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성의 제약국부론] 양날의 검, '임상3상'
두 회사 임상3상 실패이후 회사 존립 자체 위태
여력부족 바이오벤처,임상3상 단독진행 자체 무리수
"1개 신약개발에 몰빵, 바이오벤처 투자경계해야"
전문가들 "기술수출 없는 것이 신약 경쟁력 적신호"
두 기업은 현재 공통적으로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로 큰 난관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헬릭스미스(084990)는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인 ‘엔젠시스(VM202)’에 대한 임상3상이 지난해 초 사실상 실패로 끝나면서 회사의 수난사가 본격 시작됐다. 임상3상 실패로 불거진 투자자들의 불신이 걷잡을수 없이 커지자, 이 회사의 창업자인 김선영 대표는 얼마 전 ‘극약처방’을 제시하면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김대표는 내년 10월까지 회사주가를 10만원까지 끌어올리거나, 엔젠시스 글로벌 임상3상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회사주식 전부를 포기하겠다는 파격적인 약속을 투자자들에게 내놓았다. 그는 헬릭스미스 주식 178만주 가량(5.2%)을 보유한 최대 주주다.
신라젠 역시 야심차게 진행하던 항암치료제 ‘펙사벡’에 대한 임상3상이 지난 2019년 좌초되면서 회사 근간이 휘청거리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지난해에는 문은상 전 대표등 경영진이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되고 코스닥 주식거래가 정지되는 수모를 겪었다.
신라젠은 최근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새로운 주인을 찾아 나서는 등 자구책 강구에 나서고 있지만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한 처지다. 얼마 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엠투엔을 선정, 지분 매각을 위한 절차를 밟아가며 회생의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협상이 순조롭게 성사되면 엠투엔은 신라젠의 새로운 주인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국내 바이오업계 정상의 자리에서 나락으로 추락한 두 회사는 구체적인 원인은 서로 다르지만 큰 맥락에서 보면 ‘임상3상 실패’라는 공통분모에서 비롯됐다. 임상3상은 신약의 상업화를 이뤄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최종 관문이다.
신약성공을 결판짓는 마지막 통과 절차이다보니 회사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극대화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반대로 임상3상이 실패할 경우 회사에 대한 신뢰나 기대는 바닥으로 추락하게 된다. 임상3상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 신라젠이나 헬릭스미스처럼 회사 존립마저 위태로워지는 최악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임상3상 실패에서 비롯된 두 회사의 위기는 투자자들에게도 귀담아야 할 교훈을 제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단 1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는 ‘몰빵 전략’을 펴는 바이오벤처에 대한 투자는 철저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자금력이나 신약 파이프라인이 태부족인 바이오벤처가 단독으로 임상3상을 거쳐 상업화까지 진행하려 하다면 큰 위험을 수반할수 밖에 없다. 헬릭스미스나 신라젠도 이런 범주에 속한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아서는 안된다”는 주식투자의 격언은 바이오벤처의 임상시험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회사의 모든 리소스를 1개 신약 파이프라인에 집중하는 바이오벤처의 경우 이 신약이 임상에서 실패하게 되면 회사 자체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을 피할수 없게 된다.
전문가들은 “바이오 벤처가 단독으로 임상3상까지 진행하는 것은 상업화에 확실한 자신이 있거나, 아니면 기술력이 별볼일 없어 메이저 제약사들이 라이선스 인에 별 관심을 갖지 않는 경우다”면서 “하지만 대개 후자인 경우가 많다”고 조언한다. 요컨대 바이오벤처가 신약개발 중간 단계에서 기술수출을 이뤄내지 못하고 임상3상까지 단독으로 진행하게 된 것 자체가 신약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진 것을 의미할수도 있다는 얘기다.
류성 (sta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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