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 대상에서 잔류로' 황희찬, 은사 밑에서 날아오를까? [김현민의 푸스발 리베로]

김현민 2021. 5. 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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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김현민 기자 = RB 라이프치히에서 이적 대상으로 분류됐던 황희찬이 레드 불 잘츠부르크 시절 은사 제시 마시 감독의 재회와 함께 잔류로 입지가 바뀌고 있다.

라이프치히 안에서 황희찬의 입지에 큰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 모양새다. 황희찬은 2020년 여름, 잘츠부르크에서 라이프치히로 팀을 옮겼다. 하지만 그는 시즌 초반 부상 및 코로나19 양성 반응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데다가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의 전술에 녹아들지 못하면서 출전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고 있었다.

실제 황희찬은 라이프치히 소속으로 공식 대회 22경기에 나섰으나 정작 출전 시간은 544분에 불과했다. 이를 90분 풀타임으로 환산하면 6경기 밖에 되지 않는 수치이다. 그마저도 분데스리가 출전 시간은 283분이 전부였다. 이는 90분 풀타임으로 환산하면 3경기가 조금 넘는 수치이다. 짧은 시간 교체 출전에 만족해야 했던 황희찬이었다.

나겔스만은 기본적으로 스리백에 기반한 점유율 축구를 구사한다. 이에 더해 상대팀에 따라 맞춤형 포메이션을 활용한다. 이번 시즌 라이프치히는 나겔스만 하에서 8가지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그러하기에 선수들에게도 지능적인 플레이를 요구하고 전술 변화에 따른 이해도가 필수적으로 따르고 있다.

그러하기에 나겔스만은 시즌 초반 황희찬에 대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누가 언제 어떤 식으로 공격하고 스위칭하는 등 많은 걸 요구하는 데 아직 경기 수행 능력이나 판단력이 조금 부족하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라이프치히 수뇌부들은 황희찬을 이적 대상으로 분류했다. 독일 현지 언론들은 1500만 유로(한화 약 203억)의 이적료를 지불하는 팀이 있다면 황희찬을 떠나보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리미어 리그 구단 에버턴과 웨스트 햄, 크리스탈 팰리스가 황희찬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들도 줄을 이었다.

하지만 황희찬의 라이프치히 팀내 입지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엔 바로 감독 교체가 있다. 나겔스만 감독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바이에른 뮌헨 지휘봉을 잡기로 결정하면서 잘츠부르크 감독 마시가 라이프치히 새 감독으로 내정된 것.


마시는 레드 불 사단(잘츠부르크와 라이프치히, 뉴욕 레드 불스, 레드 불 브라간치뉴)의 전술적인 토대를 마련한 랄프 랑닉의 제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뉴욕 레드 불스와 잘츠부르크를 거쳐 라이프치히 지휘봉을 잡게 되면서 단계별로 레드 불 시스템을 밟아왔고, 2018/19 시즌 당시엔 랑닉 밑에서 라이프치히 수석 코치직을 수행한 바 있다.

당연히 그는 랑닉의 전술을 이어받아 압박과 속공을 극대화하는 4-2-2-2 포메이션을 고집한다. 이번 시즌 역시 그는 오스트리아 분데스리가에서 전경기에 4-2-2-2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그는 압박의 목적에 대해 "수비가 아닌 공격"이라고 주장했고, 속공을 통해 많은 슈팅 숫자를 양산하는 걸 선호한다. 또한 마시는 복잡한 걸 간단하게 플레이하는 게 중요하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그의 지도 하에서 잘츠부르크는 챔피언스 리그에선 다소 약체팀으로 분류되고 있음에도 이번 시즌 경기당 슈팅 숫자 17.2회로 바르셀로나(18회)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마시 감독은 2시즌 동안 잘츠부르크의 경기당 3.1골을 이끌어내면서 역대 잘츠부르크 감독들 중 가장 높은 경기당 득점을 자랑했다.


황희찬은 이에 적합한 선수이다. 실제 황희찬은 지난 시즌, 잘츠부르크에서 마시 감독의 지도를 받으면서 공식 대회 40경기에 출전해 16골 22도움을 올리며 커리어 하이를 보냈다.

황희찬은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많은 활동량과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고 있다. 이 점이 마시 감독의 전술과는 찰떡처럼 맞아 떨어진다. 그러하기에 나겔스만 감독조차 "마시가 황희찬을 잘 알고 있기에 어떤 식으로 써야 할 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에 독일 스포츠 전문지 '키커' 역시 '한국인에 대한 새로운 경향 - 황희찬, 라이프치히와의 작별 대신 마시와의 2번째 기회'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황희찬의 잔류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었다. 또한 황희찬을 대신해 쇠를로스가 이적 대상자로 떠올랐다는 보도도 줄을 이었다.


황희찬 역시 "마시가 이미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건 이점으로 작용한다. 그는 똑똑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감독이다. 우리는 지난 시즌 함께 정말 좋은 결과물을 냈다"라며 마시 감독 부임을 반기면서도 "이제 그와 보드진이 어떤 계획을 세우는 지를 봐야 한다"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아직 황희찬의 입지가 확실하게 정해진 건 아니다. 게다가 은사와 재회한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중용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박주호 역시 2015년 여름, 은사인 토마스 투헬을 따라 마인츠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이적했으나 쟁쟁한 선수들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면서 출전 기회를 거의 얻지 못했던 선례가 있다. 라이프치히가 잘츠부르크보다 선수단 면면에서 앞서기에 경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적어도 전술적인 궁합에선 나겔스만보다 마시가 황희찬과 더 잘 맞는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황희찬의 장단점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마시 감독이기에 부임 초기엔 충분한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 박주호 역시 도르트문트 이적 초반엔 기회가 있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출전 시간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즉 마시의 부임은 황희찬에게 있어 당장은 호재라고 할 수 있다. 독일 현지 언론들도 잔류 가능성에 크게 무게를 두고 있다. 여기서 기회를 잡는 건 선수 본인의 역량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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