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긴급사태 또 연장.."이제 그만, 올림픽은 무리" 분노 폭발

이영희 2021. 5. 7.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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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해제 예정 긴급사태 31일까지 연장
감염 못잡아 연장하는데 일부 조치 완화
오락가락 대응에 "언제까지 땜질?" 비판
올림픽 반대 서명에 이틀간 20만명 동의

봄철 연휴인 '골든위크' 기간 동안 방역의 고삐를 죄 코로나19 확산세를 잡겠다는 '단기 집중' 처방은 실패로 끝났다. 일본 정부는 7일 도쿄(東京) 등 4개 광역도시에 내려진 긴급사태 선언 종료 기한을 오는 11일에서 이달 말일까지 3주 연장한다.

7일 오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일본 도쿄 시내 지하철역을 지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1일까지로 예정됐던 도쿄 등의 긴급사태를 31일까지 연장한다. [AP=연합뉴스]

세 번째 내려진 긴급사태가 또 연장되면서 뚜렷한 목표 제시 없이 올림픽 일정 등에 맞춰 '땜질 처방' 만을 이어가는 정부에 대한 분노는 커지고 있다. '올림픽 중지'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 운동에는 이틀 만에 20만명 넘게 동의했다.


긴급사태 연장하면서 강도는 완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7일 총리 주재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를 열어 도쿄도와 오사카부(大阪府), 교토부(京都府), 효고(兵庫)현 등 4개 광역지자체에 내려진 긴급사태를 31일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감염자가 확산하고 있는 후쿠오카(福岡)현과 아이치(愛知)현을 긴급사태 대상에 추가한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1일까지 4개 광역지자체에 3차 긴급사태를 발령해 유동 인구 억제 대책을 시행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골든위크'(4.29~5.5) 기간 중 '집콕'에 피로를 느낀 사람들이 몰려나오면서 주요 지역 외출 인파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났다.

6일 긴급사태 연장 계획을 발표하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6천명에 육박했던 전국 코로나19 하루 확진자는 연휴 기간 4천명대로 줄었다가 연휴가 끝나 PCR 검사가 늘면서 다시 증가하고 있다. 7일 도쿄의 신규 감염자수는 전날 591명에서 크게 늘어 903명이 됐고, 오사카도 1005명으로 6일 만에 다시 1000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긴급사태를 연장하면서 대책의 강도는 일부 완화한다. 휴업 중인 백화점 등 대형 상업시설은 오후 8시까지 영업을 허가하고, 무관중 개최였던 대형 이벤트도 관중을 5천 명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 음식점 주류 제공 중단 및 영업시간 오후 8시 제한 요청은 유지된다.


WP, "일본, 올림픽 중단 선언하라"
이처럼 일관성 없이 오락가락하는 스가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대한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한 간부는 마이니치 신문에 "감염을 잡지 못해 선언을 연장하면서 왜 대책을 완화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 간부도 "뒷북만 치고 있는 정부는 이미 신용을 잃었다. 국민의 생활을 악화시킨 정치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들의 분노는 올림픽으로 튀었다. 방역에는 연이어 실패하면서도 올림픽을 강행하려는 정부에 올림픽 포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온라인 서명 사이트인 'Change.org'에서는 5일 정오부터 도쿄올림픽 중지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이 시작돼 7일 오후 6시까지 22만여 명이 동의했다.

지난달 25일 도쿄올림픽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쿄 타치가와(立川)시의 한 병원은 2~3층 창문에 "의료는 한계다. 올림픽 중지하라", "이제 그만. 올림픽은 무리다"라고 쓴 종이를 붙여 올림픽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 사진은 '병원의 비명'이란 제목을 달고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SNS)에 퍼져나가고 있다.

미국 유력 일간지인 워싱턴포스트(WP)도 5일(현지시간) 일본 정부에 올림픽 취소를 결단하라고 요구하는 칼럼을 실었다. "일본은 IOC에 다른 곳에서 약탈하라고 말해야 한다"는 제목의 이 칼럼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을 "바가지 씌우는 남작"에 비유하면서 일본 정부는 금전적 이익만을 노리는 IOC에 이용당하지 말고 당장 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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