 세로 각각 20칸 정도되는 공간에 0과 1 숫자가 빼곡히 적혀 있는 두개의 서면을 컴퓨터 화면 상에서 합쳤더니 한 서면에서는 0, 다른 서면에서는 1인 부분이 서로 겹치는 칸들이 나타났다. 그 칸들이 ‘LOVE’라는 글자 모양을 형성했다. 한 서면은 스파이가 본부와 그 때 그 때 주고 받는 메시지이고, 다른 서면은 스파이가 파견 전에 미리 보유하고 나가는 1회용 난수표책의 한 페이지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SK텔레콤은 지난 4월 23일 양자보안 5G 스마트폰 ‘갤럭시 퀀텀2'를 출시했다. 사진은 이를 기념해 서울 홍대 거리의 ICT 멀티플렉스 ‘T팩토리'에서 각종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스테이지 Q'./SK텔레콤

치열한 양자컴퓨터 경쟁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상자산의 보안 문제와는 별도로 양자컴퓨터 산업의 육성이 국가의 기술경쟁력 강화에 매우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별 경쟁도 치열할 것 같다. 가장 앞서가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은 민간 회사가 주도하고 있다. IBM과 구글은 초전도 방식으로 만들고 있고, 이온큐라는 회사는 이온상태를 큐비트로 이용한다.”

양자컴퓨터 전문업체 가운데 최초로 상장된 미국 이온큐의 홈페이지.

—중국은?

“중국은 국가가 주도해 양자암호 분야에서 잘하고 있다. 베이징에서 상하이까지 2000km를 광통신으로 연결해 양자통신망을 구축했다. 양자통신의 한계가 100km이기 때문에 100km마다 양자중계기가 있어야 한다. 해킹을 당하지 않으려면 이 중계기의 보안이 믿을만 해야 한다. 이 중계기 부분에서 도청의 염려가 있다.

중국은 최근에 위성통신까지 양자암호화 하는데 성공했다. 그래서 양자암호용 통신 위성을 춘추전국시대의 사상가였던 묵자(墨子)의 이름을 따서 묵자호라고 이름 붙였다. 묵자가 겸애설도 주장했지만, 그 당시에 유명한 엔지니어였다고 한다. 양자암호를 활용해 유럽과 시범적으로 무선 통신을 했다.”

양자컴퓨터의 중앙통제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는 중국 기술자들./신화

—다른 지역은?

“유럽 일본 호주 등에서도 양자컴퓨터를 연구개발 중이다.”

—한국은?

“최근 정부가 현재 컴퓨터보다 30조배 이상 빠른 연산이 가능한 양자컴퓨터, 통신과정에서 정보 탈취를 원천 차단하는 양자암호, 현재로서는 측정 불가능한 영역도 측정할 수 있는 양자센서 등 양자기술 연구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2030년대까지 이러한 꿈을 실현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나노기술에 머물러 있다가 양자기술 진출이 늦었다. 기초 교육이 전혀 안되어 있다. 정부에 신청한 양자암호 프로젝트 인력을 보면 물리학 전공자가 3% 정도 밖에 안된다. 디지털 기술의 시대가 끝나면 양자기술의 시대가 열릴 텐데 아직 준비가 미흡하다고 본다.”

양자컴퓨터 vs 블록체인, 최종 승자는?

—이제 오늘의 대화 주제인 가상자산과 양자컴퓨터의 관계에 대해 결론을 내려 보자.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가상자산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나?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비트코인 가격을 0원으로 만들 수도 있나?

“가상자산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수학적 암호화 방식을 쓰고 있다. 그래서 블록체인 옹호자들은 보안 암호의 자릿수를 늘리는 등 암호화 방식을 개선하면 양자컴퓨터가 발전하더라도 쫒아갈 수 없으므로 가상자산은 안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들은 양자컴퓨터가 무너뜨릴 수 없는 양자 내성 암호를 만들려 하고 있다.

또 양자기술 전문가들은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현재의 공개키 형태의 수학적 암호화 방식이 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양자암호를 만들고 있다. 이미 100km 이내 거리에서 양자암호 네트워크를 구성해 쓰고 있다.

이런 측면을 모두 종합하면 현재 상태에서 양자컴퓨터가 가상자산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는 수준은 아직 아니라고 본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수학적 암호체계의 발전과 양자컴퓨터의 개선 속도를 비교해 봐야 전개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양측의 향후 발전 상황이 가변적이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미래를 단언하기 어렵다.”

양자컴퓨터와 블록체인(가상자산)의 대결은 창과 방패의 싸움처럼 오랫동안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알렉산더 그로모프

—특정 국가나 집단, 혹은 어떤 천재가 높은 수준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해 가상자산 해킹에 나설 가능성은?

