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공매도 기회 준다더니..증권사 '방문신청' 웬말?

강신애 2021. 5. 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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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거래 이수해도 즉시 거래 불가
거래소-증권사 미연동..직접 확인

공매도 재개와 함께 이번 주부터 개인투자자들에게도 공매도(신용대주) 빗장이 열렸지만 여전히 접근성이 낮은 '반쪽짜리' 오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매도 거래 전제 조건인 모의거래나 사전교육을 모두 이수해도 정작 한국거래소가 증권사에 전산을 연동해 주지 않아 실제 공매도 거래까지 시차가 발생할 뿐 아니라 일부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개인투자자 공매도 신청 페이지'를 마련해두지 않아 공매도를 원하는 투자자는 지점을 직접 방문하거나 내선전화나 팩스를 통해 신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 개인 공매도 고작 '1%'…기울어진 운동장 여전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까지 개인 공매도 사전교육 이수자는 2만2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날 한국거래소 개인 공매도 모의 거래 참가자 수는 1만3242명으로, 이 중 이수 완료자는 9257명으로 집계됐다.

금투협의 '공매도 사전교육'과 한국거래소의 '개인 공매도 모의거래'는 개인투자자가 공매도 거래를 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공매도 거래를 하고 싶은 개인투자자라면 이 두 절차를 모두 이수하고 개별 거래 증권사에 공매도 거래 신청을 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절차를 모두 이수한 개인투자자들 중 실제 증권사에 공매도 거래 신청을 마친 투자자 수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별로 많게는 500명 가까이 공매도 거래 등록을 완료한 곳도 있으나 대부분 증권사의 공매도 등록자 수는 100여명을 겨우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처럼 개인투자자의 낮은 유입률은 투자자별 공매도 거래대금 집계 결과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6일 코스피에서 거래된 공매도 거래대금 6470억원 중 외국인 거래대금은 5830억원으로 압도적이다. 기관이 520억원 어치 공매도 거래를 했고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전체의 1% 수준인 110억원에 그쳤다.

여전히 공매도는 외국인과 기관에 치우친 '기울어진 운동장'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사진=한국거래소 개인 공매도 모의거래 인증시스템 화면 캡처

◇ 모의거래 이수해도 실제 거래는 "잠시만요"

일각에서는 공매도 교육과 모의거래를 모두 마친 개인투자자의 실제 공매도 거래 유입이 낮은 이유로 전산화 미비를 꼽고 있다. 

우선 거래소 전산이 증권사와 자동 연동되지 않아 투자자의 거래 신청과 실제 거래 개시까지 시차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증권사에 투자자의 공매도 거래 신청이 들어오면 증권사 직원들이 일일이 거래소에 모의거래 이수 여부를 확인해 공매도 거래를 승인한다. 이에 실제 승인 전까지는 공매도 거래를 할 수 없다.

반면 금융투자협회의 사전교육 시스템은 각 증권사 전산과 연동돼 있어 고객이 고객 수료번호만 입력해도 바로 확인이 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를 두고 반쪽짜리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개인의 공매도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제도를 개편했으나 정작 관련 시스템 정비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는 개인투자자 공매도 교육 이수 시스템과 증권사 전산망의 실시간 연동에 대해 별다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개인투자자와 증권사의 편의를 위해 임시적으로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으나 여기에 전산 자동 연동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제공되는 개인 공매도 모의거래 이수 시스템은 원래 증권사가 갖춰야 하는 시스템이지만 시스템 개발 완료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1년간 한시적인 운영을 대신하는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며 "투자자의 공매도 거래 등록과 실제 거래까지 발생하는 시차를 줄이기 위해선 각 증권사 담당 직원이 빨리 확인을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증권사들의 자체 전산 보안도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개인 공매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17개사 중 투자자가 MTS·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 온라인을 통해 공매도 거래를 신청할 수 있는 곳은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교보증권, 케이프증권, 한양증권, 상상인증권 등 11곳이다. KB증권,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SK증권, BNK투자증권, 부국증권 등은 ▲지점 내점 ▲유선 ▲팩스 등을 통해 사전 교육, 모의거래 이수 정보 등록을 해야 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MTS·HTS 등 온라인을 통한 개인 공매도 모의거래 이수 내역 등록 등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도 실제 공매도 거래까지의 시차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빠른 등록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지점을 직접 내방하거나 유선 접수를 해야 하는데 이는 매우 시대착오적인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강신애 (ksa@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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