“아직 어느 나라도 인터넷 보안을 깰만한 양자컴퓨터는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만약에 미국의 국가보안국이 어마어마한 수준의 양자컴퓨터를 발견해 보유한다고 하더라도 가상자산을 파괴하기 위해 사용할지는 미지수다. 숨겨 놓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선택적으로 쓰지 않겠는가?”

김 교수는 영화에도 아는 것이 많았다. 그는 브루스 윌리스가 주연한 영화 ‘머큐리’가 천재 자폐아가 미국 정보당국이 수천만달러를 들여 개발한 암호를 쉽게 푸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천재 자폐아가 미국 정보기관의 암호체계를 해독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 '머큐리'.

디지털 컴퓨터는 없어질까?

스마트폰을 꺼내 보니 시계가 오후 7시 48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김 교수의 열정적인 설명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는데 벌써 3시간이 훨씬 지났다. 이제 마무리 지을 시간이다. 필자는 김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물리학자가 우리의 삶과 우주에 숨겨진 비밀을 숫자와 기호를 사용해 얼마나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지 알게 됐다. 그래서 가상자산이라는 협소한 범위를 넘어, 기술 발전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물리학자의 관점을 들어보기로 했다.

—양자컴퓨터 시대가 열리면 우리의 삶은 어떤 측면에서 얼마나 달라질까? 지금 쓰고 있는 PC는 없어지나?

“양자컴퓨터가 만들어지더라도 디지털 컴퓨터는 그대로 쓸 것이다. 디지털 컴퓨터는 계산이 안정적이다. 반면 양자컴퓨터는 비싸지만, 디지털 컴퓨터로는 불가능한 계산을 가능하게 만든다.”

양자컴퓨터 시대가 되어도 디지털 PC는 그대로 남아 함께 사용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삼성 홈페이지

—어떤 계산인가?

“첨단과학 기술의 변화를 가져온다. 의약품 개발, 생명과학기술 분야의 단백질 구조 계산 같은 것이 가능해진다. 그래서 새로운 형태의 분자합성 같은 것이 실현된다. 양자정보과학은 통신보안, 양자컴퓨터, 양자센서 부문에서 발전이 가능하다.”

—양자컴퓨터가 너무 비싸면 개인은 말할 것도 없고 기업들이 쓰는 데에도 한계가 있는 것 아닌가?

“디지털 컴퓨터 1000개를 병렬해 사용하면 1개를 사용할 때보다 비용이 1000배가 들어간다. 이 경우 계산이 예전보다 3배 빨라진다고 할 때 기업들이 투자를 할까 안할까? 기업들은 투자한다. 왜냐하면 계산 속도가 3배만 빨라져도 이전에는 불가능하던 계산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다만 양자컴퓨터는 디지털 PC처럼 개인들에게까지 대중화될 컴퓨터는 아니다.”

양자물리학의 미래

—양자물리학이 인류의 삶에 공헌한 점은?

“물리학자 입장에서 볼 때 궁극적인 자연 원리를 연구하는 학문은 양자물리학이다. 양자물리학이 나왔기 때문에 원소주기율 표도 이해하고, 물질합성도 가능해졌다. 반도체 소자도 만들고 화학물질도 합성하게 됐다. 생물학적으로도 DNA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게 됐다. 양자물리학에 기반해 반도체와 레이저도 만들었다.”

현대 산업의 쌀로 일컬어지는 반도체 칩은 양자물리학의 발전으로 초미세 영역의 에너지량 계산이 가능해져 탄생했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삼성전자

—양자물리학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 같은가?

“양자물리학이 20세기에는 하드웨어를 담당했는데, 이제는 소프트웨어 영역까지 담당하게 된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지금은 수학정보 이론만 쓰였지만, 이제는 양자물리학의 원리를 쓰게 된다. 지금은 수학의 어려운 정리를 증명했다고 하면 그것을 검토하는데도 몇 년씩 걸리지만 앞으로는 양자컴퓨터가 이 수학증명을 검토하는 데에 도움을 주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수한 인재들이 더 생산적인 일에 에너지를 쓰게 된다. 양자물리학의 불확정성 원리가 지배하는 미시세계로 나아가면 나노정보 기술의 한계도 돌파할 수 있다.”

—양자물리학 분야 가운데 앞으로 산업적으로 가장 각광받을 부문을 꼽으면?

“내 생각에는 앞으로 양자정보과학이 매우 발달할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은 AI(인공지능) 발전과 깊은 연관이 있는데, 인공지능이 훼손할 수 있는 개인의 자유와 안전을 보장하는데 핵심적인 보안 문제를 양자기술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자컴퓨터 외에 인류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꼽으라면?

“생명공학, 인공지능 등이 중요해질 것 같다.”

인터뷰를 마치고 건물을 나서니 빗줄기가 더 굵어져 있었다. 빗속에는 양자역학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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